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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원전 불임 국가

김원배 경제부 차장

김원배 경제부 차장

“시민참여단의 논의 주제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였습니다. 원전 축소는 공사 재개와 같은 수준으로 권고안에 담을 내용이 아닙니다. 원전 축소·유지·확대는 많은 설문조사 항목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공론조사의 시민참여단으로 활동한 송호열 전 서원대 총장의 말이다. 지난달 20일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 원전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라는 4차 조사(471명)를 근거로 했다.
 
송 전 총장은 “신고리 5·6호기뿐 아니라 탈원전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공론화위원회는 ‘토론 주제는 신고리 5·6호기’라고 반복해서 얘기했다. 당시 논의 과정이 녹취·녹화돼 있을 테니 이를 공개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론화위가 권고한 원전 축소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언제 할 것인가, 숫자를 줄일 것인가, 발전 비중을 낮출 것인가 등이다. 2012년 일본의 공론조사에선 원전 제로, 15%, 20~25% 등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 공론화위가 이를 권고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공론조사를 제대로 설계했어야 한다.
 
원전 축소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는 탈원전(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계획 중인 원전 6기를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 축소를 바로 탈원전으로 연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면 원자력 산업의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 후손을 낳지 못하는 생명체는 멸종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부지 매입 단계에서 취소된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엔 새 원자로인 ‘APR+(플러스)’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신고리 3·4·5·6호기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채택된 APR1400보다 발전 용량이 커지고 안전성이 강화됐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2357억원을 들여 개발한 APR+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을 사장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를 천지 원전에 적용해 전략 수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PR1400과 APR+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 원전 산업도 부흥하고 원전 기술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쓰지 않는 APR+를 어떻게 수출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신기술이 적용된 새 원전을 건설해야 안전성이 높아지고 수출도 할 수 있다. 더구나 미래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신재생 에너지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원전을 축소한다고 해도 국내 원전 산업이 일정한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둬야 한다.
 
김원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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