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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벌랜더 영입 승부수 적중…연봉 2배 많은 다저스 꺾다

애스트로스, MLB 월드시리즈 우승
애스트로스의 3루수인 알렉스 브레그먼이 포효하는 모습. 가슴에 ‘휴스턴은 강하다(H STRONG)’는 뜻의 패치가 보인다.

애스트로스의 3루수인 알렉스 브레그먼이 포효하는 모습. 가슴에 ‘휴스턴은 강하다(H STRONG)’는 뜻의 패치가 보인다.

할리우드 섹시스타 케이트 업튼은 환하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투수 저스틴 벌랜더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6년 동안 교제해온 스타 커플은 이달 말 결혼식에 앞서 야구장에서 멋진 파티를 열었다.

하위권에서 꾸준히 유망주 모아
‘휴스턴 스트롱’ 말 그대로 입증
29년 만의 우승 놓친 다저스 후유증
엔트리 탈락한 류현진 거취 불투명

 
애스트로스의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는 방송 인터뷰 중 갑자기 관중석에 있던 여자친구 대니엘라 로드리게스에게 프러포즈 했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달라”는 말에 로드리게스는 행복한 표정으로 코레아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환희와 열기, 사랑이 쉴 새 없이 교차한 그라운드와 달리 관중석 분위기는 침통하기만 했다. 지난 1일(미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은 애스트로스의 5-1 승리로 끝났다. 홈팀 LA 다저스는 최종전에서 더 많은 안타(6-5)를 치고도 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4124명 중 대부분은 다저스가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러 온 팬들이었다. 이 경기 입장권의 평균 가격은 1795달러(200만원)에 이르렀다.
 
1962년 창단, 2005년 처음 월드시리즈 진출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 확정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 확정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의 끝은 지독한 열패감이었다. 9회 말 2아웃에서 다저스 타자 코리 시거의 땅볼을 애스트로스 2루수 호세 알투베가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관중석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내야석 한편에 모여 앉은 애스트로스 팬 100여 명은 침울한 다저스 팬들에 둘러싸여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시리즈 7경기에서 홈런 5개를 터뜨리며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조지 스프링어는 “우리 가슴에 있는 이 패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팬들을 위해 우승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 패치에는 ‘Houston STRONG(휴스턴은 강하다)’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다저스만 이긴 게 아니었다.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남긴 상흔을 이겨냈다. 지난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하비는 80여 명의 생명을 앗았고, 약 1250억 달러(140조원)의 물적 피해를 입혔다. 휴스턴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로 물에 잠긴 휴스턴 시내.[AFP=연합뉴스]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로 물에 잠긴 휴스턴 시내.[AFP=연합뉴스]

 
2014년부터 4년 연속 200안타를 돌파하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0.346)에 오른 알투베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우리는 휴스턴 팬들을 위해 우승했다”고 말했다. A J힌치 애스트로스 감독은 “휴스턴은 챔피언 도시”라고 외쳤다.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3일 휴스턴으로 돌아와 홈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애스트로스는 1962년 창단됐다. 당시 팀 이름은 권총회사 콜트의 이름을 따 ‘휴스턴 콜트45s’였다. 휴스턴이 자랑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미지를 활용해 ‘애스트로스(Astros·우주)’라고 이름을 바꾼 건 3년 후였다.
 
휴스턴 시민들이 사랑한 애스트로스는 MLB에서 주목받는 팀은 아니었다. 1980~90년대에는 제법 강한 전력을 갖췄지만 2005년에야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로 물러난 뒤론 성적도 인기도 투자도 MLB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2년 말 애스트로스를 매입한 구단주 짐 크레인은 경영 전문가 출신이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야구단을 경영해본 제프 루나우를 단장으로 영입했다. 루나우는 애스트로스를 맡자마자 트레이드를 활발하게 했으나 큰 규모의 투자는 하지 않았다. 애스트로스는 2013년 51승 111패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대신 수년간 최하위권에 머물렀기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많이 얻었다. 애스트로스는 꾸준히 유망주를 모았다.
 
