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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뼈 부러지고 심장혈관 막히고 어지럽고 … 만병의 근원 콩팥병

박정탁 교수의 건강 비타민
윤모(76·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얼마 전 집 안 목욕탕에서 미끄러졌다. 넘어질 때 엉덩이가 바닥에 부딪쳤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가족이 급히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검사한 결과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게 원인이었다. 곧바로 수술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윤씨는 입원치료 중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혈액 검사에서 사구체 여과율(분당 사구체가 혈액을 거르는 비율)이 32ml로 나와서다.
 
사구체는 콩팥(신장)의 미세한 혈관 덩어리로, 사구체 여과율은 콩팥이 혈중 노폐물을 걸러내는 능력을 나타낸다. 정상은 90ml 이상이다. 사구체 여과율이 60ml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윤씨는 그동안 만성 콩팥병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골다공증은 언뜻 보면 콩팥과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이 질환은 콩팥병으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다.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손상돼 생기는 질환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급성 콩팥병은 검증이 안 된 건강식품을 먹거나 과격한 운동을 했을 때, 탈수증일 때 발생한다. 정확히 진단만 하면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문제는 만성 콩팥병이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만성 콩팥병이 있으면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고혈압·골다공증·빈혈 등 다양한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한다.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논문(2009)에 따르면 국내 7개 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 2356명 중 만성 콩팥병을 앓는 사람은 323명(13.7%)이었다. 7명 중 1명꼴이다. 지난해 만성 콩팥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9만 명이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 빈혈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의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 분석실에서 소변-혈액검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만성 콩팥병은 콩팥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 빈혈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의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 분석실에서 소변-혈액검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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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에 탈 나면 비타민D 부족
 
윤씨처럼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골다공증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비타민D 부족이다. 비타민D는 뼈 건강과 밀접한데 햇빛을 쬐거나 음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활성화해야 제 기능을 한다.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곳이 콩팥(사구체 옆에 있는 간질)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사구체가 손상되고 그 옆에 있는 간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비타민D가 제 기능을 못하면 칼슘이 뼈에 달라붙지 않아 골다공증 발생이 증가하고 골절 위험이 커진다.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이 여성 9704명을 조사한 결과(2007)에 따르면 사구체 여과율이 45~59ml인 65세 이상인 여성은 60ml인 사람에 비해 고관절 골절 위험이 1.6배, 45ml 이하는 2.3배 높았다.
 
최모(62·경기도 김포시)씨는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협심증이었다.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입원했다. 혈액·소변 검사에서 콩팥 기능 이상소견이 나왔다. 사구체 여과율이 45ml로 낮은 데다 단백뇨까지 관찰됐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단백질이 하루 150㎎을 초과하면 단백뇨로 진단하는데 최씨는 250㎎이었다. 단백뇨가 있으면 콩팥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심혈관질환은 만성 콩팥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전국 17개 대학병원은 2011년부터 10년 동안 성인 만성 콩팥병 환자 2238명을 장기 추적 조사하고 있다. 올 초 대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중간(5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2238명 중 322명(14.4%)이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었다.
 
건강 비타민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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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도 많다.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의 논문(2004)에 따르면 콩팥 기능이 떨어질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했다. 연구팀이 성인 만성 콩팥병 환자 약 112만 명을 분석했더니 사구체 여과율이 60ml 이상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15.4%였지만 15ml 미만에선 50.3%였다. 관상동맥질환도 사구체 여과율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늘었다. 사구체 여과율이 60ml 이상에선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이 4.5%, 45~59ml에서는 13.2%, 30~44ml에선 20.6%, 15~29ml에서는 24.5%였다. 다만 사구체 여과율이 15ml 미만인 말기 신부전 상태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이 17.9%로 다소 줄었다. 말기 신부전 환자 중에는 심혈관질환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많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허모(62·여·서울 은평구)씨는 젊었을 때 빈혈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없어져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몇 주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협심증이 걱정돼 병원을 찾아 검사했더니 빈혈이었다. 성인 여성은 헤모글로빈이 12g/dL 미만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 허씨는 10g/dL였다. 그런데 혈액검사 결과를 살펴보던 의사가 소변검사를 권했다. 사구체 여과율이 50ml로 낮아 콩팥병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소변 검사 결과 단백뇨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젊을 때 발생한 빈혈은 생리가 원인일 수 있지만 지금은 콩팥 기능이 떨어져 빈혈이 생겼다”고 말했다.
 
콩팥의 사구체 옆에 있는 간질에서는 적혈구를 만드는 호르몬(에리트로포이에틴)이 분비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그러면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발생한다.
 
단백뇨·사구체 여과율 확인해야
 
만성 콩팥병처럼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는 병은 드물다. 그만큼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만성 콩팥병 원인의 70%는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평소에 이들 질환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빈혈이나 골다공증이 있을 때도 소변·혈액 검사를 해 단백뇨와 사구체 여과율을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하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질환 관리 못지않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2012)에 따르면 12~5월이 6~11월에 비해 비타민D 결핍률이 2.6배 높았다. 만성 콩팥병이 있는 사람은 겨울이 오기 전 야외활동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좋다.
 
과도한 운동도 콩팥에 독
만성 콩팥병 환자는 평소에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콩팥 기능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우선 짜게 먹지 말아야 한다. 소금을 많이 섭취할수록 콩팥은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 습관적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는 여성은 안 먹는 여성과 비교했을 때 20년 뒤 콩팥 기능이 30%나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은 충분히 마셔야 한다. 물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나타나 콩팥이 손상된다. 지나친 운동은 금물이다. 과도한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가 파괴된다. 파괴된 근육세포의 찌꺼기가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콩팥을 망가뜨릴 수 있다.
◆박정탁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신장학회 대외 협력 간사, 대한신장학회 홍보위원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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