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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실험실 같은 주방, 거기서 나오는 색다른 맛

MUOKI
주소: 서울 강남구 학동로55길 12-12(청담동 38-4)

강혜란의 그 동네 이 맛집
<10> 청담동 ‘무오키(MUOKI)’

전화: 010-2948-4171
매일 12시~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오후 3~6시 브레이크 타임)
메뉴: 런치 코스 6만원, 디너 코스 12만5000원



오는 8일 한국 미식계는 또한번 환호와 탄식이 오갈 것이다. 117년 전통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2018 서울 편』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 발표 때만큼은 아니라도 올해도 ‘별(star) 레스토랑’의 개수가 적절한지 아닌지, 왜 어딘 들고 어딘 빠졌는지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다.
 
그 와중에 분명한 건 있다. 올해도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가 많은 별을 가져갈 거란 예상이다. 지난해 별을 딴 24개 레스토랑 중 절반(12개)을 포함해, 빕 구르망(Bib Gourmand·가성비 좋은 맛집), 추천 리스트 등 책에 소개된 147곳 중 60곳(40%)이 강남구에 위치했다. 특히 41곳은 학동사거리 반경 700m에 몰려 있어 ‘미쉐린 벨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평가는 집적 효과를 낳아 또다른 신규 도전자를 끌어들이고 그를 추종하는 음식 애호가들을 불러 모은다. 지난 9월 도산대로 남쪽, 지하철 강남구청역 인근에 문을 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무오키(MUOKI)’도 그 중 하나다. 제주도 해비치호텔 ‘밀리우’ 시절부터 매니어층을 형성했던 박무현(33) 오너셰프가 이곳을 고른 이유 역시 “소규모 예약제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내 음식을 이해하고 즐겨주실 만한 분들이 모이는 동네라서”다.
 
층고가 4.8m에 이르는 레스토랑은 주방을 무대처럼 탁 터놓았다. 상당한 높이의 키다리 의자가 배치된 바(bar) 좌석에 앉으니 눈·코·귀가 한데로 집중된다. “3분30초!” “예, 셰프!”
 
과학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희고 깨끗한 무대에서 쉴 새 없이 들리는 건 ‘시간 약속’이다. 파트를 나눠 요리하고 동시에 한 접시에 담아내는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는 과학실험 못지 않은 치밀함을 요한다.
 
“7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토마토입니다.” 하나의 접시에 7개의 다른 ‘실험 결과’가 담겼다. 말리거나 절이거나(피클) 바삭하게 굽거나(튀일) 가루·젤리·드레싱·오일로 변주된 토마토다. 각각의 맛이 새콤하거나 달콤하거나 고소하고, 혀에 닿으니 물컹하거나 바삭하거나 보드랍다. 그러고보니 세상의 ‘토마토’들이 하나이면서 제각각 아닌가. 때에 따라 케첩으로, 주스로, 샐러드로 먹고 있을 뿐.
 
“식재료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려면 요리를 하지 말아야죠. 셰프의 일이란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해요. 새로운 맛과 질감을 통해 그 재료를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거죠.”
 
재료의 재해석에는 한식 식재료를 서양식 테크닉과 밸런스로 풀어내는 일도 포함된다. ‘제주 밤바다’를 형상화한 접시에 놓인 무늬오징어와 아삭한 사과의 조화, 역시 제주의 갈치호박국을 재해석한 브로스(broth·수프 같은 국물요리)에 스며나오는 봉골레 파스타 소스의 느낌이 그런 식이다.
 
그리고 당근. 코스의 디저트로 나오는 접시엔 당근 케이크 가루가 마치 제주의 텃밭처럼 흩뿌려져 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크림·튀일, 그리고 저온조리된 미니당근이 놓여있다. 한바탕 유행한 ‘분자요리’까지 가지 않는다 해도, 이런 변형은 주방 기술·기계의 혁신에 힘입고 있다. 기계로 온도를 맞추고 진공포장기로 재료의 성질을 변화시킨다. 현대적으로 재료를 변주시키되 궁극의 목표는 ‘맛’이다. 정교한 맛의 차이를 풀어낼 줄 아는 셰프와 즐길 줄 아는 손님이 파인 다이닝을 완성해낸다.
 
“맛은 클래식하게, 테크닉과 프리젠테이션(모양내기)은 모던하게 가려고 해요. 파인 다이닝이란 게 결국 좋은 요리와 좋은 서비스를 좋은 공간에서 즐기는 거잖아요. 손님의 눈높이에서 한발자국 앞서 나가며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게 제가 할 일이죠.”
 
영국 ‘팻덕’에서 스타주(견습)를 하면서 “요리의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을 느꼈고” 남아공 ‘더 테스트 키친’에서 시니어 수셰프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요리의 방향을 정했다”는 박 셰프는 “이 식당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했다.
 
“외국에서 9년 동안 매일 17시간씩 일하면서 깨우친 게 있다면 ‘세상에는 미친 듯이 일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였어요. 오시는 손님들이 세계의 유명 맛집을 더 많이 경험했을지 모르는데, (경쟁자를) 이기지는 못해도 따라가기라도 하려면 저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야죠.”
 
무오키를 나와 도산대로 쪽으로 향하다보니 현대카드가 요리를 주제로 개장한 복합공간 ‘쿠킹 라이브러리’가 눈에 띄었다. 1만여 권의 요리책으로 가득한 서가 한쪽에 190여 종의 허브·오일·소금을 체험할 수 있는 섹션이 마련돼 있다. 20대 남녀가 장난치듯 재료를 맛보고 탐하는 중이었다. TV에서 셰프 보는 게 낯설지 않고 음식 비평은 장르가 됐다. 미쉐린가이드가 식사 시간 토론 거리가 됐다. 이제 미식(美食)은 일상이다.
 
 
글·사진=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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