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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사진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이제 김 과장 밥 얻어먹기 힘들겠어"...대출 규제 타격으로 샐러리맨 '월세 용돈' 끊길 판

주택대출 제한의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투자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제한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수도권에 분양된 오피스텔 견본주택 모습.

주택대출 제한의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투자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제한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수도권에 분양된 오피스텔 견본주택 모습.

얼마 전 지인의 토로. 올가을 입주하는 서울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던 그는 지난봄 처분하려 했다. 원래 들어가 거주할 생각 없이 투자용으로 사들였던 터라 입주 후 팔면 세금이 많아서다. 취득세가 있고 입주 후 바로 팔면 취득 후 1년이 되지 않아 40%나 되는 단기 전매 고율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입주 전에는 세율이 이보다 낮다.
 

저금리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호황
대출 많으면 투자비용 적여 수익률 더 올라
정부, 부동산임대업 대출도 규제키로
공급 급증, 금리 인상 등 악재 많아
부동산 투자 '부익부 빈익빈'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두어 달 지나도 문의가 뜸하다가 프리미엄(웃돈)을 3000만원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날름 팔았다. 5월 초 대통령 선거 무렵이었다.
 
못 팔면 어쩌나 안절부절못하다 다행이다 싶어 안도했고 그래도 3000만원 벌었다며 만족했다.    
 
한 3주쯤 지나 다른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화가 왔다. 업무시간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두세번 전화가 오다 문자가 들어왔다.
 
“아직 안 파셨죠? 피(프리미엄) 5000만원에 사겠다는 분이 오셨어요.”
그는 자기 손을 탓했다. ‘나쁜 손’이라고. 전에도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진 적 있다고.  

 
돈 못 벌면 '나쁜 손'?
 
세상에 ‘나쁜 개’가 없듯이 ‘나쁜 손’도 없다. ‘돈 버는 손’과 ‘돈 못 버는 손’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손은 돈을 멀리하고 일만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전방위에서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지렛대였는데 이제 더는 못 쓰게 됐다. 몇년 새 한 해 월급과 맞먹거나 더 많은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를 부동산 이외에 무슨 수로 벌 수 있는가.
 
특히 분양권 전매는 자금 부담이 적어 샐러리맨들의 최고 재테크였다. 신규 분양에 당첨될 경우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무슨 수로 마련하면 됐다. 중간에 분양권을 사더라도 계약금과 웃돈만 있으면 충분하다. 수익률은 달콤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실이 올해 입주한 서울 12개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분양가와 비교한 결과 평균 2억원이 올랐다. 분양가 평균 7억7000만원이 9억7000만원이 됐다. 상승률은 25%였다. 공사기간이 2년 반 정도이니 연간 10%가량 오른 셈이다. 이 기간 기존 아파트값 상승률(14%)의 2배에 가깝다.
 
이는 가격 상승률이고 분양권 수익률로 보면 훨씬 더 높다. 입주 직전 판다고 보면 실제 투자금은 계약금 7700만원에 불과하다. 7700만원으로 2억원을 버는 셈이다. 6개월새 평균 4000만원 정도다.
전매 금지, 대출 제한 등에 걸려 분양권 투자는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저금리 인기 상품인 수익형 부동산
 
목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용돈 벌이도 어려워지고 있다. 월급 외에 매달 짭짤한 부가수입을 가져다 수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말이다. 정부의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제 파장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상가 등을 말한다. 금리에 민감한 상품으로 저금리 때가 호황이다.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매력적이다.  
 
2000년대 중반 5%까지 올라갔던 정기예금금리가 2013년 2%대로 떨어졌고 2015년부터는 1% 선이다. 이에 비해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은 4~5% 정도여서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았다.  
 
2014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것과 동시에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수익형 부동산은 가격이 주택보다 훨씬 저렴해 자금부담도 적다. 
 
지난해 1년간 거래된 서울 오피스텔 1만2000여건의 평균 가격은 2억1000만원이었다. 9월 서울에서 거래된 단지 내 상가 등의 평균 거래금액이 1억5000여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원에 가깝다.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은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을 훨씬 더 높여주는 증폭기 역할을 한다.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게 수익형 부동산이다. 자기 자금보다 대출을 많이 안을 수록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출이 수익형 수익률 증폭시켜
 

2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해 월세를 80만원 받으면 연 소득이 960만원으로 수익률이 4.8%(960만/2억원)다.  
 
