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CD 고민하는 음반
에세이집에 키운 귤까지 세트로
1년 전 앨범도 영화로 재탄생해
“음악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
새로운 경험 선사할 필요 있어”
루시드폴에게 ‘음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래된 숙제다.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로 데뷔 이후 2년마다 꼬박꼬박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뮤지션으로서 나는 CD를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과연 CD를 필요로 할까 라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일찍이 6집 ‘꽃은 말이 없다’(2013)를 USB로 발매하고, 7집 ‘누군가를 위한’(2015)을 본인이 재배한 귤과 함께 홈쇼핑에서 판매한 것 역시 이런 연유에서다.
2년 전 CD와 동화책, 사진엽서, 인증서로 구성된 패키지를 꾸렸다면, 이번엔 아예 책을 앞세웠다. 책을 사면 부록처럼 CD를 주는 것마냥 뒤표지 안쪽에 자리하게 한 것이다. 루시드폴은 “요즘같이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음반을 사서 들어준다면 뭐라도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농부인 내가 줄 수 있는 게 귤이고 작가인 내가 쓸 수 있는 게 글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음원의 시대에 음반을 재해석하는 두 뮤지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원고지에 글을 써서 출간한 에세이집과 함께 컴백한 루시드폴. [사진 안테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31/98655020-6cb9-420c-aee2-12d5f703ea9f.jpg)
음원의 시대에 음반을 재해석하는 두 뮤지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원고지에 글을 써서 출간한 에세이집과 함께 컴백한 루시드폴. [사진 안테나]
2014년 결혼 후 제주로 가 귤 농사를 시작한 이래 직접 개량한 레시피로 무농약 인증까지 받은 루시드폴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전직 화학자로서 칼슘성분이 많이 필요한 감귤에게 목초액 대신 산도가 더 높은 현미식초를 사용해 액비를 만들기도 한다.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7집 앨범 수록곡을 엮어 음악 영화로 만든 박효신. [사진 글러브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31/485cebe9-9f48-4bf5-8006-608633d6afbd.jpg)
7집 앨범 수록곡을 엮어 음악 영화로 만든 박효신. [사진 글러브엔터테인먼트]
이야기는 지난해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장면으로 시작해 그로부터 석 달 전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같은 소속사 가수이자 앨범의 공동프로듀서인 정재일(35)과 함께 쿠바로 떠나 음악을 만드는 여정을 담았다. 극중 “음악은 나를 완성시킨 동시에 나를 짓누르는 그림자”라는 박효신의 고백처럼 세상 어디서도 창작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음악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다.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로 자랐지만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과의 교감하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상영시간 내내 흐르는 음악은 이를 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오랜 시간 억눌린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박효신의 노래와 영화 ‘옥자’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음악을 경험한 정재일의 신들린 연주가 어우러져 콘서트와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글러브엔터테인먼트 측은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박효신씨 의견에 따라 지난 콘서트도 극장에서 생중계 하고 해당 장면을 다시 뮤직비디오에 활용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영상 콘텐트로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개봉 당일 무대인사에 나선 박효신과 정재일은 “음악이 영상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이 생기는 걸 경험했다”며 “음악이 새롭게 들리는 감동을 여러분에게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는 “음악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가 콘텐트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 경험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통합 마케팅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