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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미술] 별을 바라보는 이유

이지은 명지대 교수·미술사학

이지은 명지대 교수·미술사학

무대엔 정장을 입은 동양 여성이 무릎을 포갠 채 앉아 있다. 관객은 한 사람씩 올라와 가위로 여성의 옷을 잘라 간다. 짓궂은 남성 관객이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시간을 끌더니 마침내 브래지어 끈을 자른다. 미국 뉴욕에서 공연된 오노 요코의 ‘컷 피스(Cut Piece)’다. 작가의 퍼포먼스지만 행위는 관람자가 한다. 가위질에 알몸이 드러나는 작가를 마주하는 가해자의 역할도 관객이 감당할 몫이다. 작품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진 가부장적 폭력이라는 페미니즘 해석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베트남전쟁으로 이어지는 대량 살상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몸으로 역사를 쓰다’

캔버스·대리석 같은 전통적 미술매체를 대신해 미술가의 몸이 작품으로 등장하는 것이 퍼포먼스다. 몸은 어느 오브제(objet)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표현 수단이다. 미술가들은 이런 몸을 매개로 체제에 저항하고 금기를 깼으며, 공동체와 소통하며 관람객을 예술 창작의 무대로 이끌었다.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들이 온몸으로 써 온 역사가 전시되고 있다(내년 1월 21일까지).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부인으로 유명한 오노 요코의 ‘컷 피스’ 퍼포먼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부인으로 유명한 오노 요코의 ‘컷 피스’ 퍼포먼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강국진·정강자·정찬승의 ‘한강변의 타살’은 사이비 문화인을 장례 지내는 퍼포먼스다. 각각 ‘문화 부정축재자’ ‘문화사기꾼’ 등의 글귀가 적힌 비닐을 걸친 작가들이 모래 구덩이에 파묻히고 글귀가 적힌 비닐을 태우며 기성 문화계를 비판한다. 유신정부는 오히려 이들을 퇴폐사범으로 규정했다. 한겨울 얼어붙은 천안문광장 바닥을 입김으로 녹이는 중국 작가 쑹둥(宋冬)의 ‘호흡’ 역시 공산당이라는 거대한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개인의 몸짓이다.
 
옥인콜렉티브는 자본의 횡포, 공권력의 무관심 속에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소시민의 무기력감을 공동체 퍼포먼스를 통해 극복해 왔다. ‘작전명-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일본 정부의 은폐를 지켜보며 자구책으로 만들어 낸 재난 대피용 기체조다. ‘침착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있으나마나 한 지침에 걸맞게 효과가 의심되는 동작을 따라 하는 관객들은 어느새 핵의 공포를 블랙 유머로 메운다.
 
지난주 막을 내린 미술주간 슬로건이 ‘별별아티스트’다. 별나라 사람 같은 행위예술가는 사실 우리 곁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들이 밝히는 빛은 사회 부조리와 삶의 그늘, 공동체의 아픔을 두루 비춘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예술이라는 별을 바라보는 이유다.
 
이지은 명지대 교수·미술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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