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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함, 상선과 충돌 피할 수 있었다” … 과로 아닌 군기 해이

지난 6월 필리핀 상선과 충돌해 선체가 손상된 미국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 [연합뉴스]

지난 6월 필리핀 상선과 충돌해 선체가 손상된 미국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 [연합뉴스]

“단 한 명도 알아채지 못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접 대응하는 미 7함대 소속 전함들이 올 들어 연달아 상선과 충돌해 치명적 손상을 입은 것과 관련, 미 해군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함은 지난 6월 일본 인근 해상에서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장병 7명이 사망했고, 8월에는 또 다른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함이 싱가포르 근해에서 상선과 충돌해 승조원 10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병사 임무 소홀, 함장 리더십 부족

미 해군은 1일(현지시간) 공개된 조사보고서에서 “충돌 직전까지 전함 내 누구도 상선이 다가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사고 당시 경계를 서던 병사부터 함장까지 어떤 판단을 하고 움직였는지 상세히 기술됐다.
 
보고서는 피츠제럴드함이 2만9000t이나 되는 상선 ACX크리스털호의 접근을 파악하지 못한 것과 관련, “고도로 훈련된 병사들이 어떻게 이런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한 명의 책임이 아니라 총체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이더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을 살피던 병사는 사방을 경계하지 않고 오직 전함의 진행 방향만을 살폈고, 전함의 진행 방향과 속도 조절을 책임지던 장교들이 근무 중이었지만 상선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이들의 조치가 너무 늦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함장은 병사들을 피로에 지치게 만든 책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매케인함의 경우 상선 알닉MC와 충돌 시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선들이 많이 다니는 항로였음에도 경험이 부족한 병사가 항로를 살피는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지휘부는 국제항해기준에 어긋나게 전함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했다. 미 해군은 이런 결정을 내린 지휘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 해군 당국은 충돌사고와 관련해 두 전함 사령관을 이미 파면 조치하고 조지 오코인 7함대 사령관을 보직 해임하는 등 다수의 지휘관을 징계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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