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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대학등록금 대라" 아버지에 소송낸 딸

[데이터국감] 팍팍한 100세 시대 
 

부모·자식간 법정싸움 증가세
부양료 소송 2008년 162건→지난해 270건
금태섭 “사회적 문제 접근 필요해”

[중앙포토]

[중앙포토]

#1. 경기도 안성에 사는 김모(40대ㆍ여)씨는 지난 2011년 70대 아버지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냈다. 대학에 입학하는 김씨 자녀의 등록금을 아버지가 부담해야 한다며 3900만원의 부양료를 지급하라고 한 것이다. “손자의 양육비를 외할아버지가 부담해야 한다. 매달 400만원씩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었다. 김씨의 아버지가 2009년 3월부터 2011년 4월까지 26개월 동안 250만원씩 줬지만, 김씨는 그동안 받지 못한 잔액(3900만원)을 부양료로 청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아버지가) 부양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김씨의 주장은 이유가 안된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2. 창원시에 거주하는 A씨(76ㆍ남)는 지난해 장남(61)을 비롯한 자녀 4명에게 매달 부양료 15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유일한 부동산인 아파트를 8년 전 1억6300만원에 처분해 장남에게 준 뒤, 아내와 살 집을 위한 전세금 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2년뒤 아내가 사망하면서 전세금 반환 문제로 장남과 갈등을 빚었고, 장남은 생활비 명목으로 아버지에게 주던 40만원의 용돈을 끊기까지 했다. 결국 A씨는 매달 받는 노령연금 2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장남(30만원)과 다른 자녀 3명(각 15만원)에게 부양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별다른 자산이 없는 반면 자녀들은 일정한 소득이 있거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3. B씨(60대·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년 이상 연락이 없던 장모(82)가 법원을 통해 부양료 심판 청구서를 보내온 것이다. B씨는 법률상담 플랫폼 로톡을 통해 “처가의 가족간 불화가 심해 결혼 초부터 왕래가 없었고, 2000년 초 장인이 사망했을 때 (장모는)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다”며 “그런데도 일시불로 3000만원과 함께 매달 40만원의 부양료를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말이 있다. 국제연합(UN)이 2009년 작성한 ‘세계 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100세 이상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가족 부양의식은 거꾸로 가고 있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2016 부양에 관한 처분’ 자료에 따르면 부모ㆍ자식, 형제ㆍ자매 등 가족간 부양료 청구 소송은 최근 9년 사이 약 67% 가량 늘었다. 천륜이라 불리는 부모자식간 인연을 끊더라도 돈을 우선하는 경우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 건수.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 건수.

2008년 이후 9년간 제기된 부양료 소송은 2057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08년 162건에서 2009년(195건), 2010년(203건), 2011년(238건), 2012년(238건), 2013년(250건), 2014년(262건), 2015년(239건), 2016년(270건)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소송에서 부양료 지급을 인정받는 경우는 총 479건에 불과했고, 2008년 58건에서 지난해 42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간 분쟁이라는 부양료 소송의 특성상 소송 도중 취하하거나 법원의 조정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있어 지급 인정건이 적은 것”이라며 “다만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가족간 부양과 관련한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를 고려할 때 부모와 자식간 부양문제는 가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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