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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한·중 ‘3불’의 존재는 불안하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환영하지만 우울하다. 한·중 사드 갈등은 봉합됐다. 터널에서 16개월 만의 탈출이다. 양국의 관광·문화 교류는 복원될 것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단계적으로 그칠 것이다. 지난달 31일 나온 ‘한·중 관계개선 협의 결과’에 따른 변화다.
 

사드 봉합 조건, 이면 약정한 듯
강경화 ‘3불 언어’, 경솔한 직설
비장의 카드 헤프게 써버려
‘문재인 운전석’에도 부담돼
중국, 한·미 동맹 간섭하려 들 것
국민 경험 ‘사드 이후’ 활용해야

터널 밖은 환하다. 하지만 찜찜하다.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은 거칠고 치졸했다. 관광업계와 중국 진출 기업의 한숨과 좌절은 깊었다. 경제피해는 천문학적 규모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협의 결과’에 중국의 사과, 유감 표시는 없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미래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래의 핵심은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은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이다. 그것의 발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주석의 개회식 등장이다. 그것으로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유도하는 구상이다.
 
터널 바깥 길은 평탄하지 않다. 도처에 늪이 깔려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발언(국회 상임위)은 그 속에 존재한다. 그 내용은 ▶사드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가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다. 이른바 ‘3불(不) 약속’이다. 그 내용은 ‘협의 결과’에는 없다. 양국의 이면(裏面)약정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언행일치를 희망한다”고 했다. 중국의 즉각적인 반응은 ‘3불’을 굳히려는 것이다.
 
‘3불’ 약속은 직설적이다.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입장 표시다. 그런 외교언어는 이례적이다. 외교관은 세련된 애매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외교관의 말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단련돼야 한다. 단도직입은 국책 관리의 경솔함을 낳는다. 직설은 외교정책의 상상력을 깬다. 강경화의 3불 언어는 서투르고 조급함으로 차 있다.
 
문 대통령의 다짐은 계속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1일 국회) 그 수단은 마땅하지 않다. 북한 핵무장에 대한 억제력이 없어서다. 3불은 중국의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한국엔 비장의 카드다. 3불의 대상은 중국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MD와 3국동맹은 미·일에도 쓸 수 있는 카드다. 그것은 북한과의 장래 대화에도 내놓을 만하다. ‘문재인의 운전석 외교’에 활용할 수 있다. ‘3불’에 담긴 요소들은 매력적인 빅딜 사안이다. 강 장관은 그것을 헤프게 써버렸다. 그것은 외교 운신의 폭을 좁혀놓았다.
 
박보균칼럼

박보균칼럼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능의 유동성으로 차 있다. 김정은의 핵무장 야욕은 진행형이다. 성주 사드의 방어망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한다. 평택에 주한미군 기지가 있다. 미군은 사드의 추가 배치에 나설 것이다. 이에 중국은 항의할 것이다. 중국의 반발 근거는 ‘3불’이다. ‘3불’의 존재는 불안하다. 한· 미 안보 질서에 중국의 간섭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은 허술하다. 그 때문에 미국 MD와의 협조체제 강화는 필수적이다. 일본 요코스카항에 미 해군 항모 레이건호가 있다. ‘3불’은 항모의 한반도 배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그것을 한·미·일 군사동맹의 가동으로 몰아세울 것이다.
 
‘3불’은 대외정책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경직되고있다. 미국 국무부는 한·중 합의를 환영했다. 그것은 표면적 자세다. 미국은 내심 반발하고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사드 파동은 교훈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본격 교류는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다. 첫 10년간 한국은 베이징에서 으스댔다. 그런 장면들은 어색한 추억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다르다. 중국 외교는 공세적이다.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한다)의 기세가 넘친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위압적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조공(朝貢)외교’라고 규정했다. 북한 핵 위협은 피곤한 해결 과제다. 중국의 지배적 언어는 고정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다. 중국의 실적은 낙제점이다. 강경한 듯하면서도 소극적이다. ‘협의 결과’는 평양에 미묘한 파장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각 변화는 작을 것이다.
 
문재인 외교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 중국은 한·미 동맹 체제에 간섭하려 들 것이다. 그걸 방치하면 ‘협의 결과’는 중국 승리로 귀착된다. 10~11일 문재인-시진핑 정상회담(베트남 APEC)이 예정돼 있다. 거기서 ‘협의 결과’의 윤곽은 뚜렷하게 잡힐 것이다. 한국인 다수는 중화(中華)의 패권적 민낯을 알았다. 그것은 무형의 소득이다. 그 속에 국민적 경험과 기량이 쌓여 있다. 그 지혜와 결의가 문재인 외교에 활용돼야 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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