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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의 풍속도, 그 적나라한 판타지

축언색녀남사, 1825년. 앞 속표지에 담겨 있는 책대여점 주인의 모습. 사진=화정박물관

축언색녀남사, 1825년. 앞 속표지에 담겨 있는 책대여점 주인의 모습. 사진=화정박물관

 전시장 입구에 문패처럼 만들어 붙인 '春畵(춘화)'라는 한자는 퍽 은유적인데 전시장 안은 아주 적나라하다. 신분·나이·관계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동작으로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신체 부위의 상세한 묘사와 함께 곳곳에 그림으로 펼쳐져 있다. 분명 옛사람들이 즐기던 춘화이건만 후대에 이렇게 대놓고 전시하는 걸 보면 옛사람들로서는 기함을 할 지도 모른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입구에 붙은 문패. 사진=이후남 기자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입구에 붙은 문패. 사진=이후남 기자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이곳은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이 새로 마련한 춘화 전시실. 동아시아 고미술 등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한 이 박물관은 2010년, 2013년 두 차례 에로틱 아트전 'LUST'를 열어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시실 한 곳(제5전시실)을 아예 춘화를 상설 전시하는 곳으로 꾸몄다. 풍부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앞으로 4개월마다 주제에 맞춰 전시를 교체해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화정박물관 춘화 전시실
중국·일본 등 작품 상설전시
4개월마다 주제별 전시 교체

 첫 번째 전시로는 중국 청나라 시기와 일본 에도시대를 중심으로 춘화와 공예품 45점을 선보이는 '동아시아 삼국의 춘화'가 진행 중이다. 적나라한 묘사가 안겨주는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풍속화로서 춘화의 다양한 특징이 드러난다. 
'피화춘도' 12번째. 사진=화정박물관

'피화춘도' 12번째. 사진=화정박물관

 예컨대 '춘궁화첩''화영금진'등 각각 책으로 묶인 작자미상의 중국 춘화는 실내장식을 자세히 묘사하고 남녀의 신체는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 풍속화의 인상이 강하다. 춘화첩 제목 중에는 '피화춘도'도 있다. 이를 지니면 불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춘화를 이르는 다른 말로 쓰이는 동시에 춘화를 소장할 그럴듯한 명분을 주는 셈이다.         
 일본의 춘화는 그림만 아니라 판화를 각각 여러 장씩 책으로 묶되 장마다 빼곡한 글씨를 곁들여 이야기책 같은 형태를 띤 작품이 여럿 자리했다. '풍류염색마네몬'은 콩알만 한 크기로 변신한 사람이 전국을 돌며 이른바 색도(色道)를 익히는 구성이다. 장면마다 한켠에서 남들을 행위를 관찰하는 작은 사람이 등장한다. '축언색녀남사'는 속표지 첫머리에 책 대여점 주인이 등장, 그림만 봐선 깊은 이해가 힘드니 글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이 책을 소개한다. 대여를 통해서도 춘화가 널리 유통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수많은 요괴 대신 유곽 등을 무대로 여러 여성이 나오는 '백귀야행'도 있다. 모두 작가의 이름이 뚜렷한 작품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에도시대 이름난 화가들은 춘화도 곧잘 그렸다. 화면 구성이 대담한 '다양한 사랑의 방식'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50대 시절 작품이다.   
백귀야행, 1825년, 색판인쇄 반지본 3권. 사진=화정박물관

백귀야행, 1825년, 색판인쇄 반지본 3권. 사진=화정박물관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남녀 가운데 여성의 피부를 더 하얗게 그리거나 전족을 한 여성의 작은 발을 부각하는 등 다양한 기법도 눈에 띈다. 과장법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신체 부위를 유독 큼직하게 그리는 것은 물론 가끔 몸동작과 머리 방향이 엇갈리기도 한다. 특히 중국 명말 청초의 '비희도'는 기계체조라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의 몸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세가 담겨 있다. 김옥임 책임연구원은 "따라하다 허리가 부러졌다는 기록도 있다"며 "춘화는 때로는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청나라 때의 '압상저'. 사진=화정박물관

중국 청나라 때의 '압상저'. 사진=화정박물관

일본 메이지 시대의 '금지춘화문패'. 사진=화정박물관

일본 메이지 시대의 '금지춘화문패'. 사진=화정박물관

 아주 작은 크기로 춘화 같은 모습을 담은 공예품도 선보인다. 펼쳐놓은 화첩과 달리 벽면에 뚫어놓은 구멍이나 살짝 열린 문틈을 통해 보는 듯 전시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관람료 5000원.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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