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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로봇세 논의,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작금의 인류 관심사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 것인지 늘 것인지의 문제다. 최근 가트너 보고서는 2015~2020년 인공지능이 지구촌 180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23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했다. 2019년까지는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고, 2020년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에는 과거 산업혁명의 경험이 깔렸다. 역사적으로 몇 차례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경험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영향
줄어들 거란 전제로 대비해야
실직자 보호 재원 마련 위해
로봇·인공지능에 세금 거둬야

하지만 일자리 감소론자들은 “새로운 변화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종전에는 일자리 대체의 주체가 하드웨어였지만, 미래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된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는 개발 후에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노동이 필요했다. 한데 소프트웨어는 개발할 때 많은 노동이 필요하지만, 생산에 투입된 뒤에는 추가적인 인력 소요가 적다. 이렇게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런 경우 대비책을 강구할 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낙관보다 비관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일자리가 줄면 실업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일자리는 개인 삶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월급을 받아서 세금을 낸다는 대국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면, 사람은 실업자로 전락해 부양 대상자가 된다. 실업자를 구제해야 하는 정부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세금은 취업자의 근로소득에서 나오는데 취업자가 줄어든다. 조세 수요는 늘어 가는데, 납세 계층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조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율을 높일 것이고, 근로소득자들은 저항할 것이다. 취업자도 불만이고 실업자도 불만인 사회가 된다. 사회는 지속 가능성은 줄고 사회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타개책은 새로운 세원의 발굴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른바 ‘로봇세’를 부지런히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시론 10/26

시론 10/26

로봇세 논의에 불을 붙인 건 유럽의회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의 매디델보 보고서가 로봇세를 제안했다. 그리고 올 2월 유럽의회는 로봇에게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안건을 승인했다. ‘로봇인간’의 법률적 존재를 인정해 로봇세를 징수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로봇에게 새로운 형태의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이의 재원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을 지원하자고 강변한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로봇이 일으키는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이다. 이를 위해선 로봇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립적 경제활동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8조에서는 무인자동판매기가 위치한 장소를 사업장으로 보고, 각 무인자동판매기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하며 세금을 매기는데, 이 개념을 확대 적용하면 된다. 두 번째는 로봇을 재산으로 간주하여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재산세는 토지·주택·자동차 등에 부과하는데 여기에 로봇을 추가하면 된다.
 
그렇다고 로봇세 도입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세금을 부과하면 로봇 발전이 지체돼 결국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당연히 로봇세를 먼저 도입한 나라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세수 확보를 할 수 없어 사회가 견디기 어려울 때에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어떤 로봇에 부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한꺼번에 모든 로봇에 과세하려 하면 안 된다. 부과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의 무인창구, 자동판매기, 주차장 진출입기계 등 부과가 용이한 것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면세다. 이 세상의 50% 로봇에게 면세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때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이다. 기술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이에 제도는 인간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제도를 개선해 인간 중심의 사회를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근로·복지·조세 제도는 온전하게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로봇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로봇세 도입을 위한 연구와 논의를 당장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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