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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13) 아무도 이렇게 엄마가 되는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영화 '해피 이벤트'

비디오 대여점에서 처음 만난 (왼쪽부터)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 분)와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비디오 대여점에서 처음 만난 (왼쪽부터)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 분)와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비디오 대여점에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꿈많은 영화감독 지망생이었고 저는 철학과 대학원생이었죠. 우리는 뜨겁게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함께 있을 때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부부가 꼭 '함께' 봐야 할 영화

 
“우리 아이를 갖고 싶어.”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모습.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모습.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결혼과 임신, 출산. 틀림없이 축복받아야 할 ‘해피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요? 과연 사랑만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해피 이벤트’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 분)가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임신한 상태에서 배가 부를 대로 불러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든 상황이 된 거죠. 이때부터 이 영화의 조짐이 그리 밝지만은 않으리란 걸 느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딸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딸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의 결과물인 아이까지 생겼으니 더없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누구보다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론) 바바라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이유 없이 울다가 또 웃고, 아침형 인간에서 밤 도깨비 인간으로, 채식주의자에서 육식주의자로 변했습니다. 
 
"실은 나도 두려웠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내 안에 외계인이 사는 것처럼
누군가 내 몸을 조종하듯이
내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명령하는 것 같았다." 
-극 중 바바라의 내레이션 중에서
 
육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했죠. 논문만 쓰면 조교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바바라는 논문을 쓰기에 집중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자 아기 아빠가 된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분)의 입장은 또 어떨까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분).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분).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그저 자신 한 몸만 건사하면 됐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여자친구(영화에서는 결혼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부인'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와 아이가 생겼으니 '가장의 책임감' 또는 '부담감'이 생겼을테죠. 그래서 자신이 꿈꿔오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급여가 나오는 직장을 구해야 했습니다. 
 
어떠신가요? 벌써부터 '어머 내 얘기야!' 하셨나요? 이 밖에도 영화를 보다보면 공감할만한 대사와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몇가지 소개해보자면, 아기를 낳고 첫 수유할때 바바라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터트리는 장면,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하는 장면, 아기가 밤낮없이 우는데 우는 이유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장면 등이 있죠. 또한 아기를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여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들은 많은 여성분들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 합니다.   
 
실감나는 임산부, 육아에 지친 엄마를 연기한 루이즈 보르고앙.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실감나는 임산부, 육아에 지친 엄마를 연기한 루이즈 보르고앙.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이 모든 장면들을 실제처럼 연기한 여배우 루이즈 보르고양을 이야기 안할 수 없죠. 혹자는 진짜 임신한 배우를 섭외한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진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실제로는 미혼에 임신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2003년 프랑스 예능프로그램으로 데뷔한 그녀는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2010년 뤽베송 감독의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이라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습니다. 남성잡지 서 그 해의 가장 완벽한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큰 키에 시원한 마스크,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도 역시 원작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원작은 '행복한 사건(원제는 Un heureux evenement)'이라는 책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작품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절판되었네요. (아쉽) 
 
저는 영화를 보고 결혼과 임신, 출산에 대해 좀 더 회의적인 시선으로 변해버렸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결혼을 앞둔 커플,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 출산을 앞둔 부부 등 '부부'가 꼭 함께 봐야할 영화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보게 된다면 서로가 가지고 생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 이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 보신 어머님들에게도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육아에 지쳐 힘들다가도 아기가 자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육아에 지쳐 힘들다가도 아기가 자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스틸]

 
실제로 이 영화를 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전과 환상은 없는 현실 그 자체인 영화다', '결혼, 출산, 육아의 교과서 같은 영화다', '왠만한 기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등등. 미혼자는 미혼자대로, 기혼자는 기혼자대로 상당히 좋은 평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결말에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와 함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라는 진부한 해피엔딩도 아니죠. 그래서 어쩌면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던것 같습니다. 인생엔 정답이 없으니까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해피 이벤트>였습니다. 
 
 
해피 이벤트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포스터]

[사진 영화 <해피 이벤트> 포스터]

원작: 엘리어트 아베카시스 '행복한 사건'
감독: 레미 베잔송
각본: 레미 베잔송, 바네사 포탈
출연: 루이즈 보르고앙, 피오 마르마이
촬영: 앙투완 모노
장르: 멜로, 로맨스
상영 시간: 10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3년 4월 25일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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