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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아말피 캠핑장서 즐긴 결혼기념 저녁식사

기자
장채일 사진 장채일
인간에겐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있다고 한다. 수면욕, 식욕, 성욕이 그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 있을까? 생각해보면 배설욕, 소유욕 등도 이들 못지않게 강한 욕구이다. 또 있다. 쇼핑욕이 그것이다. 쇼핑욕의 서열은 어디쯤 될까?
 

장채일의 캠핑카로 떠나는 유럽여행(4)
소시지·치즈 등에 간장·참기름 섞어 지지고 볶아
캠핑장 가는 도중 나폴리의 아울렛 들러 아이쇼핑

 
쇼핑욕. [사진 Pexels]

쇼핑욕. [사진 Pexels]

 
아이 둘을 낳고 삼십 년을 넘게 같이 살면서도 가끔 이해하기 힘든 아내의 말이 있다. TV 홈쇼핑을 열심히 보기에 살 거냐고 물으면 대답이 "그냥 한번 보는 거야~"다. 사지도 않을 건데 '그냥 한번 보기 위해' 몇십 분을 즐겁게 보내는 아내의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대에 부풀었던 캠핑카 여행의 첫날밤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노숙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 휴게소가 하필 나폴리 근처였다는 것, 나폴리에는 산타루치아와 누오보 성뿐만이 아니라 프리미엄 아울렛도 있다는 것, 마침 휴게소 벽에 나폴리 아울렛 광고지가 붙었고, 지금이 바로 유럽 여성들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가을 세일기간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차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핸들을 홱 돌릴 수 있는 캠핑카였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운전대는 내가 잡았지만 차 안에서는 서열이 아내보다 아래라는 것도 우리의 일정에 난데없이 나폴리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선 이유였다.
 
 
이탈리아 남자들도 쇼핑에 관심이 덜한 건 우리네와 마찬가지인 듯싶다. 아내들이 아울렛에서 쇼핑하고 있는 동안 가게 밖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고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들. [사진 장채일]

이탈리아 남자들도 쇼핑에 관심이 덜한 건 우리네와 마찬가지인 듯싶다. 아내들이 아울렛에서 쇼핑하고 있는 동안 가게 밖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고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들. [사진 장채일]

 
"여보, 여기 구경 좀하고 가요~"  
"오잉? 살 것도 없으면서 거긴 왜 가?"  
"그냥 구경하러~"  


 
예정에 없던 아울렛 방문 
 
경험상 이 순간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아~ 너무 좋은 생각이야! 당신은 눈썰미도 참 좋아. 어떻게 이런 좋은 정보를 발견했어? 내 눈엔 보이지도 않던데~"라고 호들갑을 떨며 맞장구를 치던지, 아니면 사람 좋은 미소를 흠뻑 날려주는 일뿐이다. 순종은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므로.
 

나폴리 아울렛 구경을 마치고 아말피 해안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캠핑장을 찾았다. 체크인한 후 캠핑카에 외부 전기를 연결하고 깨끗한 물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캠핑 테이블을 펼쳐 놓으니 그럴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탈리아 남부 한 시골마을에서 맞이한 결혼 33주년 기념 '조촐한 저녁식사' 테이블. [사진 장채일]

이탈리아 남부 한 시골마을에서 맞이한 결혼 33주년 기념 '조촐한 저녁식사' 테이블. [사진 장채일]

 
인근 시장에서 산 소시지, 치즈 등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지지고 볶으니 국적 없는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이 핵심이라던데, 이탈리아 남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 캠핑장에서 우리는 '국적 없는 융복합 하이브리드 저녁 식사'로 진정한 캠핑카 여행의 첫날밤을 보냈다.  
 
이날은 마침 우리가 결혼한 지 33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말피 해안도로 입구에 위치한 캠핑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사진 장채일]

아말피 해안도로 입구에 위치한 캠핑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사진 장채일]

 
우리가 머물렀던 캠핑장. ACSI 카드를 내밀었더니 17유로만 받는다. 단돈 17유로에 나폴리에서 이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앞으로 한 달간 이런 여행을 여유롭게 이어나갈 수 있다니. 인생 여행은 은퇴와 함께 시작된다는 말이 진정 틀리지 않는다.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blog.naver.com/jangchaiil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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