내일의 승리를 얻기 위해 오늘의 패배를 감수하는 전략을 스포츠에서 탱킹(Tanking)이라 한다. 그러나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뽑힌 신인이라고 MLB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루나우는 애스트로스 팬들의 실망과 비난을 견뎌내며 바닥을 다지고 주춧돌을 세웠다. 코레아, 스프링어, 알렉스 브레그먼 등 2017 월드시리즈 주축들이 2011년 이후 애스트로스가 1라운드에 뽑은 선수들이다. 애스트로스가 하위권에 머무는 동안 댈러스 카이클과 알투베는 투·타의 기둥이 됐다. 루나우는 마무리 투수 켄 자일스를 성공적으로 트레이드하는 등 약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선수단 대부분 역경 딛고 일어나 성공
휴스턴 팬들 역시 경기마다 ‘휴스턴은 강하다’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EPA=연합뉴스]

휴스턴 팬들 역시 경기마다 ‘휴스턴은 강하다’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EPA=연합뉴스]

휴스턴은 올 시즌 초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렸다.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 우승을 노릴 적기였다. 지난 8월 루나우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에이스 벌랜더를 트레이드해왔다. 벌랜더의 많은 나이(34세)와 높은 연봉(2800만 달러)이 부담스러웠지만 포스트시즌을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한 것이다. 벌랜더는 이적 후 정규시즌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평균자책점 1.06, 포스트시즌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루나우 단장의 냉정한 경영 판단과 2015년 부임한 힌치 감독의 합리적 경기 운영은 애스트로스를 창단 55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애스트로스의 선수 구성은 정교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애스트로스는 타자에게 유리한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에 적합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젊고 강한 타자들은 올 시즌 MLB 30개 구단 가운데 팀 타율 1위(0.282)를 기록했다. 그들은 올 가을 보여준 야구에는 기록 이상의 힘이 느껴졌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3승1패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4승3패로 꺾는 과정에서 애스트로스의 젊은 선수들은 한층 성장했다. 리그 최고의 명문 팀을 차례로 상대할 때 애스트로스 팬들은 “휴스턴 스트롱”이라고 힘껏 소리쳤다.
 
애스트로스 선수단 대부분이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연을 갖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알투베는 키(1m67㎝)가 작다는 이유로 MLB 구단들의 외면을 받았다. 2007년 애스트로스가 그에게 준 계약금은 1만5000 달러(1700만원)에 불과했다. 스프링어는 어린 시절 말더듬증을 심하게 앓았다. 다른 팀에서 버려졌던 선수들이 애스트로스에는 특히 많다. 허리케인에 상처 입은 휴스턴 팬들만큼이나 선수들도 “휴스턴 스트롱”이라 외치고 싶었고,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결국 올 시즌 MLB 최다승(104승51패)을 거둔 다저스까지 끝내 무너뜨렸다. 휴스턴에는 기쁨과 자부심이 넘실거리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 저스틴 벌랜더가 연인인 배우 케이트 업튼과 다저스타디움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달 말 결혼한다. [AFP=연합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 저스틴 벌랜더가 연인인 배우 케이트 업튼과 다저스타디움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달 말 결혼한다. [AFP=연합뉴스]

우승 재도전 다저스, 선수단 재편 가능성
애스트로스의 승리가 극적인 만큼 다저스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다저스의 연봉 총액(2억5000만 달러·2800억원)은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전체 16위인 애스트로스 팀 연봉(1억3600만 달러·145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올해 전력은 특히 좋았다. ‘지구 최고의 투수’라는 클레이턴 커쇼를 비롯해 알렉스 우드, 리치 힐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일본인 마에다 겐타와 한국의 류현진은 시즌 끝까지 4~5선발을 놓고 경쟁했을 만큼 투수 자원이 많았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지난 7월 유망주 3명을 내주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일본인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를 영입했다. 당시 벌랜더도 영입 대상에 올렸으나 다저스는 다루빗슈를 선택, 3선발을 맡겼다. 포스트시즌에서 마에다는 불펜으로 이동했고, 류현진은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는 돌풍의 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3승)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4승1패)를 쉽게 꺾었으나 애스트로스를 이기지 못했다. 선발진이 아무리 풍성해도 시리즈에 쓰는 투수는 4명뿐이었다. 다루빗슈는 월드시리즈 3차전과 7차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다루빗슈의 부진은 벌랜더의 호투와 선명하게 비교됐다.
 
다저스는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11차례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패퇴했다. 올해는 단 1경기를 이기지 못해 또다시 1년을 기다리게 됐다. 다저스는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우승에 재도전하기 위해 선수단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왼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올 시즌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한 류현진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지난 7월 류현진을 영입하고 싶다는 MLB 구단이 있었으나 다저스가 이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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