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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세대와 촛불 세대, 공존할 수 있을까?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 인터뷰

김재환 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김재환 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매거진M] 지난 5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미스 프레지던트’(김재환 감독)가 박정희 전 대통령 38주기인 10월 26일 개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과 육영수 여사(이하 호칭 생략)를 사랑하는 이들을 쫓으며, 그들을 통해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미스 프레지던트’.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이것이다. 박정희 세대와 촛불 세대의 화해와 공존. 
정권이 바뀌며 모두가 적폐 청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한 김재환 감독은 오히려 그 너머, 미래에 고민해야 할 이야기를 먼저 꺼내 놓았다. 이 용기 있는 결정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신화와 믿음 

'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

청주에 사는 조육형 농부는 이른 새벽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을 향해 네 번 절을 한다. 그리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운 후 버스를 타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다. 울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효씨 부부는 자신들의 가게에 걸린 박정희·육영수의 사진을 보고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굶주림에 힘들었던 그 시절,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게 당연한 예의라고 말한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 탄핵 결정 직후까지 박정희·육영수를 사랑하는 팬들의 모습을 묵묵히 담았다. 꺼지지 않는 박정희 신화. 이들이 박정희·육영수를 종교처럼 숭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박정희가 나타나 가난함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는 확고한 믿음, 그리고 고생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기억과 한(恨)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재환 감독의 한 마디 
“영화의 주인공인 김종효씨는 박정희라는 이름만 말해도 눈물을 흘려요. 그에게 가장 힘이 세고 젊었던 그 시절의 상징이 박정희·육영수거든요. 돌아갈 수 없어 아쉽고, 그렇다고 작별을 고할 수도 없는 기억인 거죠.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들의 맹목적인 사랑, 믿음, 그리움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었으니까요. 
얼마 전에 ‘자백’(2016) ‘공범자들’(8월 17일 개봉)을 연출한 최승호 선배가 영화를 보고 이런 글을 보내줬어요. ‘배고픔이라는 아픔을 면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마침내 박정희와 그의 딸을 우상으로 모신 사람들. '미스 프레지던트'는 그들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촛불 시민들에게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이해해보자'고 이끈다. (중략) 성급한 경멸은 성찰을 막고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을 막는다. 경멸을 연민과 성찰로 바꾸려는 김 감독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 글을 보고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해와 공존 

'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익히 봐온, 태극기 집회에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거나 폭력적 행동을 서슴지 않던 이들과 거리가 멀다. 김 감독은 “박정희와 육영수를 좋아한다고 나쁜 사람이거나 악당은 아니지 않느냐”며 “대다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우리네 부모님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마 영화를 본다면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만들어 준 분이라며 박정희 찬양을 하던 부모님이 생각날 거다. 박정희가 잘 했으니 그의 딸인 박근혜도 잘 할 거라 믿었던 친척 어른이 떠오를 거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매일 집안에서 답이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준다.
 
김재환 감독의 한 마디 
“몇몇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청산해야 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진지하게 듣고 있어야 하냐고요. 저는 절대로 이들이 사라질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젠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박정희가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악랄한지, 영웅적인지 증명하는 건 관심 없어요. 이 영화를 만든 건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사는 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해보자는 거예요. 부모님이 박정희와 박근혜를 좋아한다고 평생 등지고 살 순 없잖아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게 젊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봐요. 그게 현명한 선택이고요.”

 

극과 극 반응

'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

개봉 전부터 쏟아지는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누구는 ‘박정희를 찬양하는 영화’라고 비판하고, 또 다른 누구는 ‘빨갱이 감독이 애틋한 척하며, 박사모를 조롱한다’고 비난한다. 대다수의 정치 소재 영화가 양 진영 중 한쪽의 지지, 한쪽의 거부를 받는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인 셈. 김 감독은 “빨갱이 감독이 박정희 찬양영화를 조롱하듯 만들어서 좌우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는 국민 대통합을 이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영화에선 절대로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김 감독의 전작을 보면 풍자의 대상은 가장 힘이 센 자들이었다. 현직 대통령(‘MB의 추억’(2012)), 맛집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사(‘트루맛 쇼’(2011)), 한국 대형 기독교회(‘쿼바디스’(2014)) 등. 하지만 ‘미스 프레지던트’는 그 어떤 대상도 풍자하거나 희화화시키지 않는다. 평범한 인물의 삶을 통해 바라본 권력자의 이야기를 뚝심 있게 들을 뿐이다.
 
김재환 감독의 한 마디  
“해석의 여지를 활짝 열어둔 것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미스 프레지던트’는 각자가 어떤 인생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인 거죠. 영화에 대한 댓글을 보면 정말 너무 날카로워요.
얼마 전에 영화 포스터를 보고 한 관객이 ‘왜 한복을 노란색으로 만들었냐. 세월호 노란 리본을 상징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전 빛바랜 금색이라고 말씀드렸죠. 이렇게 작은 것 하나조차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요. 일단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시고,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고 싸움이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차기작 

'MB의 추억'

'MB의 추억'

김 감독의 차기작은 아름다운 시를 쓰는 할머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인’이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에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게 그의 설명. ‘미스 프레지던트’와 같은 시기에 촬영한 ‘시인’은 추가 촬영 후 내년 개봉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대를 받는 영화가 있다.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MB의 추억’ 상영 후, 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앞으로도 대통령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현직에 있을 때 개봉하면 재미있겠다”고 농담 식으로 말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그 말은 (아쉽게 현직일 때 개봉하진 못했지만)‘미스 프레지던트’ 개봉으로 지켜졌고, 그다음 문재인 대통령을 다루는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재환 감독의 한 마디
“빼도 박도 못하게 됐어요. 대통령에 관한 영화를 또 만들어야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거든요(웃음).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5년마다 현직 대통령 영화를 만들고, 현직에 있을 때 개봉하는 게 저에게도 재미있는 일이 될 거 같아요. 누구도 하지 않는 거니까요. 상상력이 허락한다면,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도 만들고 싶어요. 앞에 두 영화와 달리, 떳떳하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포스터 속 박정희, 박근혜 부녀
'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

1979년 1월 1일 경향신문 1면에 실린 흑백 사진을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에서 색을 입혔다. 그렇다면 수많은 언론사 사진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환 감독은 “사진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에서 죽음을 예감한 듯한 비장함이 보였다. 가장 슬퍼 보이는 부녀의 가족사진이었다”고 말했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영어 제목은 ‘MIS-PRESIDENT’다. 전주국제영화제 당시엔 포스터에 ‘MIS PRESIDENT’라고 적혀있었다. 김 감독은 “제목의 ‘미스’는 다분히 중의적이다”고 말했다. 박정희 신화(Myth)를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Mis) 행동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며 혼란을 겪지만, 그들은 여전히 박정희 시대를 놓지 못하고 그리워한다(Miss)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미스’의 여러 의미 중 포스터에 ‘MIS’라 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외국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제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관심을 두는 건 박정희 신화나 그리움의 정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평화적인 시위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MIS라고 붙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단유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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