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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동담치(東譚峙)

동담치(東譚峙)
-육근상(1960~)
 
시아침 10/28

시아침 10/28

처음은 검은색이었는데
강물 거슬러 오르는 꺽지 보내 비늘빛 그려 넣었다
 
여름 이겨낸 바람이 곧게 가지 세우고 소나무처럼 잠깐 서있다 고샅으로 사라졌다 미루나무가 서쪽으로 휘어진 까닭은 새떼가 노을 몰고 우르르 내려앉았기 때문이라 했다
 
벌겋게 익은 강이 김 모락모락 피워 올려 가을 다 흘러가버렸다 쪽창 열고 동담치(東譚峙) 헤집어 보라 일러두었다 밤새껏 머뭇거리다 돌아갈 길 묻던 등 굽은 노인이 큰기침 몇 번 하자 수런거리던 이파리들이 뒤뜰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동담치가 어디에 있는 고개인지 몰라도 좋다. 거기에도 가을이 당도했을 것이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벌겋게 익은 강물이 흐를 것이다. 시인은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깊어진 가을의 풍경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세밀한 시인의 언어는 누구나 아는 바람과 나무와 노을과 이파리들을 이렇게 삽상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전환시켜 놓는다. 낙엽이 그냥 땅으로 내려앉는 거 아니다. 등 굽은 노인의 기침소리 때문이다. 가을이 우리에게 온 것도 다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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