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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고르비·덩샤오핑·만델라 리더십 공통점은

강한 리더라는 신화 표지

강한 리더라는 신화 표지

강한 리더라는 신화
아치 브라운 지음

기존체제 해체한 변혁적 리더
국제 시스템까지 바꾼 역할도
자신의 신념 고집하는 자만심
민주화 시대 리더로는 부적합

홍지영 옮김, 사계절
 
“강한 리더가 위대한 리더라는 환상을 깨라!”
 
정치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인 저자의 외침이다. 그는 리더를 ‘강약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안이한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어떨까. 저자는 “(카리스마가) 리더가 갖고 태어나는 특별한 자질이라는 생각 또한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말한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고, 과대평가되는 경우도 흔하단다. 면밀히 살펴보면, 리더의 강한 이미지는 책략이나 환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치 리더십을 연구해온 저자는 리더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재정의형 리더(redefining leader)와 변혁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 혁명적·권위주의적·전체주의적 리더 등이다. 이 중에서도 저자가 유용한 모델로 주목하는 것은 재정의형과 변혁적 리더다.
 
재정의형 리더는 기존 관념에 도전해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재정의하고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온 지도자를 말한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등이다. 루스벨트는 집권 1기 시절에 총 337회, 2기 시절에 총 374회에 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930년대 경제 공황의 시기 ‘노변담화’라 불리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함께 국민과의 소통, 사기 회복을 우선순위에 뒀다. 저자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 등 이 시기에 이룬 진보가 사실은 “공동으로 이룬 업적”이었다고 강조한다. 정책의 상당 부분은 루스벨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상됐고, 루스벨트는 자신의 정치적 인기로 이 계획을 밀어붙여 실행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아치 브라운이 국가 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온 ‘변혁적 리더’로 꼽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덩샤오핑, 넬슨 만델라. [중앙포토]

영국의 정치학자 아치 브라운이 국가 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온 ‘변혁적 리더’로 꼽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덩샤오핑, 넬슨 만델라. [중앙포토]

영국의 대처는 자신의 직감에 의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공무원들과 외무장관들을 비롯한 각료, 학계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처가 보유했던 총리로서의 중요한 자질은 안건에 대해 스스로 파악하고 상세히 보고받기를 고집했던 점이다.” 하지만 대처는 경제, 노동조합, 복지국가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었고, 각료들과의 견해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종국엔 정부의 수반직을 자신의 헤게모니와 동일시함으로써 무거운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변혁적 리더는 국가의 기존 체제 변화를 넘어 국제 시스템까지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도자를 말한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스페인의 아돌포 수아레스, 러시아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중국의 덩샤오핑,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등이다. 이 중 ‘설득의 힘’을 아는 인물이었던 고르바초프는 “전략적으로 후퇴하고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았다.
 
혁명적 리더이거나 전체주의·권위주의 리더들 중에는 히틀러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사담 후세인처럼 실제로 ‘강한’ 리더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국가에 큰 혜택을 가져왔다는 발상은 날조에 불과했고 그들의 폭정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좋은 리더십보다는 유능한 리더십을 논하자고 제안한다. 좋은 리더십은 인물에 대한 호감도나 정책에 대한 찬성 여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리더’란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달성하도록 돕는 사람”이라며,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자만심’을 꼽았다.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다가 ‘자기 기만과 착각’의 희생자가 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책에서 언급된 세기의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의 도마 위에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토론할 여지도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촛불 집회 1주년을 맞는 시점에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책은 없지 싶다. 이라크 전쟁의 교훈 등 ‘강한 리더’의 대외 정책 실패 사례도 분석했다. “민주적인 정부의 이상적인 모델은 보스형 리더가 아니다”라는 말을 곱씹게 하는 책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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