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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모의고사’에서 ‘덕후대’까지...고3 위로 잡지 ‘고삼곶통’

"너희가 고삼의 곶통을 아느냐"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20여일 남기고 인터넷에서는 수험생을 위해 출판된 한 잡지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고교 3학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탄생한 잡지 '고삼곶통'이다. 고삼곶통은 머릿말을 통해 자신을 '고삼ㅅㅂ(수발)잡지, 19금 잡지(너무 재밌어서 읽다 보면 수능 망함), 사장님 몰래 만들고 부모님 몰래 선생님 몰래 보는 잡지, 고삼 웰빙잡지, 뒤통수전문잡지, 고삼 1인칭 시점잡지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9월 출판된 고삼곶통 창간호, 2호, 3호(왼쪽부터). 최규진 기자

지난해 9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9월 출판된 고삼곶통 창간호, 2호, 3호(왼쪽부터).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은 고3 만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 전문지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대학교 입시요강을 모아놓은 일반적인 입시정보 책자처럼 보인다. 매년 잡지가 나오는 시기도 고3 수험생활에 맞춰져 있다.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9월과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11월에 각각 2~4만부씩 무료로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로 배달된다. 
 
그 안에는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다. 제목인 '고삼곶통'은 '고등학교 3학년은 고통'이라는 뜻이다. 수험생활의 지친 고교 3학년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잡지는 요즘 학생들에게 익숙한 말투로 청소년 문화를 소개한다. 10대 또래들이 즐겨 쓰는 인터넷 은어와 비속어들도 가감 없이 등장한다. 지난해 11월호에는 "수능을 치고나서 찌찌가 마이 아포"(수능을 치고나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라는 문구를 새기기도 했다.
고삼곶통에서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본따 만든 대학교 입시요강 정보.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에서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본따 만든 대학교 입시요강 정보.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에는 각종 수험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담이나 패러디들이 등장해 웃음을 준다. 앞서 카드 뉴스로 소개한 ‘전국덕후학력평가’나 '캠퍼스라이프', '방탄소년단 팬픽'(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인터넷 소설) 등이다. 같은 대학교 입시 정보를 다루더라도 <프로듀스 101> 등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풍자한다. 
  
여기엔 고교 3학년 만 공감할 수 있는 경험담도 한 몫 한다. 잡지 창간호에서는 고3의 습성이나 신체구조, 욕구본능이 1학년이나 2학년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고3은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갑자기 졸다가 사물함 앞에 가서 공부하는 척을 한다", "고3의 식욕은 새벽이 될수록 왕성해진다", "고3들은 화려한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거의 100%다"는 식이다.
 
'전국덕후학력평가'에서 '덕후대학교 입시요강'까지
지난 9월 고삼곶통 3호에 실린 세번째 '전국덕후학력평가-아이돌영역' 문제지. 최규진 기자

지난 9월 고삼곶통 3호에 실린 세번째 '전국덕후학력평가-아이돌영역' 문제지.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이른바 ‘전국덕후학력평가'이다.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진 이른바 '덕질'(아이돌이나 게임 등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심취하는 것) 문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 수능 모의고사를 흉내내 만든 전국덕후학력평가는, 최신 유행하는 아이돌 가수에 대해 수험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K-POP에 대해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면 일반인은 만점을 받기 힘들 정도로 난도가 높다. 평소 시험지에 시달리던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팬서비스인 셈이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9월에 출판된 고삼곶통 2호와 3호에 실린 '덕후대학교 입시요강'.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대학교 광고물이다. 최규진 기자.

지난해 11월과 올해 9월에 출판된 고삼곶통 2호와 3호에 실린 '덕후대학교 입시요강'.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대학교 광고물이다. 최규진 기자.

이어서 ‘덕후대학교 입시요강’은 최근 인터넷 상에서도 화제를 모은 코너다. 일반대학교의 입시 요강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과 모집이 '팬픽창작과' '팬덤경영과' 등 덕질에 맞춰져있다는 점이다. 수험생활에 지친 고등학생들에게는 꿈의 대학교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 인터넷에서 저작권을 구매한 이미지를 사용한 가짜 광고다. 여기에 고삼곶통 측은 가상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덕후대학교 합격통지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열띤 반응에 실제 대학교들도 패러디 광고를 게재할 정도다.
 
하지만 고삼곶통은 고3들이 '망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의 가감없는 조언도 이어진다. 좋은 대학교에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고 훈계하지 않는다. 서울대에 가는 법으로 서울대 입구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라고 소개할 정도다. 고3이 가진 ‘망상’과 ‘현실’을 깨부수는데 여념이 없다. 흔히 어른들 말처럼 대학가면 살이 빠진다던지 애인이 생긴다던지하는 일은 없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고삼곶통'의 인기비결…"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고삼곶통을 읽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인터넷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인증사진.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을 읽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인터넷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인증사진. 최규진 기자

 
비록 장난이더라도 실제 고삼곶통을 둘러싼 교실의 반응은 뜨겁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는 "고삼곶통은 타임지를 물리칠 정도로 최고의 잡지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고삼곶통을 받아보고 싶다"는 등 학생들의 인증사진과 리뷰 게시물들이 이어졌다. 의정부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예림(18)양은 "대학교별 입시요강이 나와있는 기존 잡지들을 많이 봤지만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고3생활을 풍자하는 잡지를 보면서 재밌게 웃고 힘이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잡지에 열광하는 고3 수험생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어떨까.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잡지를 부담스러워했지만 고달픈 수험생활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 태광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여권 교사는 “처음에는 잡지 속 표현 등이 부담스러웠지만 내용을 보니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대입을 위해 해마다 준비해야하는 게 많고 부담이 큰 고3학생들이 머리를 식힐 수도 있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삼곶통을 제작하고 있는 편집국 일동. 조수진 고삼곶통 편집장(사진 맨 오른쪽)은 한때 수험생활을 겪은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뤄진 여성들이라고 소개했다. 최규진 기자

고삼곶통을 제작하고 있는 편집국 일동. 조수진 고삼곶통 편집장(사진 맨 오른쪽)은 한때 수험생활을 겪은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뤄진 여성들이라고 소개했다. 최규진 기자

 
제작진들은 고삼곶통이 “수험생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기자가 만난 제작진은 10여년 전 수험생활을 겪은 30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고삼곶통의 모토는 “고삼생활에 충실하자, 꿈을 가지고 좋은 대학 가자 힘내”가 아니라 “고삼인 것이 곶통(고통)이다. 하지만 고삼이기 전에 난 내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의미다. 고삼곶통 편집장을 맡은 조수진(31)씨는 "내 경험상 지금 수능 준비해봐야 어차피 늦었다. 가장 시간이 많고 가장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은 고3 뿐이니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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