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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회복 넘어 재정립 나설 때

Outlook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한 이후 1년이 훨씬 넘게 지속돼온 한·중 간의 갈등은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공동 발표하며 일단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협의 결과를 살펴보면 중국은 여전히 사드를 반대함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 사드의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협력 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드 돌파구 불구 앞으로가 문제
국제 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맞춰
민간 교류 강화, 정서적 유대 쌓고
명확한 국익 설정해 협상 임해야

 
우리 정부의 ‘관련 입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답변으로 요약된다. ‘3불(不)’로 명명된 강 장관의 답변에서 정부는 사드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고,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협의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중이 사드로 인한 갈등의 골을 막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또한 한국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한·중 관계 개선의 기반을 마련함은 물론 다음주 열리는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의 개최를 합의한 만큼 나름대로 성공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3불’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미·일 동맹은 향후 중국을 압박할 효과적인 전략 카드인데 이를 던져버렸다는 지적이 적잖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MD 참여와 함께 동북아에서 한·미·일 3국 동맹이 등장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심각하게 우려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3국의 안보 협력과 동맹 사이에서 중국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한·미·일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느끼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증가한다. 또한 3국의 안보 협력이 사실상 동맹에 가까워진다고 느낀다면 중국은 전략적 균형을 위해 러시아는 물론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역내 신(新)냉전 구도를 불러오고,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의 기반을 쌓는 것은 이 구도가 사라지기 전까지 사실상 요원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신냉전 구도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3국 동맹에 관한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는 한편, 북핵 위협에 대응해 3국 안보 협력의 억지력과 일정 수준의 역할을 중국에 인식시킬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비록 관계 개선에는 합의했지만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한·중 관계는 이제 양자 관계를 넘어 지역적·세계적 레벨의 전략적 함의를 갖게 됐다. 또한 중국 경제정책의 변화로 한·중 경제 협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고 수교 당시와 비교해 중국의 위상과 국력,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이제 한·중 관계는 새로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회복’과 ‘출구’를 찾기보다는 ‘재정립’을 추구할 시기다.
 
한·중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먼저 민간 교류와 공공외교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후에도 미·중의 치열한 전략적 경쟁으로 한·중 간에는 많은 갈등 요인들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 간 갈등은 정책의 변화나 정치적 합의로 조속히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국민 간의 정서적 반감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활발한 민간 교류와 공공외교로 정서적 유대감을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한·중 경제 협력의 틀을 찾아야 한다. 이번 합의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사과 표명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와 ‘경제 정책의 변화’는 냉정하게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 관련 보복 조치를 취하기 전부터 경쟁력을 갖춘 자국 기업 보호와 한국의 중간재를 겨냥한 기술 국산화와 생산 정책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설사 사드 이슈가 해결되더라도 한국의 일부 소비제품과 중간재, 유통기업들이 다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에 한국이 참여해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등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틀을 찾아야 한다.
 
셋째, 한국의 명확한 국가 목표와 핵심 국익이 정의돼야 한다. 한국의 갈지자 행보와 모호한 입장은 주변 강대국들의 압박만 높일 뿐이다. 게다가 중국이 상호 핵심 이익의 존중을 외치지만 한국은 핵심 이익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중국의 핵심 이익만 존중해야 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국가 목표와 이익이 명확해야 외교적 협상도 시작될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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