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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엔진 꺼지나] 마지막 보루 SUV 시장도 전기차 약진

국내외에서 디젤차 인기 시들...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하락세 뚜렷
 
한동안 친환경차로 불리던 디젤(Diesel)자동차의 엔진이 멈출 위기에 몰렸다.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휘발유차 판매량에 밀리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신세다. 연비 효율이 뛰어난 디젤차는 2015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디젤 게이트’의 오명을 뒤집어 썼다. 환경 오염의 주범 여부가 여전히 아리송한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희생양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주력 차종인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뿐만 아니라 상용차 부문에서도 디젤차가 힘을 잃을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Diesel) 엔진 자동차가 그렇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디젤차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8년 만에 판매량이 휘발유차에 역전을 당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 유럽연합(EU) 15개국의 신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휘발유차는 365만대(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8.5%)가 팔려 349만대(46.3%)가 나간 디젤차를 뛰어 넘었다.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덜 팔린 것은 2009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상반기 56.1%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다. 특히 2015년 9월 터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이어진 담합 논란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진 탓이 크다. 세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이 힘을 얻는 것도 악재다.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내놓은 올 7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 집계에 따르면 휘발유차는 7888대가 팔려 전체 신차의 44.7%로 7744대(43.9%)의 디젤차를 앞섰다. 디젤차가 휘발유차를 처음 역전한 2012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일어난 재역전 현상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디젤차 점유율 50% 선이 깨진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국내외에서 디젤차 점유율 하락
환경부는 2015년 국내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의 디젤차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있다고 발표했다(왼쪽).

환경부는 2015년 국내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의 디젤차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있다고 발표했다(왼쪽).

 
한때 클린 디젤 기술로 친환경차라는 칭송까지 받았지만 이젠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 그렇다고 디젤 엔진의 본산인 유럽 자동차 업계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ACEA가 디젤차 판매 부진의 원인을 내놓은 설명 자료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디젤차가 여전히 휘발유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란 점을 명시했다. 에릭 요내르트 ACEA 사무총장은 “친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디젤차는 가교 역할로 임무를 다하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클린 디젤차는 경제·산업·기술을 뛰어넘은 정치·외교·법률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지구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몬트리올의정서(1987년), 리우협약(1992년), 교토의정서(1997년), 파리협약(2015년) 등으로 이어지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연비를 높인 클린 디젤 엔진 기술의 상용화에 들어간다.
 
유럽은 1993년 유로1(EURO1)이란 배출가스 규제를 내놨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럽에서 생산하는 디젤차 판매를 권장하는 규제로 활용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자 유럽에선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승용차의 판매를 독려하는 상황에 놓였다. 동시에 휘발유 엔진 차량이 주축인 미국·일본 브랜드의 차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쌓는 역할도 했다. 한국도 2005년 유럽과 같은 시기에 유로4(EURO4) 기준을 도입하는 등 미국·일본 브랜드보다는 유럽 디젤차의 문호를 미리 개방했다. 이후 친환경과 높은 연비를 앞세운 독일 자동차 업계가 대거 디젤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경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며 예전까지 국내에선 인기가 없던 해치백 차종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BMW 520d는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당장 주문해도 차를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배출가스 규제로 입지 좁아진 디젤차
 
기아자동차는 2005년 국내 첫 디젤 승용차인 프라이드 디젤을 출시했다. 시판 기념으로 첫 인도 고객에게 1년 간 유류비를 지원했다.

기아자동차는 2005년 국내 첫 디젤 승용차인 프라이드 디젤을 출시했다. 시판 기념으로 첫 인도 고객에게 1년 간 유류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2015년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디젤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환경부는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유로6 기준을 따르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도입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2018년 9월부터 실시한다고 입법 예고했다. 다만 2019년 9월까지는 기존 시험방법을 적용한 차량의 출고량을 30% 범위 내로 하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최근 결정했다. 그런데 규제 강화에 따라 소형 디젤차는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기준을 맞추려면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선택적환원촉매(SCR) 장치를 달아야 한다. 이럴 경우 가격도 오르고, 차체가 무거워져 연비가 나빠지게 된다. 소형 디젤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디젤차 규제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섰다. 프랑스의 경우 2014년부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트럭은 파리 시내를 통과하지 못한다.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디젤차 생산을 중단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 1월부터 배출가스 등급 라벨 제도를 시행 중인데, 4등급 적색과 5등급 회색은 도심 진입이 제한된다. 디젤차 생산의 본거지인 독일도 지난해부터 노후 디젤 승용차와 상용차의 도로 주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 유로6를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차는 시내 진입을 못한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디젤차가 휘발유차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평균적으로 15% 적게 배출한다고 항변했지만 이젠 휘발유 차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디젤차뿐만 아니라 휘발유차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차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203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웨덴의 볼보는 내년부터 신차는 모두 전기차만 내놓기로 했다. 내연 기관을 탑재한 차종은 기존 모델만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배터리 혁신으로 세력 확장하는 전기차
 
