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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사교육으로 코딩의 즐거움 망치지 말아야

사설
최근 들어 코딩(coding)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코딩이란 컴퓨터가 알아듣는 언어(코드)로 컴퓨터에 명령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돼 중1은 ‘정보’ 교과에서,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은 ‘실과’에서 필수적으로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원가는 이를 이용해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며 고액의 사교육 상품을 내놓고 있다. ‘코포자’(코딩 포기자)라는 말까지 동원해 코딩을 못하면 ‘수포자’(수학 포기자)와 마찬가지로 상급 학교 가기도 힘들어지고, 심지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낙오자로 전락한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오는 15일까지 전국 SW학원 217개를 상대로 선행학습 유발 광고 여부, 교습비 온라인 공개 현황, 미신고 코딩 과외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가 코딩 사교육 열풍 차단에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코딩 교육은 세계적 추세다. 영국은 2014년 9월 초등학교 1학년(만 5세)부터 ‘컴퓨팅(computing)’이라는 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필수로 지정했다. 영국의 이런 움직임은 핀란드·에스토니아·프랑스와 미국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딩이라는 용어에 생소한 40대 이상 학부모 입장에선 불안해할 수 있다. 앞으로 세상에선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는데 자녀가 남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 학원가의 코딩 사교육은 아이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학원들이 과거 영어 사교육 열풍 때 보였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게 하고, 문법을 가르쳤던 것처럼 남이 정해놓은 절차에 맞춰 코딩을 하는 기술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주입식 코딩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문제는 주입식 영어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들의 문제와 유사하다. 코딩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운 지식은 경시대회에서 상을 따거나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도구적 목적에 쓰일 뿐이다. 부모 자신이 학원에서 영어나 수학 사교육을 받으며 공부에 진절머리 쳤던 일을 떠올려본다면 이젠 자녀에게 코딩으로 대물림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코딩을 가르치려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에게 프로그래머란 직업을 갖게 하려는 건 아니다.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으로서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갖추게 해주려는 게 진정한 목적이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문제를 풀어가는 논리적이고 순차적인 절차(알고리즘)를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코딩은 이러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수단이다. 여기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하는 상상력, 나만의 뭔가를 만드는 즐거움이 배어 있다. 사교육은 왜 코딩을 배워야 하는지 그 목적을 생각하지 않게 하고, 배우는 즐거움과 상상력을 모두 빼앗아간다.
 
내년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확대되는 학교의 SW 교육 역시 현재 사교육이 범하고 있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보·컴퓨터 전공 교사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재교육시켜 SW 교사로 돌려 막기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코딩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학교 수업이라면 코딩의 즐거움을 망치고 있는 사교육과 다를 바 없다.
 
교육부가 코딩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것만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용을 쉽게 구성하고, 학생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수업이 되도록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또한 코딩 과목을 대입에 연계시키는 정책은 생각조차 하지 말길 바란다. 학부모 역시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코딩은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한다. 그런 코딩이 주는 자유를 자녀 스스로 느끼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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