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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돌아올 관광 청신호 켜졌지만 국익 좇아 돌변 가능성 잊지 말아야

사드 갈등 봉합 이후 한·중 통상은
지난달 31일 한국과 중국이 사드 논란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관광명소인 서울 명동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한국과 중국이 사드 논란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관광명소인 서울 명동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1년4개월 만에 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지난달 31일 양국은 공동 합의를 발표함으로써 관계 복원을 천명했다. 사실 한·중 갈등은 곧 봉합될 것으로 예견됐다.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가용할 만한 외교적 수단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향후 조치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고, 한국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명분을 주고받으면서 ‘터널 통과’를 선언했다.

뷰티·의료 등도 타격 회복 기대
엔터테인먼트는 점차 나아질 듯

평창 올림픽, 관광객 유입 분수령
서울~경기~평창 벨트 활성화해야

 
사드 배치 이후 대(對)중국 교역이 중단·축소됐던 국내 산업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관광·뷰티·의료·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관광·뷰티·의료 분야는 한·중 간 연동성이 커서 단기적으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제품(영화·드라마, 아이돌)’ 생산 주기가 긴 데다, 중국 당국의 규제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당장 체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관광 산업은 타격이 가장 큰 분야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15년 중국 관광객은 연간 600만 명이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인 방문객 수 1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관광객 수는 이전 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상반기 중국 관광객은 220만 명에 그쳤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관광 성수기인 4~6월에도 월평균 24만 명에 불과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서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는 500만 명 정도의 유커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수천 명 중국인 평창 찾을 듯
내년 2월 개최될 평창 올림픽은 사드 사태 이후 단일 이슈로는 가장 많은 중국인이 방한할 초대형 이벤트다. 이른바 ‘중요한’ 유커들이 한국을 찾는다. 200명 안팎의 공식 선수단에 비공식 수행원과 수백 명의 취재진, 스포츠 팬까지 합하면 최소 수천 명의 중국인이 평창을 찾을 것으로 본다. 평창 올림픽은 사드 이후 급감했던 중국 관광객의 대규모 유입이 회복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천과 서울~경기~평창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관광 콘텐트나 한국 드라마, 아이돌 같은 상품성 높은 문화 콘텐트도 집중 홍보할 필요가 있다.
 
사드 논란 이후 국내 관광 산업이 겪은 처참한 좌절감은 뷰티와 의료 분야에도 이어졌다. 이들 분야는 면세점이나 개별 진료 등 소매 영역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분야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중국 관광객의 국내 소비가 줄어드는 양상과 달리 올 상반기 화장품·의료 부문 수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화장품 수출 1순위 국가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8억2300만 달러(약 9200억원)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3% 상승했다. 소매점과의 연동성이 큰 유커의 방한 러시가 시작되면 뷰티 산업과 의료 산업 또한 예전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내 한국 영화제 재개 서둘러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첫 번째 보복 조치는 한한령(限韓令·한류의 진입이나 확산을 제한하는 명령)이었다. 한한령은 사드 보복의 상징이다. 영화 공동제작은 중단됐고, TV 드라마는 방영이 보류됐으며, K팝 콘서트는 취소됐다. 성사 단계에서 중단된 프로젝트의 전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점에 비추어 한한령도 점차 해제될 것이다.
 
정부도 문화 교류 차원에서 한 가지 해줄 일이 있다. 예컨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新聞出版廣電總局)은 매년 중국에서 한국 영화제를 개최해 왔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해 9월 이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정부가 이 영화제만 재개시켜주더라도 민간 교류의 물꼬를 터줄 신호탄이 될 것이다. ‘뷰티풀 액시던트’처럼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들이 다시 상영 날짜를 잡고, ‘사임당: 빛의 일기’ ‘푸른 바다의 전설’ 등 기획 초기부터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했다가 국내에서만 방송된 드라마가 뒤늦게나마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민들도 한 가지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한·중 합의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사드 배치 이전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류와 관련, 중국은 사드와 관계없이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 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합의는 갈등의 ‘해소’보다는 ‘봉합’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갈등 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게 아니라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며 덮어버린 것이다.
 
봉합된 갈등은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한 치밀한 행정 점검에서 볼 수 있듯, 지난 1년간 한국의 대중국 투자와 수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을 똑똑히 배웠다.
 
또한 중국은 자국 이익 우선이라는 냉혹한 태도를 보여줬다. ‘사회주의 중국’에선 정치와 안보·경제·문화가 분리돼 있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국가가 아니기에 정경분리는 어젠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조치 이후 약 40년간 중국은 공산당 1당 통치 고수,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시장 경제를 수용해 실리를 택했다. 그러면서 자국의 경제 이익이 침해받을 때는 법치나 룰이 아닌 공산당의 결정을 앞에 내세웠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각각의 영역은 사회주의라는 명분 또는 실리의 거대 구조로 뒤얽혀 있다. 중국은 이런 상호 구조를 바탕으로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리적인 선택을 해 왔다.
 
적지 않은 수업료 지불, 세심하게 접근을
이번에 한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정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2기 집권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한·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경제적으로는 한국의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5년 전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서둘렀던 이유 중 하나가 경제 협력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논리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자국의 실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사안을 결정한다.
 
우리는 사드 논란을 계기로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중국이라는 나라를 공부했다. 앞으로는 더욱더 중국식 사회주의를 세밀하게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험 요인이 작동하면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기이한 체제가 작동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선택은 자국의 실리가 최우선 기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사드 사태 이전보다 더 많은 요소를 살피면서 세심한 방식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겸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 공저 『차이나 인사이트 2018』 『중국학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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