디젤차의 미래는 대체재(代替財)라 할 수 있는 전기차(EV)의 발전으로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악재다. 원유 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잘 팔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그 과실을 전기차가 따먹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전기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의 진화가 디젤차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용량과 충전 시간으로 꼽혀왔다. 휴대전화 역시 똑같은 문제점을 앓다가 2000년대 이후 리튬이온(Li-ion) 배터리의 상용화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기도 작아지고 얇아지는 동시에 배터리 용량과 사용 시간은 늘어났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자동차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회사까지 뛰어들며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는 6분 만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히고 2019년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초고속 충전 기술이 20~30분에 머물러 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속도다. 나이오븀(Niobium)이란 소재를 활용했는데 전기에 대한 저항이 사실상 없다. 그래서 충전 시간이 줄어들고, 용량도 늘어난다. 덕분에 전기차의 주행거리 역시 현재 300㎞ 정도에서 400㎞로 늘어나게 된다.
 
심지어 청소기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도 전기차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하면서 리튬이온을 고체화한 새로운 개념의 배터리를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시계 메이커인 스위스의 스와치도 현재 최고의 효율로 테슬라에 쓰이는 파나소닉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크기는 3분의 1수준의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했다. 스와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초소형 자동차 스마트(Smart)를 내놓는 등 오랜 기간 자동차 초소형화에 관심이 많은 회사다.
 
충전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방식을 주로 선보이던 기존 자동차 업계도 무선충전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선이 없이도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이나 대형마트 등 공동 이용시설에서 한번에 다수의 차량이 충전을 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을 통한 충전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오르며 전기료 역시 낮출 수 있게 됐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기술적 방법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결국 궁극적인 방향은 배터리 용량의 확대”라며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데 그 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한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젤차의 주력 체급이자 보루라 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에서도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젤차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꺾고 있는 양상이다. 선봉에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 X가 있다. 전방 카메라, 레이더, 360도 초음파 거리 감지센서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한 최초의 SUV다. 미국에서 기본 가격은 9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다. 국내에선 기약 없이 사전 예약만 받고 있다. 모델X는 좁은 공간에서 문이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팔콘 윙(falcon wing)’ 도어를 장착했다. 문 밖에 30㎝의 여유 공간만 있어도 작동 가능하다. 좌석 배열에 따라 최대 7명이 탑승 가능한 실내 공간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소비자 관심이 많다. 두 개의 전기 모터로 앞뒤 바퀴를 4륜 구동 방식으로 돌린다. ‘터무니없는(Ludicrous)’ 모드를 추가 장착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7㎞)을 3.2초 만에 달릴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수퍼카의 가속 성능과 차이가 없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65㎞까지 갈 수 있다. 게다가 2019년 모델X보다 작은 덩치의 SUV인 모델 Y도 출시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테슬라 모델X와 Y가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차 업계도 프리미엄 전기 SUV 출시 서둘러
 
디젤차의 기존 강자인 독일차 업계 역시 프리미엄 전기 SUV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디젤 게이트의 오명을 뒤집어 쓴 폴크스바겐그룹의 움직임이 재빠르다. 폴크스바겐은 I.D.크로즈(CROZZ) 시리즈를 모터쇼 무대에 올리며 2020년 양산을 선언했다. 최고급 브랜드인 벤틀리도 벤테이가보다 작은 크기의 전기 SUV를 준비 중이다. 아우디도 ‘e-트론 콰트로 콘셉트’를 바탕으로 전기차 SUV Q6를 선보인다. 전기 모터는 모두 3개인데 하나는 앞바퀴, 나머지 둘은 뒷바퀴를 맡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기차 브랜드 제너레이션 EQ를 준비 중인데 2019년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전기차 브랜드 i를 통해 i3와 i8을 선보인 BMW는 SUV인 i5를 2021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이 개발 중인 프리미엄 전기 SUV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행 거리가 500㎞ 이상이란 점이다. 기존 디젤보다는 짧을 수 있지만 휘발유 SUV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내연 기관과 관련 구동 체계가 없어 공간이 넉넉해 기존 차체에 비해 더 많은 승객이 타고, 적재 공간이 넓어졌다. 한국 업체도 전기 SUV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부터 코나·니로·스토닉 전기차를 내놓고, 쌍용차는 2019년 티볼리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은 “자동차 업계가 전기 SUV에 눈독 들이는 데는 미국의 대기환경 규제나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모두 자동차 제조사별 평균 수치를 잣대로 삼기 때문”이라며 “디젤 SUV가 평균 수치를 갉아먹을 수 있어 나온 해법이 친환경 전기 SUV”라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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