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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속 진짜 과학 20. 좀비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좀비는 영화나 만화, 게임 속에 등장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사람의 모습으로 괴물처럼 달려드는 좀비는 여느 공포 영화보다도 무섭고 끔찍한 느낌을 주죠. 영화 ‘부산행’의 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행'은 고속열차를 중심으로 좀비들에게 쫓기는 사람들의 탈출극을 그린 영화죠. 그런데 이런 작품을 보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과연 좀비 사태는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요?
 
좀비는 서인도제도의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믿는 민간신앙인 부두교에서 유래했습니다. 좀비는 부두교 사제가 영혼을 뽑아낸 인간으로, 사제들은 이 좀비를 노예처럼 부리거나 팔아버렸다고 하죠. 마법 같은 이야기지만, 특수한 약물로 사람을 좀비처럼 만든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물론 ‘부산행’을 비롯한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한 좀비는 좀 다릅니다. 바이러스나 어떤 특수한 물질에 감염돼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이나 시체를 가리키죠. 시체가 되살아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성을 잃고 날뛰는 병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광견병입니다.
 
물을 두려워하게 한다고 해서 공수병이라고도 불리는 광견병은 한 번 발병하면 거의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주로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서 감염되기에 광견병이라 부르지만, 박쥐나 너구리 같은 대다수 포유류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도 있죠. 침이나 피를 통해서 전염되므로 광견병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거나 할퀴는 것으로도 감염이 될 수 있습니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천천히 뇌로 전달돼 감염되며 근육 경련과 흥분, 마비, 정신 이상 등의 증세가 발생하고 일주일도 안 되어 사망합니다. 일단 발병하면 치료할 방법이 없으며 세계 각지에서 매년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죠.
 
광견병은 좀비 바이러스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광견병으로 좀비 사태가 벌어지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매우 천천히 전달되어 발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죠. 또 발병하면 오래 살지 못합니다. 게다가 전염되기 어렵고, 예방이나 치료 방법이 있다는 점도 위험성이 낮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변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만들기 어렵고 치료하기도 힘들죠. 본래 새들에게만 감염되었던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도 그런 변형 때문이니까요. 마찬가지로 광견병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게 변할지도 모릅니다. 더 빠르게 발병하고, 발병한 후에 더 오래 살아있게 되며, 심지어 공기를 통해서 퍼져나가는 식으로요.
 
광견병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 외에도 좀비처럼 정신 이상을 일으키는 증세는 나올 수 있습니다. 영화 ‘연가시’에서처럼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매우 작은 기계인 나노 머신이 두뇌에 들어가서 인간을 조종할지도 모를 일이죠. 그렇다고 해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게 바이러스이건 기생충이건 간에 좀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해 움직이는 이상,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뭔가를 먹고 살아야 하죠. 좀비들만 가득한 상황에서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좀비는 오래지 않아서 굶어 죽겠죠. 에너지가 없어서 쓰러진 시체가 움직일 리도 없으니, 집 안에 숨어있기만 해도 문제는 해결됩니다.
 
만약 질병으로 좀비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이 그 질병에 대항할 것입니다. 일찍이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으로 한 소년을 살려냈고 수많은 개와 사람들을 구했듯이, 좀비라는 증세가 퍼지게 되면 예방법이나 치료법도 생겨나겠죠다. 그러니 우리가 좀비 사태로 죽을 일은 다른 재앙보다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좀비가 나오는 게임이나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그 상황이 여느 재앙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까지 친구이고 가족이었던 사람이 괴물로 변해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죠. 또 질병이 언제라도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니라도 지금의 평화가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좀비 이야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더욱 중요한 내용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좀비가 날뛰더라도 사람들이 협력하면 살 수 있다는 점이죠. 좀비로 인해 생기는 위기는, 좀비 그 자체보다도 사람들의 대립에서 일어나곤 하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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