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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느림상’을 공모도 없이 서둘러 선정 … 전주, 슬로시티 맞나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전주시는 느리지만 분명한 걸음으로 착실히 걸어가겠습니다.”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교동 전주향교에서 ‘제1회 세계슬로포럼 및 슬로어워드’를 연 김승수 전주시장의 말이다. 사흘간 열리는 이 행사는 인구 60만명 이상 대도시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심형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주시가 “슬로시티의 수도가 되겠다”며 야심 차게 준비한 행사다.
 
이중 ‘슬로어워드’는 느림의 가치를 실천한 국내외 개인과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전주시는 이 상을 홍보하면서 ‘국제 규모의 시상제도’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개된 국내 부문 수상자 면면은 화려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장석주 시인이 개인상을, 나영석 PD팀이 단체상을 받았다. 박 시장이나 인기 TV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등을 만든 나 PD는 국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느림과 비움의 미학’이라는 책을 쓴 장 시인도 문학계에선 유명 인사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한국슬로시티본부가 추천한 이들은 처음부터 공모가 아닌 ‘단수 후보’였다. 슬로어워드 심사위는 수상자로서 적합 여부만 따졌다. 공교롭게도 2일 열린 시상식에는 주인공인 박 시장과 나 PD가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전주시는 “첫 행사라 준비 기간이 촉박한 데다 상의 권위를 높이고 훌륭한 분들을 모시기 위해 공모를 생략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지역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전주시가 정작 이런 철학을 강조한 행사를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깜짝 이벤트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지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전주시는 슬로시티가 아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슬로시티는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곳인데 전주 한옥마을은 패스트푸드와 전동스쿠터가 넘친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도 “한 해 1000만명이 몰려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 관광)’의 부작용이 심각한 한옥마을을 슬로시티라고 부르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슬로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따슬로(Citta 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이후 한국 13곳을 포함해 30개국 235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전주시가 주최한 이번 행사의 주제는 ‘세계가 묻고 전주가 답하다’이다. 이 때문인지 전주시민들 사이에선 김 시장에 대해 이런 질문이 나온다. “전주가 느림의 상징입니까?” 전문가들은 말한다. ‘슬로시티의 수도’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매달리기보다 더디더라도 시민들의 삶이 풍요로운지 살피는 게 먼저라고.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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