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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삼시세끼 뭘 먹을까 고민···전원생활은 밭·뜰과의 전쟁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서울=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벼농사 학습장에서 열린 '전통 가을걷이'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어린이들에게 탈곡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벼농사 학습장에서 열린 '전통 가을걷이'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어린이들에게 탈곡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
밭과 뜰 가꾸는 것 장난 아냐
병원·마트 먼 것도 불편해
귀농 전 성향·선호도 따져봐야

우리 인생을 주제로 하는 노래는 매우 많지만 나는 역시 송창식의 ‘참새의 하루’를 최고로 친다. 간단해도 흥이 나는 박자에 구수한 목소리가 담긴 멜로디와 무심한 듯 내뱉는 가사가 참 좋다. ‘참새의 하루’를 흥얼거리며 알게 되었다. 참새의 하루가 나의 하루라는 것을. 귀농·귀촌을 꿈꾸는 은퇴자들이여 노래를 부르며 생각해 보시라. 과연 참새의 하루가 낭만적인 하루인지 고달픈 하루인지.
 
아침이 밝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재 너머에 낟 알갱이 주우러 나가 봐야지
아침이 밝는구나  
바람이 부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허수아비 폼을 내며 깡통 소리 울려 대겠지  
바람이 부는구나
 
농사를 짓든 안 짓든 시골의 아침은 생산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인간은 원래 해가 뜰 때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지금은 추수 시기라 바쁘다. 기계로 뚝딱 해 버려 예전처럼 낟 알갱이 주울 일은 없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논과 밭으로 가면서 기도하게 된다. 세상에, 기도를 말이다. 전에 이래 본 적이 있던가.  
 
십여 년 전 재테크가 유행하더니 시테크까지 나와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며 법석을 떤 적이 있었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며 새벽에 잠 못 자게 했다. 도시의 직장인들은 온종일 일하는 것도 부족해 새벽부터 자기계발을 했다. 차라리 잠을 자지. 외국인과 일할 것도 없는데 토익 점수 올린다고 고생했다. 승진 때문이었다.  
 
 
 
 
 
참새의 충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토익 점수가 몇 점이고 , 연수를 몇 번 갔다 왔고, 스펙과 경력이 어떻냐는 허수아비 깡통 같은 소리가 여전하다. 노래에서는 낟알 사냥을 하는데 비행 능력과 시력이면 충분하다며 쓸데없는 스펙을 주문하지 말라고 참새가 재잘거린다.  
 
햇볕이 따갑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어디 가서 물 한 모금 축이고 재잘 대야지
햇볕이 따갑구나
희망은 새롭구나 언제나 똑같지만  
커다란 방앗간에 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아 봐야지
희망은 새롭구나
 
시골살이는 만만하지가 않다. 귀농·귀촌이라는 단어가 파라다이스로 돌아 가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시골살이가 전원생활이라는 단어로 불리면 참으로 로맨틱해 보인다. 그러나 전원은 밭(田)과 뜰(園)일 뿐이다. 이 놈의 밭과 뜰을 가꾸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귀농·귀촌자가 먼저 하는 일은 집을 짓는 일이다. 내 집을 내 손으로 짓는 것이 참 중요하지만 문제는 집을 지은 다음이다. 집을 짓고 들어가 산지 몇달이 지나니 벽지가 울고 나무가 갈라지고 창틀이 벌어진다. 조금씩 직접 고쳐 보지만 지붕에서 물이 새고 씽크대가 고장나고 전깃불이 켜지지 않게 되면 참으로 난감하다. 
 
 
전원주택. [중앙포토]

전원주택. [중앙포토]

 
아파트에 살 때에는 관리소장에게 전화하면 해결해 주었던 일들이 내가 직접 해야 한다. 망치질도 서투른 사람이 문짝 떨어져 나갔다고 용접기를 구해 용접하다가 불꽃에 팔뚝을 덴 사람도 봤다. 집을 태울 뻔 했다는 이도 있다. 아무리 하자 보증 수리가 있다고 해도 공사업자가 연락이 끊기면 그만이다. 몇십년을 살겠다고 지은 집이니 내가 수리해야 한다. 호우가 내릴 때마다 불안하다.
 