같은 오피스텔을 1억원은 자기 돈으로, 나머지 1억원을 금리 4%에 대출 받으면 이자를 제외한 수입이 560만원으로 줄지만 투자비용도 1억원으로 감소하고 수익률은 5.6%(560만/1억원)으로 올라간다. 같은 방식으로 2채면 1020만원으로 수입이 160만원 늘어난다.  
 
대출을 70%까지 받으면 수입은 400만원(960만-560만원(이자)), 투자비용은 6000만원으로 수익률이 6.7%가 된다.  
 
상가 등 광고물을 보면 수익률이 10% 넘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 제2금융권을 통해서든 대출을 80% 이상까지 늘려 자기자본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여기다 상가 몸값 상승까지 감안하면 총 투자수익률은 더 상승하게 된다. 최근 몇년 새 집값이 꽤 올랐다지만 수익형도 쏠쏠하다. 지난해 1년간 서울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은 3%였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4.2% 올랐다. 아파트값이 더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익 실현’이 먼 주택보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가 꽂히는 수익형이 더 감칠 맛 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상가 임대수익률이 5.24%였다. 2억원짜리에서 매달 100만원 가까이 나온 셈이다. 이 수익률은 시세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대출을 낀 실제 투자금액으로 보면 더 높다.  
 
주변에서 늘 박봉이라는 월급을 쥐고도 웃으며 직장생활할 수 있는 이유의 하나다.  그런데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황금기가 지나가게 됐다.  
 
부동산 임대업 대출도 분할상환
 
정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임대업자 대출에 주택담보대출처럼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년 3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임대업자 대출은 이자만 갚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분활상환해야 한다. 상환할 금액은 담보대출 중 유효담보가액 초과분이다. 유효담보가액은 담보기준가액에 담보인정비율(40~80%)을 곱한 금액에서 보증금 등 선순위채권액을 뺀 금액이다. 
 
대출금이 2억원, 담보인정비율 60%, 보증금 2000만원이면 유효담보가액은 1억원[2억-(2억x0.6-2000만)]이다.  
 
분할상환하지 않으면 연 4% 이자율을 적용하면 매달 70만원 정도만 이자로 내면 된다. 분활상환하면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100만원가량 된다. 월세 수입이 30만원 줄어든다.  
 
대출 한도도 준다. 정부는 임대소득을 기준으로 대출금액을 제한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같은 이자상환비율(RTI; Rent To Interest)을 도입한다. 이는 연간 이자비용 대비 연간 임대소득 비율이다. 임대소득에 비해 이자부담이 지나치게 큰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1.5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월세가 100만원으로 연간 이자 소득 1200만원이면 연 이자가 800만원 이하인 금액만 대출된다. 금리가 4%이면 2억원 이하이다.  
 
업계는 기존에 시세의 70~80%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40~50%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주택대출 억제 파장으로 이미 은행들이 오피스텔상가 등 대출에도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해 40%까지만 대출되기도 한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걸림돌이다. 정부는 내년 말부터 모든 대출액의 원리금 상환금액을 기준으로 주택 대출 한도를 정하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를 도입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주택담보대출 이외 대출은 이자상환액만 포함시켰다. 
 
수익형 부동산 대출 금액이 많으면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힘들어진다. 주택대출 금액을 늘리려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금액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대출금액이 줄면 그만큼 자기 자본이 많아야 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자금력이 좌우하는 ‘부익부 빈익빈’ 시대를 맞고 있다.  
 
공급 급증, 금리 인상 등 악재 잇따라  
 
대출 제한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익형 부동산시장에도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공급 급증이다. 특히 오피스텔 공급과잉 우려가 높다. 2013~2014년 연 3만실에 미치지 못하던 수도권 오피스텔 준공물량이 지난해엔 4만실을 넘었고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2만9000여실이다.  
 
경기 불안 등으로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오피스텔상가 모두 수익률이 하락세다. 3분기 서울 상가 임대소득 수익률이 1.08%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1% 밑으로 떨어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7월부터 5% 밑으로 떨어졌다.  
 
짙어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지난 19일 기준금리가 1.25%로 동결됐지만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조만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대출금액에 대해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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