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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대비하게 실용적 교양교육에 나서야”

미국 웨슬리언대 로스 총장이 말하는 대학의 길
지난달 방한한 마이클 로스 웨슬리언대 총장이 대학의 변화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지난달 방한한 마이클 로스 웨슬리언대 총장이 대학의 변화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지난해 한국의 고교생 열 명 중 일곱 명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청년 실업률은 9~10%대다. 대학가엔 고시 준비와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넘쳐나면서 ‘대학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글로 출간된 『대학의 배신(Beyond the University)』의 저자 마이클 로스는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코네티컷주의 사립대인 웨슬리언대의 현직 총장이다. 이 대학은 정원이 약 3000명으로 작은 규모지만 유연한 학제 운영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양교육(liberal arts education)으로 이름이 높다. 교양교육은 전공 교육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문학·자연과학·예체능을 고루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적 소양’을 기르는 전인(全人) 교육으로도 불린다. 지난달 23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 장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 로스 총장에게 급변하는 시대의 대학 역할과 교육에 대해 물었다.

최신 기술 이해도 필요하지만
이런 지식 간의 관계가 더 중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흐름 봐야

영역 넘나드는 학제 전통 이어
환경 등 4개 부문 통합학부 실험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취업이 어려워 ‘대학 교육이 쓸모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다만 대졸자 실업률은 3~5%인데 반해 고졸자들의 실업률이 더 높다. 한국도 청년 실업률의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고 저성장, 중국의 부상 등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혁신과 창의력을 고취시키는 교육 시스템을 찾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학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은 매우 타당한 문제 제기다.”
 
책의 미국 출판본 제목이 ‘대학을 넘어(Beyond the University)’다.
“대학은 학생이 학교를 떠났을 때 쓸 수 있는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잡았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 단순히 교수를 만족시키는 학생을 길러내선 안 된다. 대학은 졸업 이후 맞닥뜨리게 될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느냐, 자신의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느냐를 측정해야 한다.”
 
일자리에 맞춰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인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 등 현시대의 최신 기술들을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이런 지식들 간의 관계다. 해당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흐름을 봐야 한다. 20세기 미국의 실용주의 교육학자 존 듀이는 ‘반드시 종교나 철학을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술이 다른 세계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고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누가 아이폰을 개발했고, 누가 수익을 얻는가도 알 필요가 있다.”
 
다소 이상적으로 들린다.
“‘실용적 이상주의’라는 말이 있다. 분명히 실용주의와 이상주의는 긴장 관계에 있다. 역동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이상주의자가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이상주의자들이 꾸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용적인 지식(기술)을 알아야 한다.”
 
대학 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매년 신입생들에게 ‘4년간의 대학 생활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실패’라고 말해준다. 첫째로 스스로가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둘째로 그걸 잘할 수 있도록 지식과 기술을 갈고닦아야 하며 글쓰기, 분석 능력, 리더십, 팀워크든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무엇이든 연마해야 한다. 셋째는 이 능력을 졸업 후 어떻게 실현시킬지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단지 학생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시민, 직업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고교 과정까지는 기존의 지식을 습득했다면 대학에서는 그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 현재의 진리에 저항하고 질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진짜 혁신은 ‘지금 당연한 그것이 반드시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일어난다.”
 
최근 한국 대학들도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하는 등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교양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미래 산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식과 분야 간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역시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다. 지난 반세기를 유지해온 시스템으로는 다음 50년을 버틸 수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돌파하기 위해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어떤 교육적인 실험을 했나.
“웨슬리언대는 내가 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부터 학문 간 영역을 넘나드는 학제를 운영했다. 아방가르드한 예술가와 지식인, 엉뚱한 교수가 정말 많았다. 그들은 항상 즐겁게 연구했고 학문의 어떤 룰에 얽매이지 않았다. 나 역시 2007년 이 대학에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로 새로운 통합 학부를 만들었다. 환경, 동아시아, 영화와 애니메이션, 통합 과학 등 4개 부문에서 첨단 연구와 다양한 연구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이중 전공을 갖고 있다.”
 
유연한 학부를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내 교수들 간 소통도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앞서 말한 4개 학부는 평교수들이 ‘새로운 어떤 수업을 개설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나는 이사진을 설득해 자원을 배분했다. 지적인 탐구와 연구가 가능하고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서로 다른 학과가 서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대학이 변화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 웨슬리언대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의 생물학과·환경학과 등이 존재한다. 한국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거대한 체제일수록 보수적인 전통이 있다. 여기서 변화를 위한 아주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거다. 시작은 작은 실험실이지만 학생과 연구진이 흥미를 갖고 모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자원이 모이게 된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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