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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는 결국 그렇게 해결됐다. 양국 정부는 31일 오전 ‘한중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를 봉인했다. 사드 이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복원키로 한 것이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건 2016년 7월 초였으니, 한-중 관계는 1년 3개월여 만에 원위치한 셈이다.  
 

'한중 관계 개선 관련 협의'로 일단 사드 문제 봉합
양국 간 밀렸던 교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전망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졌고, 경제적 협력은 과제로 남아

이번 합의문이 주는 경제적 의미는 하나다.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가 해결됐으니, 예전처럼 한국과 잘 지내라'라는 신호를 민간에 줬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한국에 놀러도 가고, 한국 제품도 사고, 한중 교류활동도 하고...양국 간 밀렸던 교류 활동이 봇물 터지듯 밀려올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굳이 정치적인 분석을 하자면, '시진핑이 문재인을 선택했다'는 것쯤으로 해석하고 싶다. 미국이 일본, 한국과 스크럼을 짜고 동아시아서 죄여오자 헐렁한 고리인 '한국'을 떼놓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트럼프와 아베로부터 문재인을 빼내 오자'는 식이다. 사드 봉인을 위해 한국은 '미국과 스크럼 풀게, 절대로 안 할게'라고 약속해야 했다. 이 말이 동아시아 미-중 경쟁 속 한국에 또 어떤 후과를 낳을지, 필자로서는 추측기 어렵다. 
한-중 정부가 사드문제 해결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교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한-중 정부가 사드문제 해결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교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잃은 건 많다. 롯데가 중국 사업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당했고, 현대는 시장을 절반 정도 내줘야 했다. 유커가 발길을 끊는 바람에 관련 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면세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은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둬야 했고, 여행사 다니던 50대 중역은 언제 끝날지 모를 억지 휴가를 즐겨야 했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였다는 점이다. "아, 중국은 우리와 다른 나라였구나",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은 정경밀착의 나라였구나"... 중국의 민낯을 봤고, 중국 정책 변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게 됐다.  
 
중국인들도 "아, 한국은 우리와 다른 나라구나"라는 걸 인식했을 터다. 일부, 아니 많은 중국인은 한국에 대해 아직도 과거 왕조시대의 '속방' 인식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종주국, 한국은 속방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내며, '한국은 중국의 속방이 결코 아니다'라는 걸 보여줬다. '주권국이니까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 그게 우리 이익이다'라는 데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의 이익에 도전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됐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의 실력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중국의 보복에도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일부 기계제품 등의 대중국 수출은 굳건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다.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대중국 수출은 13.4%가 증가했다. 결국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양국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드 사태가 봉합됐다. [사진 중앙포토]

사드 사태가 봉합됐다. [사진 중앙포토]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우선 정치·외교적으로 보자. 우리는 이번 사드 사태를 지내오면서 한국 외교의 난맥상을 목격했다. 사드 문제는 초기 시작 때부터 서툰 외교로 인해 악화된 측면이 강하다.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했고, 그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주권 외교와 실리외교 사이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대중국 관계는 협력의 시대에서 생존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협력의 시대에는 모든 게 좋았다. 서로 필요한 게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생존의 단계에서는 자칫 중국을 잘못 관리하면 우리의 생존이 위험해지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사드가 이를 보여준다. 결국 외교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관련 전문가를 배양해야 하고, 국가적인 중국 연구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외교부에서 중국,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요원을 중시해야 한다. 사드가 풀렸다고 그간 제기됐던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사진 셔터스톡]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사진 셔터스톡]

경제적으로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올해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양국 사이에 산업 보완성이 높다는 걸 말해준다. 중국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제품이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석유화학, IT 제품 등이 그것이다. 결국 중국 산업, 중국 기업과의 상호 의존적 구조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어쨌든 중국이라는 나라는 11조4000억 달러의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시장이다.
 
가전, 철강, 조선, 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누차 반복이지만, 우리는 중국에 많은 분야에서 따라잡혔다. 상호 의존적 구조의 핵심은 우리가 중국보다 얼마나 많은 경쟁우위를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우리 경쟁력이 있다면 의존구조는 유지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끊긴다. 가져올 것 없는 한국을 돌아볼 중국은 없다. 특히 새롭게 시작되는 제4차 혁명 분야에서 얼마만큼 중국을 리드할 수 있느냐에 양국 경제 협력의 미래가 달렸다.  
 
봉합한 건 뜯어질 수 있다. 미국과 어쩔 수 없이 스크럼을 짜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제2의 사드는 또 온다. 크고 작은 사드가 파도 밀려오듯 다가올 수도 있다. 지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있고 석유화학이 받쳐줬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냥 속절없이 당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뒤지면 더 가혹한 시련은 언제든 온다.  
 
중국을 공부하고, 외교력을 키우고, 우리 산업의 맷집을 강화하고...그래서 이번 사드 봉합은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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