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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1만원어치 장 보면, DMZ 관광이 공짜래요

시장에서 놀자 ③ 파주 문산자유시장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공짜로 안보관광을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출발해 3시간 동안 도라산전망대·제3땅굴 등을 둘러본다. 관광에 참여한 사람들이 도라산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을 보고 있다.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에서 1만원 이상 장을 보면 공짜로 안보관광을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출발해 3시간 동안 도라산전망대·제3땅굴 등을 둘러본다. 관광에 참여한 사람들이 도라산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을 보고 있다.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은 휴전선이 불과 10㎞ 거리에 있어 ‘한국 최전방 시장’이라 할 만하다. 지리적 요건이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자유시장은 역발상을 시도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안보관광이다.

휴전선 10㎞ 거리 최북단 재래시장
실향민·외국인 등 방문객 2만 돌파
도라산전망대·제3땅굴 등 둘러봐
지역 맞춤 상품·먹거리 개발 숙제

 
문산자유시장의 변화는 2015년 4월부터다. 상인들과 파주시가 머리를 맞대 시장 이름을 제일시장에서 자유시장으로 바꾸고, 시장에서 1만원만 쓰면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파주시가 관광버스와 관광비용을 지원하고 시장 상인회가 운영을 맡았다.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 관광(어른 9200원)과 똑같다. 김진하(61) 문산자유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다른 시장에서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콘텐트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며 “공짜로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안보관광을 시작하자마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벌어졌고,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핵실험이 이어졌다. 2016년 2월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시장 방문객이 뚝 끊겼다. 그럼에도 자유시장의 공짜 안보관광은 시나브로 입소문을 탔다. 2016년 7월 누적 이용객이 1만 명, 2017년 7월엔 2만 명을 돌파했다. 2016년에는 우수시장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진하 회장은 “평일엔 실향민과 장년층, 주말엔 가족이 많고 외국인과 해외 동포 방문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강 끼고 버스로 10분이면 민통선
 
문산자유시장 입구. 입구는 좁아 보이지만 안쪽에 102개 점포가 있다. 옷가게가 가장 많다.

문산자유시장 입구. 입구는 좁아 보이지만 안쪽에 102개 점포가 있다. 옷가게가 가장 많다.

지난 11일 오전 시장을 찾았다. 바니분식에서 된장찌개(5000원)를 먹고, 수도양품에서 양말 5000원어치를 샀다. 시장 공영주차장 사무실에서 영수증을 보여주고 낮 12시30분에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큰 명절이 지난 뒤여서인지 관광객은 10명에 불과했다. 탑승객 대부분은 1940~50년대생이었다.
 
임진강을 끼고 달리던 버스는 10분 만에 겹겹이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닿았다. 검문소에 있던 헌병이 버스에 올라탔다. “모두 신분증을 꺼내주십시오.” 민통선을 통과한 버스는 한갓진 가을 풍광 속으로 빨려들었다.
 
첫 번째 코스는 도라산전망대.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인공기와 태극기, 남북 측 군사분계선이 한눈에 또렷이 들어왔지만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리어 너무 적막하고 평화로워 비현실적이었다. 함께 관광을 하던 류성웅(77)씨가 입을 열었다. “60년대 연천에서 군생활을 할 때만 해도 북한군 애들이랑 수시로 만나 카스텔라도 나눠 먹곤 했는데 말이야. 이렇게 분단이 오래가리라곤 생각도 못했지.” 관광객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바쁘게 버스에 올라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3땅굴. 시청각실에서 영상물을 본 뒤 본격적인 땅굴 견학을 시작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지하 75m까지 내려가니 북한군이 파놓은 땅굴에 닿았다. 굴 안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수학여행을 온 일본 학생들, 인천공항 환승 투어에 참가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이 진지한 표정으로 분단의 현장을 둘러봤다.
 
4, 9일 오일장엔 싱싱한 농산물 많아
 
구수한 맛이 일품인 맷돌손두부. 시장에는 장단콩·들깨 등 파주 특산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 맷돌손두부. 시장에는 장단콩·들깨 등 파주 특산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버스는 도라산역으로 향했다. 50년 남북 간 철도 운행이 중단된 뒤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보존되고 있다. 현재는 하루 한 차례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만이 도라산역에 선다.
 
3시간에 걸친 안보관광을 마친 버스는 다시 시장 앞에 섰다. 미리 장을 봐 둔 어르신들은 점포에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갔고, 시장기가 돈다며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이길순(76)씨는 “일교차가 큰 북녘이어서인지 배추·무 같은 채소가 서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청과점으로 향했다.
 
문산자유시장은 안보관광 덕분에 많은 방문객을 끌고 있지만 숙제도 많다. 개성 있는 음식이나 특산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은 있다. 2017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돼 3년간 18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진하 회장은 “문산 특산물인 장단콩과 인삼을 활용한 특산품을 만들고 청년 상인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 자유시장

파주 자유시장

◆여행정보
안보관광은 화~일요일 낮 12시30분, 오후 1시30분 두 차례 운영된다. 문산역까지는 경의선 지하철이 편하다. 문산역에서 시장까지는 500m, 도보로 10분 거리다. 안보관광을 하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문산자유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매달 4, 9일은 오일장이 함께 열려 지역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파주=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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