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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3不’ 합의 돌출…먹구름 낀 한·미 북핵 공조

미리 본 한·미 정상회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미국 하와이 방문에 이어 일본(5~7일), 한국(7~8일), 중국(8~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베트남·10~12일),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필리핀·12~15일)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美, 한국 입장 표명에 불편한 기류
맥매스터 “한국 주권 포기 안 할 것”

문 대통령, 미·중 간 균형 외교 시사
“한·미·일 군사 동맹 바람직 안 해”

국제사회 대북 압박 공조 강화에
韓 대화 추진, 美와 엇박자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의 최우선 현안은 단연 북핵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최우선 목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는 만큼 모든 나라가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평화적 압박 캠페인(peaceful pressure campaign)’의 결정판인 셈이다.

 
‘트럼프-아베 신(新)밀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일 간에는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반면 1박2일간의 국빈 방문을 앞둔 한국의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10·31 한·중 합의’ 과정에서 나온 정부의 ‘3불(不) 입장’ 표명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사안의 성격상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향후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구상’ 놓고 한·미 이견
정부의 ‘3불 입장’은 한·중 합의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나왔다.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선 한발 더 나아갔다. 문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가 3국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국의 움직임에 미국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내가 본 바로는 (한국의)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미래의 안보 관련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한국의 설명을 일단 믿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후폭풍을 우려한 우리 정부는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중 합의 발표 당시 “중국과 협의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했다”며 “한·미 동맹에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이 없도록 주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미국도 사드가 제3국(중국)을 향하지 않는다는 말을 중국 측에 해줬다”며 “(이번 합의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그동안 미뤄왔던 독자적인 대북제재안 발표도 예고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찮다. 무엇보다 정부의 ‘3불’ 입장 표명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 이를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움직임과 배치된다. 이 구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제시한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다. 기본 개념은 미·일 안보 동맹에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의 외연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아시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중국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구상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일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국 압박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방위적인 요구를 해오고 있다. 지난 6월 첫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한·미·일 3국 안보 및 방위 협력 발전’이란 문구가 반영됐다.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기자회견 때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난 4월 방한 당시 발언을 인용하며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은 지난달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ACSA는 전시 탄약을 비롯해 연료와 식료품 등 각종 군수물자를 상호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함께 추진하다 국내 여론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중 사드 합의는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벌여놓은 여러 전선 중 하나를 사전에 해소한 것”이라며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미국의 압박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입장 변경은 사드 보복 조치 이후 한국 내에서 중국 비판 여론과 한·미 동맹 강화 여론이 커지면서 한·미·일 지역안보 체제에 한국이 동참할 가능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가에서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중국의 사드 보복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정작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에 거리를 둔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평창 올림픽 카드’ 적극 활용 모색
정부가 이번 사드 합의를 계기로 중국의 협조를 얻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향후 한·미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대목이다. 미국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핵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7일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이 같은 미국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외교안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한·중 사드 합의→연내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중국을 통한 북한의 도발 중단과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설득→북한의 비핵화 대화 복귀라는 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교류·협력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시점과 맞물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키 리졸브 연습)의 연기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미국 내에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기류는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향후 한·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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