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진짜 원하는 걸 얻는 방법

서승욱 국제부 차장

서승욱 국제부 차장

▶기자=“유세 때 개헌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중요 공약인데 너무 설명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아베 신조 총리=“가두연설에선 일본의 장래에 대해,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해, 지방 활성화에 대해, 국민들이 듣고 싶은 걸 말하는 게 우리의 책무다.”
 
자민당이 중의원 465석 중 284석을 휩쓴 다음 날인 23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 기자 사이에 오간 대화다.
 
실제로 선거 기간 중 아베의 유세를 채운 건 개헌이 아니었다. 북한발 안보위기, 트럼프와의 친분, 아베노믹스, 저출산고령화 대책, 일자리와 복지 구상 등이었다.
 
아베에게 개헌은 ‘정치를 하는 이유, 원점’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그가 말을 아낀 건 ‘찬반이 팽팽히 맞서 있는 사안을 입에 올려봐야 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란 계산, 또 ‘개헌은 어차피 국민투표로 결판나는 만큼 더 전략적이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베의 이런 태도를 늘 ‘꼼수’라고 욕해 왔다. 실제로 평화헌법 개정 시도 자체가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야욕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진짜로 원하는 걸 얻으려면 발톱을 감출 줄 알고, 먼 길을 돌아갈 줄도 알고, 국민이 진짜 원하는 걸 앞세워 먼저 추진할 줄도 아는 게 아베 정치의 강점일지 모른다. 한국에선 완전 밉상이지만, 그는 이런 식으로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5년 동안 권좌를 지켰고, 이제 전후 최장수 총리에 도전하고 있다.
 
사실 아베가 거론한 현안들이 어디 일본만의 고민이겠는가. 우리가 직접 당사자인 안보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저출산고령화도 한국이 더 문제다. 8월 신생아 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합계 출산율)는 1.1명으로 1.4명 안팎인 일본보다 낮다.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경제, 복지나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적폐청산’이란 갈라치기와 편가르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골적이고 공개적이며 일사천리다. 아베의 개헌처럼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으면서 가장 별렀던 일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안보위기 속에서 미국·안보통 인재들은 이전 정부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귀양이나 다름없는 외국 연수에 내몰리고 있다. ‘정치는 없다’던 국정원은 전(前) 정권도 아닌 전전(前前) 정권에 칼을 겨누며 이미 정치의 중심에 섰다. 코드 인사와 물갈이로 사회 각 분야에서 ‘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런 아수라장이 대한민국이 매달려야 할 제1 과제인가. 5년 뒤 ‘적폐청산 빼곤 뭐가 있었냐’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진짜로 원하는 걸 얻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야겠다.
 
서승욱 국제부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