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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지리산 밑 구례에 '힐링 명소' 만든 예술가들

구례 예술인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인형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만져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인형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만져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광의면 ‘구례 예술인마을’.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이 지리산 자락을 타고 울려 퍼졌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토요 오픈 스튜디오’ 개장 2주년을 기념한 공연이었다.
 

전남 구례에 조성된 이색 '예술가마을' 가보니
예술가들 30명, 2008년부터 지리산자락에 '둥지'
매주 토요일 회화·도자기·인형·판화 체험장 변신

'천혜 풍광' 속에서 각종 예술체험에 피자 맛까지
오페라 등 수시공연에 둘레길·화엄사·온천 산재

관객들은 이탈리아에서 온 테너 마르코 비안키(74)의 열창이 끝나자 연신 박수를 쏟아냈다.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객석 곳곳에선 “앙코르”가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무대에서는 의외의 음악이 시작됐다. 조금 전까지 무대를 달궜던 오페라 선율이 아닌, 판소리 장단이 흘러나온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비안키와 바르바라 그로시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국악인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비안키와 바르바라 그로시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국악인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음악은 동서양이 서로 통하나 봅니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무대에 오른 국악인 조선하(35)씨는 판소리 춘향가 속 ‘사랑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사랑·사랑 내 사랑아/ 사랑·사랑·사랑 사랑이로구나”
 
고수를 맡은 황의출(42)씨의 북 장단에 맞춰 조씨의 가락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이내 “좋다” “얼쑤” 등을 외쳤다. 마을에 입주한 예술인 가족과 인근 주민들, 관광객 등이 함께한 이날 음악회는 참석자 모두가 어우러져 춤을 추는 축제로 막을 내렸다. 
국악인 조선하씨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이탈리아 가수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악인 조선하씨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이탈리아 가수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등산객 임선정(56·부산시)씨는 “둘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예술인마을을 찾았는데 산골에서 열린 공연치고는 수준이 높아 깜짝 놀랐다”며 “대도시의 유명 극장에서 보던 오페라와는 또 다른 특별한 감흥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이 예술과 자연을 테마로 한 힐링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전국의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터를 잡은 테마 마을에는 현재 30가구가 입주해 있다. 
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건물들에서는 서양화가들과 동양화가·도예가·조각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지리산 속 오지(奧地)였던 8만5950㎡ 면적이 하나의 예술 체험장이자 작품 전시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은 천혜의 풍광 속에서 폭넓은 예술을 체험할 수 있어 예술인들이나 가족 단위 탐방객에게 인기다. 마을 인근에는 화엄사와 수목원·휴양림·온천 등 지리산 주변의 문화·관광자원도 많다.
 
