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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믿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이상언 사회2부장

이상언 사회2부장

바비 레이(닉네임 B.o.B)라는 31세 미국인 래퍼가 있다. 수년 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에어플레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밤하늘을 지나는 비행기를 별똥이라 여기고 소원을 빌면 좋겠네…’라는 가사가 경쾌한 멜로디에 실린 노래다. 그 외에도 몇몇 인기곡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지난달 여러 외신에 동시다발로 등장했다. 음악과는 관계없는 생뚱맞은 주장 때문이었다.
 

지구 평면설, 천동설 신봉자가 아직도 곳곳에 있듯이
이 땅엔 귀 막고 태블릿 조작설에 매달리는 이가 있다

그는 100만 달러(약 11억원) 모금 활동에 돌입했다. 용도는 지구가 공 모양이 아니라 쟁반 모양이라는 ‘평면설’ 입증이다. 이 돈으로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가 납작한 형태라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100만 달러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는 무지렁이가 아니다. “프로 뮤지션이 되겠다”며 학교를 떠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정규 교육을 받았다.
 
레이를 놓고 제정신이 아니라거나 ‘관종’(주변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엉뚱한 일을 벌이는 사람)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 됐든 본인은 자못 진지하다. 그가 평면설을 주장하자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 등이 나서 설득을 시도했다. 지구 밖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 이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헛일이었다. ‘지구는 둥글다’는 거짓말을 만들어낸 ‘전 지구적 음모 세력’의 핵심이 NASA라고 그는 생각한다.
 
지구가 납작하다고 믿는 이는 레이 외에도 꽤 있다. 미국의 모델 겸 가수 틸라 데킬라, 미 프로농구 선수 카이리 어빙도 그렇다. ‘편평한 지구 모임(Flat Earth Society)’이라는 단체의 회원이 10만 명 정도다. 미국 언론은 그중 상당수는 장난삼아 가입한 경우로 추정한다.
 
아직도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은 "러시아인의 약 4분의 1이 천동설을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여러 차례의 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세 시대처럼 우주에 대한 생각을 문제 삼아 감옥에 가두거나 심지어 처형하는 일은 오늘날 일어나지 않는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로 본다. 조금 덜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될 뿐이다. 종교적 믿음 때문이든 무지나 오기 때문이든 ‘정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세요’의 영역에 둔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이다. NASA 또는 미국 정부가, 또는 다른 나라 정부나 기관이 지구가 공 모양이라는 거짓말을 조직적으로 유포한다고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주장한다면 사태가 달라진다. 모욕과 명예훼손의 문제가 된다. 비방 의도가 있다고 사법기관이 판단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당사자는 탄압받는 선각자라고 주장하겠지만.
 
한국 검찰이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태블릿PC에 대해 ‘조작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JTBC와 검찰이 짜고 다른 사람의 태블릿을 최씨 것으로 둔갑시켰다고 한다. 처음에는 1876개의 전체 사진 파일 중 최씨 사진이 두 개밖에 없는 점을 조작의 근거로 주장했는데, 17개의 파일만 태블릿으로 찍은 사진이고 나머지는 인터넷 검색이나 웹사이트 접속에 따라 자동으로 저장된 이미지 파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정보 입력 시간 등을 시빗거리로 내세운다. 그것들 역시 정보통신 기기의 저장 방식에 대한 무지와 결합된 억지 주장이다.
 
그들은 태블릿의 존재가 드러난 뒤 "얘네들이 이걸 훔쳐서 했다는 걸로 몰아야 한다”고 말한 최씨 육성(전화 통화) 파일이 있다는 것은 무시한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25일 재판에서 기밀문서 47건 유출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그중 3개는 태블릿에 있었다는 점도 외면한다. 달을 덮은 지구 그림자(월식 현상)가 늘 원형(圓形)이라는 사실에 애써 눈감고 귀 막는 것과 비슷하다.
 
이상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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