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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에 걸린 아버지, 갑자기 영화 배우가 된 사연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한준희의 잡동사니 상영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매거진M] ‘모금산’(기주봉)이란 이름의 남자가 있다. 충남 금산에서 코딱지만 한 이발관을 운영하는 그는 이름처럼 대단치 않은 인상에 별 거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직장에서도 홀로, 집에서도 홀로인 그의 하루하루는 매우 심심해 보인다. 하물며 그에게 말을 건네거나 가까워지려 시도하는 몇몇 이들에게도 그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본래 그런 사람, 그런 기질의 사람인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암 선고를 받는다. 의뭉스런 표정의 보건소 선생은 눈 하나 깜짝 않고 그에게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 말한다. 이제 모금산의 인생은 어찌 될 것인가. 시한부를 선고 받았으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회한의 마지막을 준비할까? 혹은 그동안의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크루즈 여행’같은 사치를 누리려 할까?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리다. 임대형 감독의 장편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는 그런 보편적인 답안을 구태여 피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온전히 자신만의 정서와 온도로 완전히 다른 플롯을 쌓아나갈 뿐.
 
찰리 채플린

찰리 채플린

이 ‘무심하고 시크한’ 시골 이발사 아저씨는 젊은 시절 찰리 채플린을 동경했고, 배우를 꿈꿨다. 고로 그의 버킷리스트는 다름 아닌 ‘자신이 주연인 영화 만들기’. 이를 위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서울로 상경해 빌빌거리던 아들 스데반(오정환)과 그의 여자 친구 예원(고원희)이 금산으로 내려온다.
 
꼬깃꼬깃 구겨진 일기장에 적힌 시나리오를 받아 든 스데반은 어처구니가 없다. “갑자기 뭐? 영화요?” 하지만 예원의 생각은 다르다. “시나리오…, 재밌는데요?” 결국 세 사람은 힘을 모아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갑자기 채플린의 화신이라도 된 건지 모금산은 중절모에 잘 다려진 양복 ‘가다마이’를 걸치고 나타난다. 너무도 진지하고 확고한 모금산의 태도에 스데반과 예원도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하게 되고….
 
영화가 이쯤 진행되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봉합, 눈물의 신파가 튀어나올 법도 하건만 모금산과 스데반의 관계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프레임 속에 담긴 둘의 모습은 영락없이 꼬장꼬장한 주연 배우와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하는 신인 감독의 부딪힘처럼 보인다.
 
영화 전체가 흑백 화면으로 흘러가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등장인물에게 결코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관조적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멀리서 지긋이 응시하는 카메라가 일종의 미학적 성취를 일궈내는데, 마치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임대형 감독의 변을 찾다보니 그 연유라 할 만한 몇 마디가 있었다.
 

“몇 가지 중요한 인간적 감정과 의식을 복귀시켜 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일컬어 낭만이라 해도 좋고…. 모금산은 닥쳐온 죽음 앞에 갑작스레 생의 감각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 감각은 어딘가 촌스럽고, 부자연스러우며, 우스꽝스럽다. 물론 ‘쿨’한 세계를 사는 우리는 그를 지켜보며 냉소할 수도 있지만, 어쩜 약간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모금산과 스데반, 예원은 끝내 영화를 완성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맞춰 금산의 작은 마을회관에서 시사회를 개최한다. 첫 개봉이자 마지막 상영. 상영관엔 수많은…은 전혀 아니고, 모금산의 일상에 슥슥 스쳐갔던 마을 사람 몇몇이 자리한다. 모금산과 함께 수영장을 다니던 은행원, 모금산의 발걸음이 스쳤던 호프집의 과묵한 사장, 퉁명스런 모금산의 끼니를 종종 챙겨주던 올케까지…. 호기심 어린 그들의 얼굴 위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은 무려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을 향한 헌사에 가까운 이 영화 속 영화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될까 더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오롯이 그 단편만으로도 매우 재밌는 작품임은 말해 둔다. 금산의 마을 사람들처럼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단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 등 젊은 배우들도 제몫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역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중심은 배우 ‘기주봉’의 존재감이다. 거의 모든 장면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연기 덕에 모금산의 무뚝뚝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화법과 제스처가 완성된다. (홀로 술을 따르는 상대의 술잔에 손가락 하나를 슬쩍 올리는 그 디테일이란!)
 
더불어 이렇게 낭만적인 코미디를 만든 임대형 감독의 차기작도 무척 궁금하다. 앞으로도 쭉 ‘인간에 대한 호의’를 품고 가주기를. 응원하고 지지해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글=한준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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