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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아라온호 9번째 남극 항해, 227일간 미지의 보물 찾는다

출항식날 올라 본 극지 탐사 쇄빙선
2010년 남극을 항해하는 아라온호 전경. 밑바닥에 장착된 ‘아이스 나이프(ice knife)’가 얼음을 양 옆으로 제쳐 연속 쇄빙을 하며 전진할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2010년 남극을 항해하는 아라온호 전경. 밑바닥에 장착된 ‘아이스 나이프(ice knife)’가 얼음을 양 옆으로 제쳐 연속 쇄빙을 하며 전진할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26일 인천항 제1부두 12선석. 국내 유일 쇄빙선(碎氷船·Ice Breaker) 아라온호가 9번째 남극 항해에 앞서 출항식을 열었다. 얼음에 끄덕없는 특수 강철 소재의 새빨간 뱃머리에는 ‘바다’와 ‘모두’의 순한글 합성어인 ‘아라온’이 흰색 글씨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후미에 달린 프로펠러 2개는 깨진 얼음이 다시 얼어 배에 엉겨붙는 것을 막는다. 김광헌 아라온호 선장은 “극지방은 하절기에도 기온이 영하 18~20도를 넘나들어 연구진이 선미(船尾)에서 작업할 때 대형 온풍기 없이는 견디기 힘들다”고 전했다. 갑판 위에는 남극 과학기지에서 쓸 새 포클레인이 밧줄로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아라온호는 지난달 9번째 북극 탐사를 마치고 귀환했다. 2009년 11월 건조돼 매년 남극과 북극을 한 차례씩 오가며 활동한다. 세종·장보고·다산과학기지 등 상설기지에 연료·굴삭장비·식량 등 물자를 보급한 뒤 자체 탐사 활동을 벌이는 게 주 임무다.
 
“‘멀티코어’라고 부르는 이 장비는 해저 시료를 채취하는 데 쓰입니다. 여기서 채취한 시료를 배 안에서 정밀 분석해 보관할 수 있죠.” 윤호일 극지연구소장은 출항식 직후 내부 시설을 소개했다. 8개의 발이 달린 기구가 바닷속에서 끌어올려지자 투명한 통 안에 담긴 바닷물과 흙이 배 위로 올라왔다. 아라온호 내부에는 해수를 정밀 분석·보관하는 발틱룸(Baltic Room)을 비롯해 수족관·생물연구실·건식연구실·지구물리실·해수분석실·화학분석실 등이 독립된 방으로 설치돼 있었다. 탑승 인원 80명 중 절반 이상인 50~60명가량이 과학자 등 연구인력이다.
 
세종과학기지 최경호 대원이 펭귄 연구를 하고 있다. 매년 30명 이상이 남극 기지 두 곳에서 월동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세종과학기지 최경호 대원이 펭귄 연구를 하고 있다. 매년 30명 이상이 남극 기지 두 곳에서 월동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윤 소장은 “현재 아라온호 수준의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춘 쇄빙선은 독일 ‘폴라르슈테른(Polarstern·북극성)’을 포함해 전 세계에 4척가량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중국·일본 등이 오는 2019~2022년 취항을 목표로 차세대 쇄빙선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취항을 하지 못했다. 아라온호는 내년 6월까지 227일간 남극 탐사를 한다. 보급물자 전달을 마치고 12월 중순부터 아문젠해·로스해·웨델해 등 남극 연안을 차례로 항해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 원인 규명, 지진 관측망 구축, 빙권 환경 복원 등이 주된 연구 과제다.
 
배 안에는 장거리 항해를 견딜 수 있도록 체련장과 사우나실, 도서관 등을 갖췄다. 사우나에 남녀 구분이 없어 반드시 ‘사용 중’ 표시를 문 앞에 걸고 들어가야 한다. 항해 기간 동안 술은 1인당 1주일에 맥주 두 캔(와인 기준 반 병)만 허용된다. 갑판에 설치된 위성통신장비는 남극 바다 위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생생한 카톡과 영상통화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도록 지원한다.
 
쇄빙선

쇄빙선

극지방 연구에 배가 필요한 이유는 상설기지로 대신할 수 없는 접근성 때문이다. 특히 북극은 학술적 연구만 허용된 남극과 달리 최근 온난화로 북극해 표면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서 탐사 가능 범위가 늘었다. 자원개발 등 경제적 가치를 잡는 데 선진국이 열을 올리는 이유다. 쇄빙선을 가진 국가들은 미지의 영역을 넘나들며 경쟁적으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아라온호도 지난해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냉동 천연가스(가스하이드레이트)를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현재 북극 영유권을 가진 나라는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 등 8개다. 이들로부터 정식 옵서버 자격을 얻은 12개국만이 북극 항로 및 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세 번의 도전 끝에 2013년 중국·일본 등과 나란히 옵서버에 합류했다.
 
쇄빙선

쇄빙선

쇄빙선은 무거울수록 성능이 좋다. 육중한 배 무게로 얼음을 위에서 눌러 부수고,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이를 밀어 전진한다. 7487t짜리 아라온호는 1m 두께 다년빙을 깨고 3노트(시속 5.5㎞)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2~3m짜리 얼음은 처리 불가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보다 큰 1만2000t급 제2쇄빙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허만욱 해수부 해양개발과장은 “두 배가 남·북극 탐사를 각각 전담하면 보다 효율적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총사업비 2856억원짜리 사업계획서가 아직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출항식에 온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독일이 2020년 출항을 목표로 2만7000t짜리 ‘폴라르슈테른2’를 건조 중이고 중국과 일본도 1만t급 쇄빙선을 만들고 있다”면서 “극지연구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제2쇄빙선 건조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S BOX] 남·북극에 모두 기지 보유한 나라는 한국 등 8개국
한국의 극지방 연구는 1988년 본격 시작됐다. 그해 2월 세종과학기지가 남극대륙 인근 킹조지섬에 준공되면서다. 세종기지는 연면적 4318㎡(약 1300평) 규모다. 18명가량이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극한기에도 기지를 비우지 않고 상주한다. 여름 등 나머지 계절에는 다양한 기관에서 온 연구진 70~80여 명이 기지를 드나든다. 내년 2월은 세종기지 설립 30주년이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각계각층에 추석 격려전화를 하면서 첫 번째 통화를 세종기지 이재일 선임연구원에게 걸었다.
 
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도)는 세종기지(남위 62도)보다 남극 중심에 더 가깝다. 2014년 동남극 테라노바베이에 세종기지와 비슷한 연면적 4458㎡(약1350평) 규모로 세워졌다. 월동연구진 15명이 상주하고 집수실·해수탱크·유류탱크 등 친환경 시설을 갖춘 게 특징이다. 장보고기지 개설로 한국은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두 개 이상의 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다산과학기지는 2002년 생긴 북극 연구기지다. 프랑스와 함께 건물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규모(250㎡)가 작고 고정 연구진이 상주하지는 않는다. 현재 남·북극에 모두 기지를 세운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8곳뿐이다.
 
인천=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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