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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파월 연준의장 지명은 안전한 도박"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제롬 파월(64)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를 지명한 것은 “안전한 도박(Safe Gamble)”이라는 월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파월이 미국의 여러가지 경제 난제들을 풀기 위해 자신의 전임자인 옐런처럼 안정적인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파월을 지명한 것은 “안전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는 파월의 견해와 성정이 모두 옐런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파월은 실업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을 위해서는 연준이 채권 매입과 이자율, 구두 가이드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월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파월 지명자와 함께 등장해 "연준은 강력하고 꾸준한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 파월은 연준에서 동료들의 존경을 받았고 건전한 경제정책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람'(consensus builder)임을 증명해왔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파월이 우리 경제를 이끌 지혜와 지도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상원이 신속하게 파월을 인준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파월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거쳐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옐런 현 의장의 뒤를 이어 제 16대 연준 의장에 오르게 된다. 임기는 4년 이다.

파월 지명자는 "인준을 받는다면 의회가 부여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경제는 금융위기에서 회복돼왔고, 금융시스템은 현재 회복력을 갖고 있다. 연준은 시장의 변화와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응한 준비를 갖출 것"이라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통화정책 독립성의 전통에 따라 객관성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드-프랭크법을 도입하는 것을 찬성했다. 당시 파월은 규제의 강도를 조금 약하게 하는 방안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파월 지명자의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안전한 도박”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연준의 수장으로써 미국 경제를 이끄는 일은 연준의 한 멤버로 참여하는 일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한 표를 행사하는 게 아니라 통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시장과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월 지명자는 프린스턴대학과 조지타운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다. 그가 상원의 인준을 통과하면 폴 볼커 이후 약 30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지니지 않은 최초의 연준 의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변호사와 금융인으로 일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81∼1983년 뉴욕 법률회사 ‘데이비스 포크 앤드 워드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2년에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국내 금융 담당 차관을 맡았다. 1997∼2005년 투자회사 칼라일그룹 파트너로 일하기도 했다. 2008년에 벤처캐피탈인 글로벌인바이런먼트펀드(Global Environment Fund)의 매니징 파트너로 근무했다.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워싱턴 비영리 씽크탱크인 '양당 정책 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의 객원연구원으로 일했다. 2012년 공화당원이던 그는 민주당 출신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이사로 취임했다.

파월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그가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며, 꼼꼼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모든 측면들을 이해할 때까지 스스로 몰두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월이 지난 2012년 연준 이사로 합류했을 당시 그는 자신이 경제학 박사 학위를 지니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동료들은 전했다. 그는 핵심적인 사안을 다룰 때 박사 학위 소지자들과 편안하게 토론을 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더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은 이제 연준 의장으로서 옐런 의장이 남긴 숱한 난제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파월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는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도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않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올리느냐하는 것이다.

그가 직면하게 될 또 다른 전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가격 문제다. 파월도 옐런과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부르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유발시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난제들에 직면한 파월은 자신의 전임자인 옐런과 유사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월 역시 대안적인 여러 정책들을 제시한 뒤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이 덜한 정책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현재로서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도전은 연준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자신만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이다. 폴 볼커 전 연준의장(1979~1987년)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1987~2006년)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었다.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2006~2014년)과 옐런(2014~2017년)은 카리스마보다는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구사했다.

파월은 버냉키나 옐런보다 훨씬 더 합의를 도출하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월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은 험악한 정치적 상황이다. 통화정책은 이제 더 이상 정당을 초월한 문제가 아니다. 공화당은 버냉키와 옐런을 깎아내리고는 했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파월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과거 연준 의장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제기되는 위협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정치적인 노련함을 발휘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파월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인 연준위원 3명을 기존의 통화 완화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온 인물로 임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부의장은 ‘매파’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일고 있다. 연준 부의장에 매파가 임명될 경우 파월의 입지는 초장부터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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