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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등속·낙하운동 결합해 포탄의 포물선 설명

[수학이 뭐길래] 타원·쌍곡선·포물선 등 이차곡선
디에고 우파노의 대포학 서적 속 포의 궤도 곡선 그림(1612년 출판, 1628년 판 삽화).

디에고 우파노의 대포학 서적 속 포의 궤도 곡선 그림(1612년 출판, 1628년 판 삽화).

중학교에 들어가면 먼저 원과 직선에 대해 배운다. 그런데 고등학교 고학년에 들어가면 이차곡선이라고 불리는 타원과 쌍곡선 등을 만나게 된다. 타원과 쌍곡선에 관한 문제는 함수는 물론이고 이후 미분, 적분 단원까지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렇다면 복잡한 이 곡선은 왜 배우는 걸까? 이 곡선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폴로니우스
『원뿔 곡선론』에 첫 체계적 정리
중세 서유럽에선 연구 등한시
르네상스 지나면서 관심 증가
천체운동·렌즈곡률 설명에 활용
방정식·함수·미적분에도 등장

 
타원·포물선·쌍곡선 같은 이차곡선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폴로니우스의 『원뿔 곡선론』에서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아폴로니우스는 이 책에서 유클리드를 포함한 이전 수학자들의 이차곡선 연구를 정리하고, 여기에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덧붙였다.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는 이차곡선에 대한 명제들이 400여 개나 실려 있다. 5권부터는 완전히 독창적이며 매우 수준 높은 연구가 담겨 있는데, 이는 이차곡선에 대한 방대한 성과라 할 것이다.
 
아폴로니우스는 이 책에서 이차곡선을 이전과는 달리 이중 원뿔 구조를 이용해 통일적으로 정의했다. 그는 먼저 직원뿔 두 개를 서로 마주 보도록 놓은 다음, 바닥 면과 일정한 각도를 이루는 평면으로 원뿔을 절단했다. 그런 다음 절단되면서 원뿔 겉면에 생긴 곡선을 각각 원·타원·포물선·쌍곡선으로 정의했다.
 
고딕양식 아치 곡선, 두 원 겹쳐 만들어
그런데 이러한 이차곡선에 대한 연구는 이후 서유럽 중세에서는 제대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폴로니우스의 『원뿔 곡선론』은 13세기 후반 일부분이 라틴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번역 작업은 16세기에 진행됐다.
 
사실 이 시기에는 원이 곡선운동을 지배하고 있었다. 서유럽 중세를 대표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에 따르면, 세계는 달 아래의 지상계와 달을 포함하여 그 위쪽 우주를 포괄하는 천상계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었다. 이때 지상계는 불완전하므로 기하학적 운동으로 설명하기 힘든 곳이라 여겨졌다. 반면 천상계는 완벽한 곳으로, 오로지 완전한 기하학적 운동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천상계의 운동은 그 완벽함에 어울리는 등속원운동으로만 국한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들은 등속원운동만으로 복잡한 천상계 행성의 운동을 설명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예수를 둘러싼 아몬드 모양이 베시카 피시스. 1200년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장식된 그림.

예수를 둘러싼 아몬드 모양이 베시카 피시스. 1200년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장식된 그림.

이러한 원은 지상에 세워진 건축물의 설계나 장식 등에도 적용됐다. 이는 중세 서유럽의 독특한 건축 양식인 고딕 양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딕 건축물의 아치를 이루는 곡선이나 스테인드글라스 위의 곡선, 그리고 ‘베시카 피시스’라는 독특한 장식 문양의 곡선은 언뜻 원과는 다른 곡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선들은 모두 두 원을 겹쳐 만들어진 곡선이었다.
 
이에 반해 중세 동안 타원이나 쌍곡선 같은 곡선을 활용하는 분야는 없었다. 서유럽 대학에서의 기하학 연구는 유클리드의 『원론』 앞부분에 머물러 있었고, 고등 수학에 해당하는 아폴로니우스의 이차곡선에 대한 연구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상계 운동도 수학적으로 이해
그런데 르네상스를 지나면서 이차곡선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상계의 운동 역시 수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갈릴레오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갈릴레오는 운동을 연구하면서 시간·속도·거리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것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인물이 운동이 왜 일어나는가에 주목했던 것과는 달리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형태로 일어나는지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낙하 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운동의 수학적 법칙을 유도하기도 했다.
 
물체의 낙하운동 법칙을 유도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구조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지구가 돈다면, 높은 탑에서 공이 떨어지는 동안 지구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왜 공은 탑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갈릴레오는 지상의 물체는 지구가 지닌 원운동을 같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직 방향으로 낙하하는 동안 동시에 수평 방향의 등속운동을 계속하므로 탑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릴레오는 책상 위에 경사면을 만들어 공이 등가속도로 움직이게 한 다음, 경사면을 거쳐 책상 아래로 떨어지는 공의 궤적을 조사했다. 이 실험을 통해 투사체의 궤도가 포물선임을 확인했다.

