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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휴일 지역축제에 공무원 동원 놓고 찬반 논란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휴일에 열리는 지역축제에 공무원이 동원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쉬어야 할 주말에 4시간 초과근무 수당을 받고 서빙까지 시키다니 너무하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 “쉬어야 할 주말에 서빙 시키다니”
주민 등 “공복의 지역 봉사 당연한 일 아닌가”
과거엔 당연시 했던 일이지만 문제 제기 잇따라
노조 출현이후 공직사회 세태변화 반영된 이유
전문가 “주민ㆍ공무원 자발적 참여 행사돼야”

 
반면 일부 공무원들과 주민 등은 “지역 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공복인 공무원의 지역축제 봉사는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자율성이 강한 신세대 공직자들의 등장과 공무원 노조의 본격 출범을 맞은 공직사회의 세태변화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과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수가 입국하면 휴일이라도 공무원들이 나와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88년 2월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서울 연희동 사저로 돌아가는 길목에 상당수 공무원이 동원됐다. 자진 참여 권유 형식이었지만 소속기관장의 통보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서 공무원 등이 동원됐다.  
 
91년 10월엔 전남 함평에서는 가을 수확기와 ‘군민의 날’ 행사가 겹치자 지자체가 일선 공무원을 동원해 군민의 날 행사장을 채우는 일도 있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지역 축제 때면 상당수 공무원이 동원되던 관행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이는 당연시 됐거나 잠재됐던 공직사회의 불만이 공무원 노조 출현 이후 본격적인 이슈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포스터. [파주시 제공]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포스터. [파주시 제공]

 
29일 경기도 파주시와 파주시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노조 측은 지난달 20일 파주시에 ‘축제 및 행사에 부당한 직원 동원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토요일과 공휴일인 지난 21∼22일 파주시가 임진각에서 개최한 파주개성인삼축제에 일부 직원들이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축제 기간 13개 읍·면·동별 새마을부녀회가 각각 음식점 부스를 운영했다. 음식점 운영 지원 등을 포함해 이 행사에 동원된 시 직원은 이틀간 총 31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3회째인 축제에는 이틀동안 62만여 명이 찾았고, 인삼 49t과 기타 농산물 등 총 55억원이 판매됐다.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 [사진 파주시]

 
이덕천 파주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문을 통해 직원 동원 금지를 요청했지만 일부 지켜지지 않았다”며 “식당 운영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일에 공무를 수행하는 조합원을 서빙에서부터 식당 설치, 운영, 철거에까지 동원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식당 운영 지원에 동원된 공무원 수가 이틀간 70여 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주시공무원노조는 지난달 5일 출범했고, 8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젊은 공무원을 중심으로 불만이 높다.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34ㆍ여)는 “공무원이 된 후 4년간 매년 가을이면 주말에 열리는 파주개성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에 동원돼 왔다”며 “올해는 강제동원은 아니었지만 면사무소 직원 대부분 참여하는 분위기여서 눈치가 보여 일요일에 나와 4시간동안 식당 부스에서 서빙을 하는 바람에 교회에 가지 못했고, 다른 약속도 잡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9월 5일 열린 파주시공무원노동조합 출범식. [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열린 파주시공무원노동조합 출범식. [연합뉴스]

 
그는 “휴일에 지역 축제 나와 식당 서빙이나 하려고 밤을 세워가며 공부해 그 힘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나 하는 생각 마저 든다”며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4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만 시간 당 1만원가량의 수당을 받느니 쉬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축제 앞서 지난 17일 노조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에는 ‘다른 읍·면·동 직원분들 다가오는 인삼축제 서빙 지원 나가시나요? 대딩 때나 하던 서빙 지원을 이 나이에 하려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삭신이 쑤시네요’라는 글아 올랐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올해는 처음으로 시 공무원을 예년과 같이 강제동원도 하지 않았고, 상당수는 행사 진행이나 교통 안내 같은 행사 담당 일을 위해 참석한 직원”이라고 해명했다. 한 읍장은 “식당을 운영한 새마을부녀회는 봉사단체인 데다 크고 작은 지역 행사와 평소에 많은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라며 “자율적으로 참석한 직원들이 서로 나눠 4시간가량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상인 박모(58)씨는 “1년에 고작 두 차례 열리는 지역 대표 축제에 과거에는 나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공무원들이 앞장서 나와 도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충북 청주시에서도 지난달 15일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에 직원들을 동원하려다 노조 측과 마찰을 빚었다. 청주시 행정지원과는 장애인체전 개막식에 앞서 시청 직원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각 부서당 2명씩 300여 명이 참석 예정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한다.
 
청주시 전체 직원 2800명 중 10.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시 본청과 4개 구청별로 버스도 준비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청주시지부는 개막일 오전에 시청 행정지원과를 찾아가 “강제 동원은 있을 수 없다”며 항의했다.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결국 개막식에는 일부 직원들만 참석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6시쯤 이승훈 청주시장 집무실을 찾아가 지역 행사에 업무와 상관없는 공무원들의 강제 동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현기 전공노 청주시지부 정책국장은 “행사 담당 부서를 제외한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시 본청과 협의해 왔는데 장애인 체전의 경우 명단까지 제출받아 사실상 강제 동원에 가까웠다”며 “공무원들이 지역행사를 남 일보듯 외면할 수는 없지만, 행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참여를 재촉하는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진 청주시]

 
이에 대해 허일회 청주시청 자치행정팀장은 “장애인 체전을 축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체전추진단의 요청이 있어 자율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독려를 했을 뿐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행사에 공무원들이 동원되면 그만큼 행정력이 낭비되고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행정 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과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단체장이 실적을 홍보하거나 특화사업 취지로 내실 없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 교수는 “지역 축제의 경우 행사 계획, 평가 등 모든 단계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주민을 위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파주·수원·청주=전익진·김민욱·최종권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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