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미술관서 몸 비틀고 명상에 잠기다

[김상훈의 컬처와 비즈니스: 뮤지엄 요가]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8월 참여형 문화행사 ‘에코 판타지아’의 일환으로 서울관 로비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8월 참여형 문화행사 ‘에코 판타지아’의 일환으로 서울관 로비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비(非)미술 이벤트’에는 영화·패션쇼·파티·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요즘은 요가가 단연 인기다. 10여 년 전부터 애클랜드 미술관, 볼티모어 미술관 등에서 소소하게 해왔던 것이지만 올해 갑자기 대형 미술관들이 요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다들 ‘우리도 요가 클래스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을 정도다.  

···

 
‘아트 오브 요가’라는 400명 규모의 초대형 요가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브루클린 뮤지엄은 벌써 요가의 성지가 되어 가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요가 클래스와 밀워키 미술관의 아침 요가 수업도 인기 절정이다. 자존심 강한 유럽 미술관들도 조심스레 요가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런던의 빅토리아앤앨버트 미술관은 ‘요가와 커피 모닝’ 강좌를 개설했고, 빈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에곤 실레 전시와 연계한 요가 클래스를 성공리에 진행했다.
 
요가는 아니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뮤지엄 워크아웃(The Museum Workout)’은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벤트다. 유명 안무가가 빤짝이 드레스를 입고 15명의 참가자를 이끌고 미술관을 쉬지않고 돌아다니며 45분간 땀을 흘리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인데(상상만으로도 진행자의 “킵무빙(Keep Moving)!”이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참가비가 무려 75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두 달만 진행하려던 이벤트가 연말까지 연장됐을 정도로 인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만 더 소개하면, 미국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인 존 싱어 사전트의 작품 ‘마담 X’ 앞에서 점핑 잭(팔벌려뛰기)을 하고, 갑옷과 무기 전시장에서는 런지를 하는 식이다. 그리고 활을 쏘는 황금색 다이애나 조각상 앞 바닥에(화살에 맞은 사람 모양) 드러누워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이게 뭐야?”하고 실소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참가자들은 행복감에 젖어 엄지척을 한다.
 
뮤지엄 요가는 지난 8월 국립현대미술관에도 도입되어 ‘아트앤스포츠데이’의 한 파트를 담당했다. 경복궁을 바라보며 하는 댄스 프로그램과 서울관 주변을 달리는 ‘런클럽’, 그리고 야외 콘서트도 함께 어우러졌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지속가능을 묻는다’ 전시와 연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디뮤지엄에서도 ‘유스(Youth)’ 전시와 연계하여 ‘탄츠플레이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다. 몇몇 갤러리들도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요가의 트렌드는 ‘핫 요가’에서 ‘갤러리 요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지속가능을 묻는다』 전시와 연계해 요가 이벤트를 실시했고(사진 위), 디뮤지엄은 『유스-청춘의 열병, 그 못다한 이야기』 전시연계 문화 프로그램으로 ‘탄츠플레이’워크숍을 진행했다. 사진 서울대학교 미술관·디뮤지엄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지속가능을 묻는다』 전시와 연계해 요가 이벤트를 실시했고(사진 위), 디뮤지엄은 『유스-청춘의 열병, 그 못다한 이야기』 전시연계 문화 프로그램으로 ‘탄츠플레이’워크숍을 진행했다. 사진 서울대학교 미술관·디뮤지엄

 
미술품과 같은 포즈 취하며 만족도 높혀
요가의 기초자세도 모르는 필자가 은근 냉소적인 어투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잘 따져보면 요가와 미술관의 궁합은 나쁘지 않다. 요가는 운동이지만 정신 건강과 명상(contemplation)을 중시한다. 그리고 미술관의 주고객인 여성층에 인기가 많고, 고학력 고소득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게다가 요가 매트에 공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작품을 훼손할 우려도 낮다(미술관에서 태권도나 무에타이를 하지 않는 이유!).
 
요가가 미술관에 득이 되는지, 아니면 미술관이 요가에 득이 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어떤 칼럼니스트가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며칠 고민해 본 후, 필자는 ‘윈윈(win-win)’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먼저 요가의 입장에서 보면, 아침 공기를 마시며 잔디에 매트를 깔고 하는 공원 요가도 좋겠지만, 그리스 조각상들이나 루벤스의 누드화, 모네의 수련 앞에서 하는 요가는 예술적 감성을 높여 요가의 효과를 배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도대체 무얼 노리고 요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일까. 첫째, 요가 클래스와 같은 미술관의 비미술 이벤트는 관객 기반을 넓혀 미술관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홍보 및 집객 효과를 가진다. 뉴욕의 한 미술관 관계자는 “관광객이 아닌 지역 주민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 뮤지엄 요가 클래스는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어 미술관의 추가 수익원이 되고 있다(그래서 ‘워크아웃’ 프로그램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재정위기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셋째, 미술관 이벤트는 젊은(young), 활발한(active), 친근한(friendly) 뮤지엄 아이덴티티(MI, museum identity)의 정립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요가는 ‘체화된 경험(embodied experience)’을 통해 미술관 관람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프랑스의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는 미적 경험에 있어서 ‘체화된 인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몸이 의식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며, 몸을 통해 비로소 외부의 대상이 주어진다”고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워크아웃 프로그램의 안무를 담당한 모니카 빌 반스는 “몸을 움직이며 (이를테면 코브라 자세로) 미술품과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며 감상하는 것”이 새로운 미술 감상법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사뭇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미술관이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 만들어야
참가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뮤지엄 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트시(Artsy) 매거진의 편집장 다니엘 쿠니츠도 요가 클래스가 “조용한 사색의 장소 혹은 속세로부터의 도피처라는 미술관의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술의 쓸모’는 건강과 치료(health & therapy)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 있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문화트렌드 보고서 ‘컬처 트랙 2017 (http://2017study.culturetrack.com/)’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상적인 문화활동”은 ‘소셜(social)’, ‘상호작용(interactive)’, ‘활기있는(lively)’ 등의 키워드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사색적인(reflective)’은 최하위를 차지했다.
 
고급예술이 동시대의 관객과 호흡을 맞추려는 노력은 형태가 달라졌을 뿐 언제나 있어왔다. 트렌드에 저항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변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급 취향의 기존 관객과 대중문화 마인드에 젖은 신규 관객의 충돌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문화’의 정의 자체가 바뀌어 감과 동시에 문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성스러운 공간보다 즐거운 공간을 찾아간다. 미술관이 관객의 눈과 머리뿐 아니라 팔다리와 옆구리, 햄스트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상훈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미술경영협동과정 겸무교수. 아트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트렌드와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