텃밭을 가꾸니 요것도 낭만적이다. 내가 직접 먹을 것이니 농약을 안 치고 유기농으로 짓는다고 하지만 끈질기게 따라 나오는 잡초와 벌레는 골칫거리이다. ‘농약도 약이다’라며 스스로 위로해야 하나?
 
조그만 텃밭은 그렇다쳐도 넓은 마당은 장난이 아니다. 왜 내가 심은건 천천히 자라고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잡초는 이렇게 빨리 자라는지. 전남 고흥에서 폐교를 개조해 살고 있는 귀농자는 학교 운동장을 푸른 잔디밭으로 가꾸었다가 지금은 그냥 풀밭으로 놔둔다. 잔디 깎는 기계로 풀을 깎으며 앞으로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 보니 잡초가 뒤쫓아 오며 자라고 있더란다. 그래서 그냥 야생화 단지로 우기고 있다. 어차피 풀이란 이름을 모르면 잡초고 알면 야생화가 아닌가.  
 
은퇴자가 전원생활을 하며 즐기는 취미 중 하나가 ‘발효’다. 효소 담그기부터 시작해, 된장·고추장·간장을 담그고, 막걸리나 담금주같은 술을 만들고 식초를 만드는 것이다. 김치야말로 발효음식의 최고봉 아닌가. 발효에 푹 빠지며 슬로푸드를 즐기게 된다. 나의 텃밭에 나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만들며 담금주를 꺼내 한잔 하면 신선이 안 부럽고 소박한 밥상이 참 그윽해 보인다.
 
 
삼시세끼 뭘 먹을까 고민 
 
 
라면. [중앙포토]

라면. [중앙포토]

 
그러나 현실에서 남자들은 열에 일곱은 라면만 끓일 줄 안다. 평생 남들이 해주는 밥만 사 먹다가 정작 시골에 오면 삼시세끼 무얼 먹을지가 고충이다. TV에서는 본인이 자연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뚝딱 뚝딱 잘 해먹는데, 내가 하려면 잘 안 된다. 된장국에 넣을 호박을 썰고 있으려니 궁상맞아 보인다. 밥을 맛있게 해 주는 아내는 지금 친구 만나러 서울 갔다. 아무거나 먹고 맛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수 밖에 없다.  
 
시골집은 어찌나 벌레가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태가 살아 있는 환경이라 하여도 다리가 많은 벌레는 흉하다. 아내는 벌레가 무섭다고 서울 갔다. 그래도 내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는 살판이 났다. 좁은 아파트 거실에서 있다가 넓은 시골 마당으로 오니 좋단다. 개가 좋아서 뛰어 다니니 나도 좋다. 그래도 목줄은 묶어 놓아야겠다. 요즈음 개 분위기가 안 좋단다.  
 
귀농·귀촌한 은퇴자의 가장 큰 고충은 병원이 멀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는 처지가 되면 시간 낭비가 심하기도 하지만,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는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도 전원생활은 아토피같은 도시병을 없애주고 좋은 공기는 두통을 낫게 한다. 깨끗한 환경의 생활은 건강을 찾아주는 것은 확실하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시에 살 때 취미는 대형마트를 가는 것이었는데 시골은 마트가 멀다. 읍내의 마트는 물건이 많이 없어 재미가 없다. 사고 싶은 것을 못 사면 불안한 사람들은 귀촌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졸립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마누라 바가지는 자장가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  
이제는 졸립구나
아침이 밝는구나 바람이 부는구나  
햇볕이 따갑구나 희망은 새롭구나, 이제는 졸립구나 
 
귀농·귀촌할 때 적성검사 같은 것이 있었으면 미리 받아 보면 좋으련만 딱히 없다. 나의 성격과 성향, 취미, 선호도 같은 것을 파악하고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참새의 하루’는 마누라 자장가 소리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따가운 햇살을 찬송하지만 ‘나의 하루’는 마누라 없는 거실에서 잠들고 아침 햇살이 진짜 따가울 수도 있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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