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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가치 나누는 ‘착한 영향력’으로 세상 바꾼다

사회공헌 활동의 새 트렌드, 인플루언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공동 캠페인 추진을 약속한 방탄소년단 멤버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랩몬스터, 지민, 제이홉.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공동 캠페인 추진을 약속한 방탄소년단 멤버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랩몬스터, 지민, 제이홉.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옥 대회의실. 평소 조용하던 회의실은 이날 발디딜 곳 없을 만큼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곳에서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간 ‘글로벌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협약식’이 열려서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대세 아이돌’로 불릴 만큼의 인기를 자랑한다. 행사는 방탄소년단과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과 유니세프의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인 ‘엔드 바이올런스(#ENDviolence)’의 결합을 알리는 자리였다. ‘러브 마이셀프’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애를 바탕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포용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를 통해 학교 폭력이나 자살 등 청소년 문제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동과 청소년을 줄여 가자’는 유니세프의 ‘엔드 바이올런스’와 맥을 같이한다.

소셜테이너 사회활동과 달리
청소년·여성문제 등 의제 설정
문제 해결 위한 대중 참여 이끌어

아이돌 그룹, 유니세프와 손잡고
자신 사랑, 타인 배려 캠페인 진행
안성기, 션-정혜영도 꾸준히 활동

 
협약에 따라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5억원을 기부하고 ▶앞으로 2년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 음반 판매 순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goods·상품) 판매 순익 전액 ▶일반인 후원금 등으로 기금을 만들어 유니세프의 ‘엔드 바이올런스’ 캠페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아티스트가 유니세프와 글로벌 차원에서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랩몬스터는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 버리고 다른 이들을 볼 여유가 없어진 지금 우리 세대들에게 얼마든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건강한 방향으로 같이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에 먼저 제안
방탄소년단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공동 캠페인을 펼치기로 한 일은 사회공헌 활동의 최근 추세를 반영한다. 지금까지는 민간시민단체(NGO)가 단체 이미지에 맞는 유명 연예인 등을 섭외해 홍보대사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NGO에 의해 주어진 의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다양한 사회문제 중 의제를 설정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협업 역시 방탄소년단 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자원봉사나 홍보대사 활동 등 개인적 선행 수준을 넘어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도 기존과는 다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들의 팬들과 어떤 가치를 나눠야 할지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며 “과도한 경쟁과 실패 등으로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고 있는 10, 20대를 위해 내놓은 ‘진정한 사랑의 출발은 자신’이란 메시지 역시 방탄소년단 스스로 도출해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소셜테이너(Social-tainer)’와도 다르다. 인플루언서들은 정치적·사회적으로 논란과 대립이 나타나는 이슈보다 일반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국내에선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1980년대부터 35년 이상 세계 어린이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 온 배우 안성기(65)씨나 국내에 기부와 자선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고 있는 션-정혜영 부부가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션-정혜영 부부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약 45억원에 달한다.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 역시 홀트아동복지회와 굿네이버스 등 NGO를 통해 국내외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꾸준히 힘을 보태고 있다.
 
방탄소년단 트위터 팔로어만 972만 명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 현지 어린이를 위로하는 배우 안성기씨. [사진 유니세프]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 현지 어린이를 위로하는 배우 안성기씨. [사진 유니세프]

인플루언서의 힘은 역시 그들의 영향력에서 나온다. 영향력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유명 음악차트인 빌보드 앨범 차트 톱10에 진입했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972만4000여 명(3일 오후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62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유튜브 공식채널(Bangtan TV) 구독자는 481만 명이다. 이런 기반을 무기로 방탄소년단은 온라인 공간에서 페이지 뷰, 노래재생 수, 팔로어 수 등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소셜차트’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45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의 지난해 연간 기준 1위는 캐나다 가수 저스틴 비버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위 사진). 홍보대사인 션은 병원 건립자금을 모으는 데 기여했다. 병원 내에는 션이 기증한 러닝복과 메달이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위 사진). 홍보대사인 션은 병원 건립자금을 모으는 데 기여했다. 병원 내에는 션이 기증한 러닝복과 메달이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배우 안성기씨 역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넘어 글로벌 본부에서도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랜 기간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데다 93년부터 친선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안씨는 전 세계 34개 주요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친선대사 중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이로도 유명하다. 션-정혜영 부부 역시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션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여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부금이 10원 모일 때마다 션이 직접 1m를 달리는 캠페인(굿액션 by 션)을 통해 어린이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등 병원 건립 자금을 모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병원 건립에 1만 명에 달하는 개인 기부자의 도움이 답지했다.
 
이들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신속하게 나타난다. 방탄소년단과 유니세프 간 협약식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캠페인 홈페이지(love-myself.org)’의 방문자 수는 60만 명에 달했다. 방문자 중 75%는 해외에서 발생한 것이다. 동시 접속자 수는 최고 1만9000여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팔로어는 15만5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6만3000명이 각각 늘어났다. 1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홈페이지의 방문자 역시 평소보다 5배가 늘었다. 공식트위터 계정(@unicefkorea) 팔로어는 협약 이후 하루 새 1만 명이 증가한 6만4000명이 됐다. 서충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후원본부 팀장은 “협약식 이후 기부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 기부 인증이 쏟아지고 있고, 해외 팬들이 유니세프 국내와 해외 사무실로 계속 기부 방법을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인플루언서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할리우드 톱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현재 배우로서 활동보다 유엔난민기구의 특사로 더 많이 활동한다. 인기 팝스타 비욘세는 스스로를 ‘현대판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며 여성과 청소년 관련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서바이버 재단(Survivor Foundation)’을 세운 뒤 가난과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을 지원해 왔다. 최근엔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역시 과거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던 현역 시절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위기에 처한 어린이를 위한 ‘데이비드 베컴 유니세프 재단’을 출범했다. 사회적 영향력를 바탕으로 선행을 펼치는 인플루언서들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직장인 김영철(45)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들 덕에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다”며 “당초 목표대로 정치적·상업적 목적과 거리를 두고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모범을 보여 준다면 나이를 떠나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의 강점인 영향력에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로 구설에 휘말리는 일도 많아 오히려 사회공헌활동에 해악을 끼칠 수 있고 이들과 손을 잡은 NGO는 의도치 않은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익명을 원한 NGO 관계자는 “대중의 적극적인 기부가 아쉬운 NGO로선 유명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를 해준다고 먼저 얘기를 꺼내 오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홍보대사란 결국 해당 단체의 얼굴인 만큼 무료로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다가오는 연예인이라고 무작정 같이 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유명인의 평소 평판이나, 우리 단체와 함께 오래도록 같이 일할 수 있는 분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 함께 일할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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