갈릴레오는 책상 위에 경사면을 만들어 공이 등가속도로 움직이게 한 다음, 경사면을 거쳐 책상 아래로 떨어지는 공의 궤적을 조사했다. 이 실험을 통해 투사체의 궤도가 포물선임을 확인했다.

갈릴레오는 이러한 운동의 결합을 발사되는 탄환의 운동에도 적용하였다. 그는 대포에서 발사된 탄환의 운동을 수평방향의 등속운동과 수직 방향의 낙하운동으로 분해했다. 그리고 두 운동의 결합을 통해 탄환이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함을 유도했다.
 
16, 17세기 동안에는 포수들을 위한 매뉴얼이나 대포학 서적 등의 출판이 크게 증가됐다. 타르탈리아 역시 갈릴레오에 앞서 대포 탄환의 곡선 궤도에 대해 연구했던 수학자였다. 그는 대포를 어떤 각도로 기울일 때 탄환이 가장 멀리 나아가는지를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탄환이 움직이는 곡선 궤도는 대포를 기울인 각도로 날아가는 직선운동과 지구 위의 물체가 지닌 원운동, 그리고 아래 방향의 직선낙하운동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이 곡선 궤도는 잘못된 것이었지만, 대포 기술과 관련해 운동의 기하학적 궤적을 연구했던 것은 이전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향이었다. 새로운 곡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증가하였다.
 
 
원 궤도 버리고 타원 궤도 적용
지상에서의 다양한 운동이 이차곡선을 통해 기하학적으로 설명되던 동안, 천체운동 역시 케플러를 통해 이차곡선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라츠 대학의 수학 및 도덕 교수였던 케플러는 16세기 말까지는 원 궤도를 통해 행성운동을 설명했다. 『우주의 신비』(1596)에서 행성의 원 궤도와 그에 외접하는 정다면체 우주 구조를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발견에 고무된 그는 이후 자신의 천체 구조에 대한 검증을 위해 당시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천문 관측 자료를 지니고 있었던 튀코 브라헤의 조수로 들어갔다. 신성로마제국의 왕실 천문학자였던 브라헤가 1년 후 갑자기 죽자 케플러는 그의 지위와 함께 천문 관측 자료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와 함께 브라헤의 관측 자료에 기반을 두고 원으로 행성운동을 설명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원 궤도로는 도저히 관측 자료의 오차를 줄일 수 없게 되자, 케플러는 과감히 원 궤도를 버리고 이차곡선의 하나인 타원 궤도를 적용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케플러는 타원 궤도를 토대로 행성운동의 세 가지 법칙을 발견했다. 이후 케플러의 타원궤도운동은 뉴턴의 기하학적 증명을 통해 정확함이 확인되었다. 가장 중요한 곡선은 원이 아닌 타원이었다.
 
한편, 케플러가 브라헤의 천체 관측 자료에 맞춰 천체운동의 기하학적 곡선 궤도를 고안하던 즈음,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개발해 하늘을 직접 관찰했다. 그는 1609년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 있는 것처럼 확대하는 렌즈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볼록렌즈 하나와 오목렌즈 하나로 이루어진 망원경을 개발했다. 이후 망원경을 들어 올려 천체를 관측하면서 갈릴레오는 달의 크레이터나 태양의 흑점, 그리고 목성의 위성 같은, 기존의 우주론을 반박하는 증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차곡선 활용하는 분야 확대
갈릴레오의 망원경 소식은 천문학자들을 열광시켰고, 갈릴레오 망원경의 단점을 보완하는 더 나은 망원경 개발을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넬이나 케플러, 데카르트, 비커만 등은 렌즈의 곡면을 쌍곡면과 타원면 등을 이용해 개량해 가며 기하학적으로 설명해 나갔다. 이차곡선의 유용성은 렌즈 제작에서도 돋보였다.
 
17세기에 이르면, 원 이외의 다양한 곡선 궤도를 연구하는 것이 수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대포와 총의 탄환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포물선운동을 이해해야 했다. 행성과 혜성, 그리고 유성의 궤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타원 궤도에 더해 포물선과 쌍곡선 궤도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망원경과 현미경 등의 렌즈곡률을 설명하는 데는 타원·쌍곡선·포물선 등이 활용됐다. 자연을 수학적으로 더욱 정확하게 기술하고자 했을 때 이차곡선은 무엇보다도 유용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차곡선을 활용하는 분야는 더욱더 확대됐고, 이차곡선 이외의 새로운 곡선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해졌다.
 
이차곡선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곡선 연구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과제다. 방정식을 배우면서도, 함수나 미적분을 배우면서도 계속해서 이차곡선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아폴로니우스는 자신이 연구한 이차곡선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뜻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이는 수학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래서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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