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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남북대화 추진 위해 안보 옵션만 스스로 차단한 무리수

한·중 ‘3不’ 합의 파문 확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중국 정부가 지난달 31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양국 현안과 관련해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협의 결과’, 이른바 ‘사드 합의문’이 우리 안보의 선택지를 심각하게 제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표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이 중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사전 조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드 추가 배치 없다” 못 박아
한·미 동맹 기본틀 흔들 우려
이면합의설, 외교부 패싱 논란도
중국의 사과, 재발 방지책도 빠져

 
오는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며, 아울러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정상회담 포함) 재개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사드 협의 결과문’의 이면 합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 발표 전날인 지난달 30일 강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답변했다.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사드 추가 도입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동참 ▶한·미·일 3국 군사 동맹화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이 세 가지는 그동안 중국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안보 핵심 내용, 즉 ‘3불(不)’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이 사사건건 트집 잡을 거리 제공”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사드 배치는 미국 MD 체제 편입과는 무관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억지력을 증진하고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이것이 3국 간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강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한국이 공개 표명한 것을 중시한다. 약속(承諾)을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3불 사안과 관련, 발표문엔 “중국은 우려를 천명했다”고만 돼 있었다.
 
화 대변인의 ‘약속’이란 표현으로 이면 합의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중국에 항의했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부터 화 대변인은 “‘입장 표명’을 한 것을 지키기 바란다”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약속이든 입장 표명이든 외교부 장관의 공개 발언이란 점이다. 일각에선 “강 장관이 실수로 기밀인 이면 합의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 정도로 민감한 ‘확답’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강 장관이 모르고 한 얘기는 아니다”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국내의 파장을 우려해 발표문은 모호하게 하고 국회 발언으로 중국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의 미래 안보 전략과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안보 옵션을 차단하는 우를 범했다”며 “생존과 관련한 주권국의 안보 선택을 타국에 공언해 주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향후 중국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거리를 만들어 준 실책이라고도 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본질적으로 중국과 의논할 사안이 아니다”며 “사드 문제 해결이 절박했더라도 강 장관이 ‘지금으로선(for now)’이란 전제라도 붙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합의에는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에 대한 사과나 유감, 재발 방지책도 담기지 않았다.
 
안보 측면에서 3불의 내용은 한·미 동맹과 북한 핵·미사일 방어 작전의 기본틀을 흔든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드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긴급 배치되는 미 전략사령부의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핵우산이 포함된 유사시 확장억제 전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대량 발사나 핵 장착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위협할 경우 사드 추가 배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는다고 미리 못 박는 것은 한·미 연합작전 계획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군 전략 분야 인사들은 미국 MD 체제의 전략자산을 활용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본토까지 겨냥하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한·미·일 3국은 지난해 11월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따라 탐지 정보를 공유해 오고 있다. 요격을 위해서도 3국은 하나의 방어망 체계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 MD 편입 반대라는 구호로 인해 우리의 미사일 방어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란 대전제가 사라지고 ‘MD 체계 편입=미국의 대중국 견제 편승’이란 정치적 프레임으로 묶여 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은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동아시아판 나토’로 보고 있으며 미국을 서태평양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간섭할 것”이란 시각도 적잖다.
 
“中 차관보급과 협상, 격에 맞나”  
협상의 형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 차장은 브리핑에서 자신의 협상 상대가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였다며 “외교부가 (협상단에) 포함됐으니 ‘외교부 패싱’이라든가 대표의 ‘격(格)’에 대한 의견은 안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 차장은 직급상 차관이지만 이전 직제로 치면 외교안보수석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상대국 외교부의 차관보급을 상대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사과 한 줄 없는 합의를 한 셈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급을 맞추는 것은 국격이 걸린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외교부와 국방부를 배제한 채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교부 주변에선 “청와대 수뇌부의 직업 외교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김성한 교수는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나라의 얼굴”이라며 “이렇게 되면 상대국들도 위상이 떨어진 외교부가 아니라 청와대나 여당을 상대로 외교를 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분야 인사는 “이번 합의는 누가 보더라도 ‘을’의 입장에서 급하게 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며 “중국에 북한을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3불’ 답변을 이끌어낸 박병석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할 때부터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가 ‘한국 외교의 관건적 시기이자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아주 중대한 시기’라고 했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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