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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만화 속 여자 주인공이 뉴스가 되는 세상

고란 경제부 기자

고란 경제부 기자

“엄마, 여긴 여자가 없다. 그치?”
 
5살 딸이 요즘 꽂힌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다탐험대 옥토넛’. 엄마 살자고 TV를 안 보여 줄 순 없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악당과 싸우는 대신 탐험대가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구조하는 교육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바나클(곰)·콰지(고양이)·대시(개)·페이소(펭귄) 등이다. 동물이라 정확한 성별 파악은 안 되지만 목소리나 생긴 걸로 짐작컨데, 대시를 뺀 나머지 캐릭터는 남성이다. 특히 대장 바나클은 남성이다.
 
딸의 지적에 생각해보니 유아용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대부분은 남성이고, 주인공 또한 남성이다. ‘뽀통령’이라는 별칭을 가진 뽀로로는 남성이다. 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뽀로로의 여자친구로 설정된 패티, 요리·베이킹에 특화된 루피 등 2명뿐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아예 몇 단계를 건너뛰어 유아들에게 어린이용 만화를 보여준단다.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언니’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나마 여성도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이란다.
 
어릴 때부터 이런 불평등한 성 역할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사회에서 여성 주인공, 곧 여성 리더가 설 자리는 없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발간한 ‘여성 문제 2007~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성평등 지수’는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둘째로 높았지만, ‘일 성평등 지수’는 11개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임원 비율을 보면, 한국에서 여성 임원은 남성 10명당 1명(10.6%)꼴에 불과했다. 북미·호주(73.6%)의 7분의 1이 안 된다. “제도적 성차별은 줄었지만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여성 인력 활용은 도덕적 당위가 아니다.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맥킨지가 10개국 300여 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로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15%)보다 7%포인트 높았다.
 
최근 70년 된 만화 ‘기차 토마스’에 캐릭터 변화가 생겼다. 여자 아이 얼굴을 한 기차가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했다. 딸은 이런 변화가 ‘뉴스’가 아닌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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