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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사회안전망 갖추는 것부터 시작하자

고용형태 다양화와 규제의 딜레마
지난 9월 21일 고용노동부는 가맹사업 본부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고 판단, 해당 근로자 537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고용부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은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를 구함에 있어 파리바게뜨의 채용 사이트를 활용한 점, 그들에 대한 교육훈련·평가·승진·임금 등의 기준도 파리바게뜨가 마련하고 시행한 점, 출근 및 업무의 지시와 감독을 본사가 직접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자사의 인력을 운용하는 위장된 관리부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파리바게뜨와 협력업체 사이에 도급 및 파견계약이 없으며, 제빵기사들에 대한 업무의 지시도 상시적인 지휘·명령인지 불분명하므로 이를 파견법 규율대상으로 삼아 불법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계기로 논란 재점화
유럽과 영·미 모델이 뒤섞여 혼란
자유로운 기업 경영 위해서라도
일관성·통합성 갖춘 대안 내놔야

 
이해와 해석은 다르지만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사업내용 및 업무행태가 시장 관행과 제도의 밖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이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실에서는 법률에 근거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유형의 사업행태를 제도로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우버 기사, 1인 도급 등 다양한 변종 등장
또 다른 논란거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종사자)에 대한 노동 3권 보장 문제다. 우리 시장에서 특고종사자는 두 가지 경로를 따라 확산됐다. 첫 번째는 정보지능기술 발달과 시장수요에 따라 자생적으로 나타난 유형이다. 대리운전 기사, 우버택시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취업자의 근로자성을 회피해 고용의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출현한 유형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용실 스타일리스트, 채권추심인 그리고 조선업 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제조업의 1인 도급 등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냐 아니냐에 따라 제도적 보호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되는 순간 각종 법률의 보호 대상이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가 어려우며, 근로시간이 법으로 제한되고, 최저임금과 사회보험을 보장받는다. 무엇보다 우리 헌법은 노사의 대등한 교섭 지위 형성을 위해 노동 3권을 보장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근로자성 회피 시도는 부인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계약과 활용이 자유롭고 제도적 부담이 적으며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혹의 크기만큼 특고종사자의 지위와 취업조건은 열악하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특고종사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호 요구를 수용했다. 이들 특고 종사자는 공식 통계상 50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실제 규모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의 사례는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단면을 보여 준다. 사실 우리 시장에는 그동안 다양한 변종의 근로 유형이 존재해 왔다.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른 ‘3자형 고용관계’인 사내하도급이 대표적인데 파리바게뜨는 여기에 협력업체가 더해져 ‘4자 관계’를 구성했다. 아예 고용관계를 단절한 특고도 점점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제도와 법률로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서 있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노동, 시장 및 제도의 새로운 통합 모델을 찾는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노동시장은 규제(regulation)와 이탈(exit)의 각축장이었다. 초기 노동운동의 핵심 요구였던 8시간 노동,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에 대한 규제, 차별 부정과 임금 정책, 노동 3권의 승인 등은 노동력 활용의 자유와 탈상품화 노력 간 경쟁의 산물이었다. 복지국가의 기획은 이러한 노동력 탈상품화의 역사적 성과였던 셈이다.
 
이러한 각축의 결과 자본주의 노동시장은 각각의 내적 통합성을 갖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게 되었다. 신입사원 채용, 기업특수적 훈련, 종신고용과 연공형 임금 그리고 강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모델이 하나였다면, 노동력의 자유이동, 일반적 숙련, 해고의 자유와 직무형 시장임금, 전략적 인사관리 등은 또 다른 균형이었다. 전자의 경우 유럽 대륙과 일본 등이 지향한 모델이라면 후자는 영·미가 추구한 시장형 체제였다. 우리 사회는 양 모델 사이에서 통합성과 일관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제도를 조합해 잡종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취업에 목숨 걸지 않도록 복지 예산 늘려야
따라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통합성을 갖는 노동시장의 한국적 모델을 구성하는 일이다. 첫 번째 옵션은 기업의 노동력 활용을 유연화하고 기업 및 직업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대신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반규범적 행태 즉, 차별과 부패 등에 대한 징벌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용자의 배타적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와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기업 간 경계를 넘어서는 초기업적 조직과 교섭을 제도화하는 것은 이를 위한 주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기존 방식과 같이 노동력의 선택과 활용 및 이탈을 규제하는 방법이다.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활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다. 현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이러한 방법의 대표적 제도다. 하지만 이 옵션은 기업의 고용여력 축소, 노동시장 분절과 양극화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임금구조의 합리화, 임금 및 인사 결정의 사용자 자율성 확대,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화 등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둘 가운데 무엇을 택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만드는 일이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우선 사회보험과 근로자를 분리해 특고와 자영업자에게도 사회보험 수혜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피보험 자격의 측면에서 사회보험 의무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지기반을 확대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근로소득에 의존한다. 사회적 이전소득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인데 그 결과 취업 여부가 개인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복지 예산을 확충해 현재 10% 수준인 사회복지 지출을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까지 확대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하는 한 근로자들의 기업에 대한 종속은 심화되며 따라서 기업의 부담도 증가한다. 현재의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등의 논란은 노동시장의 부담을 기업이 전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 확장은 필수적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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