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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출당’에 통합파 ‘탈당’ 예고…한국당·바른정당 손익계산서는

급물살 탄 보수 통합… 누가 더 국민 지지 얻을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을 공식 발표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을 공식 발표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보수 진영의 지각 변동이 새 국면을 맞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를 강행하면서다.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당사 6층에서 취재진 앞에 선 홍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 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란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1997년부터 20년 동안 몸담았던 정당에서 쫓겨나는 비운의 첫 대통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홍준표 “보수 우파 본당 거듭날 것”
유승민 “박수받는 통합 추구해야”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도 변수

 
사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였다. 홍 대표가 지난 8월 16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앞으로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을 때부터 말이다. 친박계는 “홍 대표 본인도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누가 누구를 출당한다는 거냐”며 ‘홍준표 힘 빼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박 전 대통령에게 출당이란 멍에를 추가로 안기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동정론도 잘 먹히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당이 어떻게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정서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은 한국당 혁신의 신호탄이지 종착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8~9명 6일께 탈당할 듯
박 전 대통령 출당이 보수 진영에 미치는 파장은 적잖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로선 한국당으로 갈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들은 당 대 당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줄곧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해 왔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 몇 명이 돌아올 공간을 마련해 주려고 이런 (출당) 결정을 한 건 아니다”며 “한국 보수 세력의 책임 정치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친박 핵심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친박 청산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이슈와 맞물리면서 더욱 폭발력을 얻었고 세간의 화제가 됐다는 점도 무시하긴 어렵다.
 
이제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큰 이변이 없다면 김무성·이종구·황영철·김용태·김영우 의원 등 통합파 8~9명이 6일께 탈당을 결행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5일 오후 바른정당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지만 통합파와 자강파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황 의원은 4일 통화에서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못다 한 얘기들이 오가겠지만 자강파가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뜻이 모이지 않는다면 각자 선택한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바른정당 첫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도 유승민·하태경 의원 등 자강파는 ‘마이웨이’ 의지를 확고히 했다. 유 의원은 “개혁 보수의 뜻을 같이한다면 내일이라도 통합할 수 있다”며 “그런 통합을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한국당으로 가겠다는 분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에게 지난 1월 창당한 이후 지금까지 바른정당의 성공을 위해 뭘 했는지 꼭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하 의원도 “바른정당 국회의원 숫자가 줄면 지지율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며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몇 명이냐가 아니라 그 정당의 콘텐트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혁신적 인물로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 당이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직전 대규모 탈당 행렬 이후 당 지지율이 치솟은 사례도 이들에겐 힘이 되고 있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바른정당이 존재하는 한 끝까지 지지할 것”이란 응원과 “정당은 힘이 있어야 하는데 교섭단체마저 무너지면 어떻게 보수 통합을 주도할 거냐”는 우려가 뒤섞여 나왔다.
 
통합 후에도 갈등 불씨는 여전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탈당이 실행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각종 잡음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에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적 제명 문제가 남아 있다. 당사자들은 당 윤리위 탈당 권유 징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을 출당시키려면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홍 대표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시간을 두고 의논하겠다”며 일단 보류 의사를 밝혔다. 다만 4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추태 그만 부리고 당과 나라를 이렇게 망쳤으면 사내답게 반성하고 조용히 떠나라”고 엄포를 놓는 등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친박계는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킨 데 대해서도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주요 사안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 대표는 윤리위원회 규정 21조 3항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탈당 권유 징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제명할 수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오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통합전대파’를 아우를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 의원 등은 전당대회를 미루고 한국당과 통합전당대회를 추진하자고 주장해 왔다. 남 지사는 통화에서 “바른정당이 또 쪼개지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 구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통합전대가 무산되더라도 한국당으로 가진 않겠지만 유 의원이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6명은 지난 3일 긴급성명을 통해 “국민에게 박수받는 통합, 원칙 있는 보수 통합을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바른정당 지도부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한국당과의 ‘선명성 경쟁’을 극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바른정당이 한국당보다 뭐가 더 나은지 국민들이 모르기 때문에 당 지지율이 떴다가도 내려앉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정권 교체의 희망을 심어주려면 제1야당부터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본격 가동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정책연대가 결실을 보느냐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두 당 원내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과 특별감찰관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6개 법안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도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없는 단기적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책연대가 주목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 한계로 꼽힌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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