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홍승일의 시시각각] 휘청거리는 ‘기능 한국’

홍승일 수석논설위원

홍승일 수석논설위원

크로아상 맛을 중국 사람들이 알아버리자 파리 대형마트의 프랑스산 버터가 동나 버렸다는데, 시진핑 주석이 ‘기능 입국’을 밀어붙이자 이달 중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이 메달을 쓸어 담았다. 거의 전 직종(51개 중 47개)에 출전해 금메달 15개로 한국(8개)의 더블 스코어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벽돌쌓기 같은 풀뿌리 기술 붕괴
기능올림픽도 덩달아 중국에 밀려

“쓰나미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한국 대표단을 인솔한 전화익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의 탄식이다. 시 주석은 2021년 상하이 기능올림픽을 유치한 것을 계기로 “2억 명 가까운 중국 청소년이 기능 활동을 사랑하고 여기에 투신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인구 네 배 규모의 ‘기능 굴기(崛起)’다. 중국을 비롯해 땅덩이와 인구 규모가 큰 브릭스(BRICs) 대국, 러시아와 브라질도 기능인력 육성책에 요란한 시동을 걸었다.
 
1975년대 스페인 기능올림픽의 판금 메달리스트 출신인 송신근 기능한국인회장(디피코 대표)이 대표단 일원으로 대회 현장을 지켜봤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4차 산업혁명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이미 대한민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중국이 전자·기계 같은 주요 산업의 풀뿌리 전통기술마저 압도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은 1977년 첫 우승 이후 21차례 대회에서 무려 19번이나 우승을 했는데.
“요즘 같아선 준우승도 다행이다. ‘기능 한국’에 빨간 등이 켜졌다. 특성화고 졸업생이 대개 취직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삶의 질이나 사기가 말이 아니다. 힘든 일 꺼리는 풍조를 부추긴다. 현장 풀뿌리 기술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 근로자 몫이 돼 버렸다.”
 
송 회장은 경기도 군포 사옥 안에 후진 양성을 위해 기술훈련센터를 차렸다. 600시간짜리 자동차 기술 과정에 20명을 수업료 없이 모집했는데 6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학교 찾아다니며 교육생 ‘구걸’해 봤지만 허사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통제조업 현장의 숙련 기술자가 그토록 중요한가.
"4차 산업혁명의 요체는 기술의 융합인데 뿌리기술 없이 무얼 융합하나. ‘가이젠(改善)’ 같은 혁신활동이 이뤄질 수가 없다. 사옥을 지난해 새로 지었는데 노련한 벽돌공을 구하지 못해 벽돌·타일이 갈라지고 하자가 많이 생겼다. 이번 올림픽 때 우리 전통 메달 밭인 조적(組積, 벽돌쌓기) 종목에서 노 메달을 기록한 게 우연이 아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문턱까지 오면서 기능인과 기능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70년대는 우승팀 귀국 때 카퍼레이드까지 했는데.
"스위스를 보라. 과거 우승까지 한 선진국인데 이번 대회에서 여전히 한국과 간발의 차로 종합 3위에 올랐다. 인접국 독일의 영향을 받아 뿌리산업과 마이스터 정신이 강하다. 이번에도 힘든 직종인 석공 분야에 여자선수들이 출전했더라.”
 
‘로테크(low tech) 없이 하이테크(high tech) 없다’는 말은 스위스에 딱 맞는다. 자동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문명이기야말로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기 일쑤지만, 목공·실내장식·웹디자인처럼 생활밀착 전통 기술은 일자리의 보고다. 파이터치연구원의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보고서를 보면 기능인 등 숙련 근로자의 위상은 앞으로도 탄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정부 ‘혁신 성장’의 실마리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다. 풀뿌리 기능인의 육성→일자리 창출→ 사람·소득 주도 성장의 선순환을 그려봄 직하다. 
 
홍승일 수석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