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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SF영화 속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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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간단한 비서직을 수행해 주는 인공지능 휴대폰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2017년. 4차 산업혁명론이 핵심어처럼 작동하는 와중에 하늘을 나는 드론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터, 사이버로 시작하는 온갖 칭호들. 이런 일상 풍경은 공상과학(SF)영화에 더 친근하게 접속시킨다. ‘저주받은 걸작’하면 곧 떠오르는 ‘블레이드 러너’(1982, 리들리 스콧)가 가을바람을 타고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드니 빌뇌브)로 귀환했다. 박스오피스 통계를 중계하는 영화시장 속성에 따르면, ‘저주받은 걸작’이란 별칭도 계승할 것처럼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주인공 K
원작에 이어 정체성 탐구 수행
차별적 생각을 하는 인간지능이
인공지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1982년 ‘블레이드 러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존재를 알려 준 ‘이티’와 같은 해에 개봉했다. 같은 SF장르이기도 한 ‘이티’는 우주생명체와 어린이의 우정을 보여 주는 푸근한 판타지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1984년 한국 개봉에서도 ‘이티’ 열풍이 대단해, 선량한 커다란 눈망울, 붉은빛이 나오는 긴 손가락 끝, 긴 목의 진한 밤색 이티 인형들, 그 인형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시됐던 거리풍경이 내 기억 세포에 생생하게 각인돼 있을 정도이다.
 
이런 영화시장 흐름 속에서 미래 세상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 낸 ‘블레이드 러너’는 참패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의미심장하게 풀어 가는 미래시대 인간과 복제인간 사이의 정체성 차이 문제, 풍요로운 시청각 기호들에 매혹된 열혈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1993년 감독판으로 한국에도 개봉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젠 효용가치가 없어졌지만, 한때 소장가치가 높았던) LD판으로 4가지 이상 버전이 나오는 전설적 이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미래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가까워진 2019년이 원작의 배경이다. 3차 세계대전 후, 황폐해져 버린 로스앤젤레스(LA)는 검은 오염공기 속에 불기둥을 뿜어내며 암울하게 재현된다.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와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처리하는 특수경찰 블레이드 러너의 대결은 주로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다.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이곳은 혼돈스럽게 그려진다. 포장마차도 있고, 여성 리플리컨트의 스트립쇼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칙칙하고 암울해 보이는 분위기로 이 작품에 ‘SF 누아르’ 란 칭호가 붙여지면서, 이후 SF영화들에 끼친 아우라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제 5원소’는 차이나타운 세팅으로 이 작품에 오마주를 보낸다. ‘터미네이터2’에서는 전쟁기계용도인 터미네이터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휴머니즘’을 계승한다.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보여 준 ‘로보캅’에서는 신체 일부가 기계화된 주인공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공각기동대’에서도 “어디까지 인간인가”라는 문제를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로 풀어 나간다. 그리고 35년 후, 속편으로 돌아온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주인공 K는 원작에 이어 “나는 누구인가” 문제를 기억과 연동시켜 정체성 탐구로 심도 깊게 수행해 나간다. 그 여정에서 원작이 남겨 둔 정체성 문제는 풀리지만, 젠더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감지된다.
 
‘엑스 마키나’(2015, 알렉스 가랜드)에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적인 완벽한 여성 인공지능(AI) 에이바가 등장한다. 그녀는 인공지능 개발의 천재 과학자 네이든이 숲속에 있는 비밀 연구소에서 만들어 낸 작품이다. 이 작품도 남성 과학자가 여성 창조물을 만드는 SF영화의 전통적 설정을 그대로 수행한다. 그런데 에이바는 자신의 정체성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창조자의 굴레로부터 탈주하는 진화과정을 보여 준다. 그것은 다나 해서웨이가 서양, 백인, 남성 중심 세상으로부터의 탈주로 제안했던 ‘사이보그 선언(Cyborg Manifesto)’(1985)을 떠오르게 만든다. 자본과 젠더가 갑을 관계로 작동하는 차별적 생각을 하는 인간지능이 인공지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가을바람 속에 기원해 본다. 현실 문제에 저항하는 상상 에너지로 생성되는 SF영화 장르는 차별을 차이의 공존으로 풀어 가는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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