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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말 한계에 부딪혔나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모노즈쿠리(もの 造り·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수십 년간 한국 제조업이 부러워해 온 개념이다. 신흥국보다 품질이 월등히 높은 일본 제품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꼽혔다.
 
일본의 차 업체 스바루의 요시나가 야스유키 사장이 10월 27일 이 단어를 입에 올렸다. “저희 회사가 일본 모노즈쿠리의 불안 요소가 됐다는 것이 수치스럽습니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다. 30년 넘게 자격이 없는 직원에게 완성차 검사를 맡긴 것, 35만여 대 리콜을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이미 닛산도 같은 문제로 120만여 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일본 3위 고베제강은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법무부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국제적으로 번지고 있다. GM·포드·보잉 등 미국 기업도 이 회사에서 납품받았기 때문이다. 에어백 업체 다카타는 불량 에어백을 은폐하다가 다수의 인명사고가 드러나자 지난 6월 파산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면 머리기사로 일본 제조업의 신뢰 추락을 보도하는 등 구미 언론이 부산을 떨고 있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좀 더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문제가 된 완성차 점검은 일본 국내 차에만 적용되는 규제다. 일본 정부는 ‘자격’을 갖춘 직원이 마지막 단계에서 차를 점검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자격은 업체들에 맡겼다. 쓰쿠다 자동차연구소의 쓰쿠다 요시오 소장은 “일본 내수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이 절차를 비용만 드는 요식 행위로 여겼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타국엔 없는 불필요한, 그러면서도 제대로 감독되지 않는 규제가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둘째, 기업문화에 관한 한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 “직원들이나 외부 독립기관의 감시나 비판을 막는 경향이 있다”(일본 기업감시단체 거버넌스 포 오너스), “조직의 이익을 위해 품질 조작을 은폐하는 문화가 곰팡이처럼 일상화된다”(고하라 노부오 기업문제 전문 변호사). 많이 들어본 얘기 같지 않은가.
 
셋째, 제조업 디지털 혁명으로 사람의 가이젠(改善)에 의존하는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한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에 사활을 거는 한국 기업엔 더욱 디지털의 고삐를 죄어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수십 년에 걸친 문제의 뿌리부터 찾아내는 모습은 일본의 저력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30여 년 전 자료까지 뒤져 잘못의 끝을 파는 모노즈쿠리다. 이웃이 맞닥뜨린 상황은 한국 산업계에 꼼꼼히 분석해야 할 좋은 재료를 던지고 있다. 경쟁자의 실수는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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