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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삼성전자 고배당의 빛과 그림자

김광기 제작2담당·경제연구소장

김광기 제작2담당·경제연구소장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책은 놀랍다. 내년부터 현금 배당액을 두 배로 늘려 연 10조원씩 3년간 30조원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최소 보장액이 그렇다는 얘기고, 돈을 더 벌면 순익의 절반을 무조건 떼어내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했다. 반도체 수퍼 호황에 비추어 실제 주주 환원액은 매년 20조원, 3년간 6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 강화 위해 외국인 주주 환심 사려는 의도
청년 일자리 창출 적극 나서 국민 마음도 샀으면

여의도 증권가는 환호한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400만원까지 높였다. 삼성전자 덕분에 코스피 지수도 연일 최고치 행진이다. 기업이 장사를 잘해 주주에게 보상하는 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하지만 삼성전자 고배당 결정의 뒷맛은 씁쓸하다. 외국인 주주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4%로 배당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직행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현금 배당액은 연 2조~3조원대에 머물다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3세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시점이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삼성 오너 가문의 취약한 지분구조를 간파하고 주주 환원을 순익의 50%까지 늘리라고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재벌개혁의 요구가 다시 거세진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와해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의 환심을 사기로 하고, 그들 요구를 전폭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그래도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은 지나치다. 연 20조원이면 연봉 1억원짜리 고급 인력을 무려 20만 명 고용할 돈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은 10만 명이 채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81만 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데 5년간 들어갈 돈이 21조원이다.
 
이게 현 정부가 기대하는 재벌개혁일까. 마침 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직접 물어봤다. “어떻게 그런 결정이 나왔는지,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하고 답답하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그로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기색이었다.
 
삼성이 주주 환원을 연 10조원 정도 하고, 남은 10조원을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벤처형 기초과학연구소 10여 곳을 만들어 1조원씩 나눠 투입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뇌공학 등 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이고 역사·철학·문학·고문서 같은 인문학 분야 연구소도 좋다. 연 10조원은 단번에 수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된 청년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 낳고,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연구소에는 5년 정도 넉넉한 시간을 준다. 거기서 나올 소프트웨어나 콘텐트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가 된다. 5년 뒤부터는 연구 성과를 팔아 스스로 먹고살라고 하는 게 맞다. 자생력 없는 곳은 도태한다. 삼성으로선 평생 고용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뚱딴지 같은 국민 환심 사기 정책이라 해도 좋다. 따지고 보면 삼성 등 오늘의 재벌이 있기까지 국민의 성원과 희생이 따르지 않았는가. 기업이 주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건 요즘 세계 경영학계 연구의 대세적 흐름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는 물론 채권자·종업원·소비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포괄한다는 이론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에 입각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선진 복지국가를 일군 게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재벌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헌을 강화하자 국민은 오너 가문의 경영권 승계를 5~6대째 인정했다. 외국인 주주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내도록 차등 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했다.
 
결정적 순간에 경영권을 지켜줄 수호 천사는 외국인 주주일까, 우리 국민일까. 삼성은 이를 냉정히 따져봤으면 한다. 정부도 재벌개혁 구호만 높일 게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의 실리적 길을 서둘러 모색했으면 좋겠다. 불신과 갈등의 골을 메우지 않고선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김광기 제작2담당·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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