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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청산해야 할 금융 적폐, 가계부채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불길한 예언자’ 하이먼 민스키는 1950년대 버클리대 교수 시절 “미국 경제에 금융 붕괴의 위험이 닥칠 것”이란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그는 금융 붕괴를 금융의 불확실성이 가진 숙명으로 여겼다. 그의 주장은 그러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외면한 민스키의 메시지는 ‘황야의 절규’로 끝났다.
 

어설픈 정책, 나쁜 정치가
국민 주머니 빚으로 채워

그런 그를 무덤에서 꺼낸 이가 미국의 인기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다. 2009년 크루그먼은 ‘민스키를 새롭게 읽는 밤’이란 강연을 했다. 빚이 빚을 부르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2008년 미국 경제가 파국적 위기를 맞은 직후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재닛 옐런이 ‘민스키 붕괴’를 주제로 강연했고,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도 ‘민스키의 재발견’을 말했다. 갑자기 민스키는 유명해졌고 ‘금융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시점’을 말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는 금융·경제학의 유행어가 됐다.
 
그 민스키 모멘트가 요즘 다시 화두다. 중국 중앙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지난주 “중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늘고 있다”며 “민스키 모멘트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2012년 16조 위안(약 2730조원)에서 지난해 33조 위안(약 5630조원)으로 두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우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44.3%로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민스키 모멘트가 덮친다면 중국보다 한국이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민스키 모멘트는 오랫동안 쌓인 빚의 무게를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때 찾아온다. 한국 가계 빚의 무게는 얼마나 되나. 숫자로 보면 걱정할 만하다. 지난 8월 기준 1400조원이 넘어섰다. GDP 대비 95.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일곱 번째로 높다.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도 178.9%로 OECD 국가 중 아홉 번째다. 속도도 빠르다. 2005년 이후 연평균 8.2%씩 늘어났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질도 나쁘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00만 명에 달한다. 빚은 임계점을 지나면 눈덩이처럼 부푸는 속성이 있다.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물론 개인 잘못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국가의 책임이다. 잘못된 정치가 빚을 키우고 어설픈 정책이 가계의 허리띠를 휘게 하며 높은 은행 문턱이 경제 약자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몬다. 모자란 주거·교육·의료 복지는 멀쩡한 중산층을 빚쟁이로 만들기 일쑤다. 그 결과 쌓인 빚이 가계부채다. 요즘 말을 빌리면 그야말로 금융적폐인 것이다.
 
복기해 보면 어느 정부인들 책임을 면키 어렵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가계빚은 183조원이었다. GDP의 50%를 밑돌았다. 그러던 게 2002년엔 464조원으로 급증했다. GDP의 70%를 넘어섰다. 위기의 경고등이 15년 전에 켜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적폐를 쌓기만 했지 청산하지 못했다. ‘빚 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는 물론 ‘빚 내서 소비하라’며 신용카드 빚을 부추긴 김대중 정부, ‘부동산 대못’을 밀어붙이다 집값만 급등시킨 노무현 정부, 모두 이를테면 금융적폐의 공범인 셈이다.
 
우리 경제가 ‘민스키 모멘트’를 피하는 길은 딱 하나다. 금융적폐 청산이다. 24일 정부는 뒤늦게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주로 부동산에 초첨을 맞췄다. 빚 내서 집 산 사람을 정조준했다.
 
옳은 방향이지만 부족하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가계의 소득을 늘려 빚 갚을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분배·복지만으론 어렵다. 성장하는 경제가 받쳐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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