2012년 4월 개촌한 마을을 널리 알린 것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이 입주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예술 활동을 체험하거나 공유하는 이벤트다. 현재는 도자기·회화·인형·판화 등 작업실 7곳이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을 맞는다.
구례 예술인마을 내 ‘한갤러리’에서 서양화가인 손한희 대표가 아들 김준기씨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 내 ‘한갤러리’에서 서양화가인 손한희 대표가 아들 김준기씨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오픈 스튜디오’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한 갤러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림이 있는 식탁’을 테마로 한 갤러리 레스토랑과 카페가 연중 365일 문을 연다. ‘판소리와 오페라의 만남’이란 테마로 열린 2주년 기념 공연도 이곳에서 열렸다.
서양화가인 손한희(60·여) 대표의 작업실을 겸한 카페 한쪽에는 아트숍도 꾸며져 있다. 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와 수공예아트 등을 판매한다.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인형박물관을 운영하는 김춘동씨가 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인형박물관을 운영하는 김춘동씨가 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깨어나다 인형박물관’은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공간이다. 문화인류학자인 김춘동(65)씨가 외국의 전문컬렉터로부터 기증받은 세계 각국의 인형들로 박물관을 꾸몄다. 김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탐방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평생 음식과 문화를 연구해왔다"는 그는 이곳 오픈 스튜디오 참가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임금희 대표가 운영하는 구례 예술인마을 내 ‘아뜰리에 뷰(View)’를 찾은 학생들과 탐방객들이 추상화와 야생화 등 현대미술을 체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금희 대표가 운영하는 구례 예술인마을 내 ‘아뜰리에 뷰(View)’를 찾은 학생들과 탐방객들이 추상화와 야생화 등 현대미술을 체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뜰리에 뷰(View)’에서는 추상화와 수채화·야생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화가인 임금희(59·여) 대표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구례 지역 학생들과 탐방객들이 다양한 현대미술을 배워간다.
전희원(15·구례여중2)양은 “2년째 그림지도를 받고 있는데 서울 등 대도시를 가지 않고도 미술에 대한 수준 높은 안목을 키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도자기를 체험할 수 있는 ‘화수분’을 찾은 탐방객들이 직접 자기를 빚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다양한 도자기를 체험할 수 있는 ‘화수분’을 찾은 탐방객들이 직접 자기를 빚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다양한 도자기를 체험할 수 있는 ‘화수분’에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예가인 최범창(51)씨의 작품 10만 여점을 관람한 뒤 직접 도자기를 빚어볼 수 있다. 컵이나 접시·쟁반·공룡·꽃 같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어 어린이나 여성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참가자들이 빚은 자기는 유약을 입혀 구운 뒤 각 가정으로 배달을 해준다. 
구례 예술인마을 내 ‘판공방’을 찾은 탐방객들이 김경희 대표에게 '규방공예'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 내 ‘판공방’을 찾은 탐방객들이 김경희 대표에게 '규방공예'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판공방’은 다양한 판화작품과 소품들을 체험·판매하는 곳이다. 대표인 김경희(46·여)씨와 함께 천연염색에 기존 판화를 접목한 공예작품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는 토요일이면 머리핀이나 팔찌 만들기 체험도 한다. 김씨는 “원래 판화공방을 운영했는데 우연히 전남 나주를 찾았다가 천연염색의 매력에 빠져 규방공예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 내 ‘갤러리 풀(Full)’을 찾은 외국인 가수들과 탐방객들이 세계 각국의 옻공예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 내 ‘갤러리 풀(Full)’을 찾은 외국인 가수들과 탐방객들이 세계 각국의 옻공예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갤러리 풀(Full)’은 옻공예 작가인 김나래(29·여)씨의 옻칠 예술작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도자기와 금속제품 제품과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게 한옻공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는 옻과 두부를 넣어 독특한 질감을 구현한 작품들도 있다.
구례 예술인마을 ‘굿데이 갤러리펜션’의 서정수 대표와 부인 손영숙 화가가 펜션 마당에 있는 ‘제비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 ‘굿데이 갤러리펜션’의 서정수 대표와 부인 손영숙 화가가 펜션 마당에 있는 ‘제비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마을 중간에 자리한 ‘굿데이 갤러리펜션’은 마을의 쉼터 역할을 한다. 서정수(68) 대표와 수채화 화가인 부인 손영숙(58·여)씨가 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을 운영한다. ‘그림이 있는 방’을 테마로 꾸며진 갤러리에서 손 작가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마을의 토요 오픈 스튜디오가 빠른 속도로 정착한 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관광두레’의 역할도 컸다.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조직을 꾸리고 주민 역량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관광사업 모델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례 예술인마을 내 조형물.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례 예술인마을 내 조형물.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관광두레’의 경우 이 마을의 오픈 스튜디오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부터 창업 멘토링, 기념품 제작 등을 지원해왔다. 신연숙(48) 구례 관광두레 PD는 “2015년 하반기부터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2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주민들이 만드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 예술인마을의 촌장인 김태호 전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마을이 형성된 과정과 의미, 향후 조성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의 촌장인 김태호 전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마을이 형성된 과정과 의미, 향후 조성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예술인마을은 입주 초반에는 김태호(67) 전 홍익대 미술대 교수와 제자들의 주도로 시작됐지만 이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정착하고 있다. 초기 서양화가 중심이던 예술 장르 역시 동양화가와 조각가·건축가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구례군은 이 과정에서 지역 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기반시설을 조성해줌으로써 예술인마을의 개촌을 도왔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의 촌장인 김태호 전 교수는 “지역 주민과의 유대 강화와 자연 친화적인 힐링의 공간을 조성해 자연 속에서 살아 숨쉬는 예술마을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구례=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과 탐방객들이 지난달 28일 오픈 스튜디오 2주년 공연이 끝난 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과 탐방객들이 지난달 28일 오픈 스튜디오 2주년 공연이 끝난 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지난달 28일 오픈 스튜디오 2주년 공연이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지난달 28일 오픈 스튜디오 2주년 공연이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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