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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와인과 함께 가을의 끝자락을

남산 와이너리

남산 와이너리

한국어의 아름다움에 빠진 포르투갈 여인이 있다. 이름은 마르가리따(28). 리스본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를 접했다. “유튜브로 배웠는데, 공부할수록 빠져들었어요. 글씨 자체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하루’에요. 어감이 좋아 혼자 흥얼거리듯 발음할 때도 많답니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38> 남산 와이너리

 
언어에 대한 동경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커갔다. 그리고 이 애정이 새로운 인연으로 안내했다.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 한국인이 “한국에 와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  
 
결심을 하고 한국에 온 지 3개월. 해방촌에 집을 마련하고 경리단길에 위치한 와인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곳의 이름은 ‘남산 와이너리’. 경리단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오른쪽 주택가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주택을 개조한 건물 위에 보라색 글씨의 간판이 은은하게 위치를 알려준다. 대로변 북적이는 곳이 아니라서 대화를 나누며 운치 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에 ‘와이너리’라는 단어가 붙다니, 이름이 다소 독특하다. “건축하는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와이너리의 창고 같은 컨셉트를 담았어요. ‘남산’이란 단어가 어감이 좋고, ‘와이너리’라는 단어가 붙어서 기억하기 쉽죠.” 마르가리따와 함께 나타난 권태현(33)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공간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1층은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메인 공간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 한 잔 하기 좋다. 야외 테라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 좋게 꾸며져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2층은 프라이빗 룸과 함께 와인 숍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맛본 와인 중 마음에 드는 와인을 따로 사 갈 경우 30%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어두운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지하는 까브(Cave·와인 저장고) 같다.  
 
가장 큰 매력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음식과 와인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 스페인 와인 23종, 포르투갈 와인 41종을 선보이고 있는데, 서울에서 포르투갈 와인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 재무팀에서 6년간 근무했어요. 어느 날 ‘내일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반복되는 삶을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고 마음을 굳혔죠. 스페인으로 휴가를 갔다가 말라가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셰리 와인(Sherry Wine·발효가 끝난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스페인의 주정 강화 와인) 바를 만났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이베리아 반도의 음식과 술을 테마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사표를 던지고 2016년 3월 문을 열었다. 특히 포르투갈에 애정이 많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소박하고 정이 많아요. 한국인과도 비슷한 점이 많죠. 마르가리따를 부른 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항상 웃는 그녀는 우리 레스토랑의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하하.” 옆에 있던 마르가리따가 얘길 듣더니 방긋 웃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포르투갈 와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어려워하거나 부담을 갖는 손님들은 없었을까. 흥미롭게도 이 곳에서는 포르투갈 와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단다. “포르투갈은 4000년 이상 와인을 생산해온 나라에요. 포트 와인(Port Wine·포르투갈의 주정 강화 와인)이 제일 유명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는 와인도 많아요.”  
 
포르투갈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 궁금했다. 인기 메뉴인 문어밥, 알렌테주 스타일의 돼지고기와 조개 요리,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 받았다. 
 
문어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구와 함께 즐겨 사용하는 해산물. 문어를 푹 삶아낸 육수로 지은 문어밥은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다. 부드럽게 삶아진 야들야들한 문어를 밥과 함께 떠 먹으면 된다. 여기에 매칭한 와인은 시노 다 로마네이라(Sino da Romaneira). 포르투갈의 대표 와인 산지인 북부 도우루에서 생산된다. 강렬한 과실향과 후추향이 일품이다. 바다향을 머금은 문어밥의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포르투갈 남중부에 위치한 알렌테주에서는 돼지고기와 조개를 화이트와인과 함께 조리해서 즐긴다. 우리는 보통 조개를 해산물과 함께 요리하는데, 돼지고기와 매칭한 것이 흥미롭다. 현지에서는 고기를 퍽퍽하게 해서 먹는데, 우리 입맛에 맞게 조금 더 부드러운 부위를 조리해 낸다고.  
 
조개는 철마다 바뀌는데 지금은 홍합을 넣었다. 조개와 돼지고기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에서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두 나라를 떠올린 권 대표는 스페인 와인 틸레누스 포사다(Tilenus posada)를 매칭했다. 멘시아(Mencia)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풍부한 과일향과 다채로운 스파이스, 오크 향이 어우러진 풀바디 와인이다. 돼지고기·홍합과 두루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와인은 그걸 해낸다. 두 가지 다른 재료와의 마리아주가 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마지막 요리는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 티본 부위의 등심을 팬에 구워낸다. 고기 자체의 풍미와 식감이 좋아 인기가 가장 높다. 매칭한 와인은 포르투갈 알렌테주에서 생산된 에르다지 두 가미투(Herdade do Gamito)다. 묵직한 바디감, 힘 있는 탄닌이 와인 자체의 강건함을 도드라지게 한다. 고기의 풍미도 잘 살려준다. 그 외 빠에야·타파스·하몽·감바스 등 스몰 플레이트도 다양하다. 
 
하지만 즐거운 식사의 마무리는 꼭 셰리 와인이나 포트 와인으로! 처음이라 조금씩 맛보고 싶다면 샘플러를 주문하면 된다. 포트와인과 셰리와인이 5잔이 나온다. 야외 테라스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을의 끝자락을 보낼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지민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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