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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혁신 성장을 위해 버려야 할 것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문재인 정부의 성장 전략에 혁신 성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처음 등판했던 소득 주도 성장은 개념이 모호했다. 임금과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는 것은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 정책은 되어도 지속적인 성장 정책이 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과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들의 형편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
낡은 규제와 제도를 바꾸고
혁신 능력 갖춘 인재 키우며
혁신 창업생태계 만들어
생산성을 지속 향상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 성장은 그 무성한 이름에 비해 구체적인 전략들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보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얼마나 더 만들어 내느냐 하는 방식으로 임기 내 단기 성과에 치중할까 걱정이다.
 
혁신은 오래된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롭게 더 나은 것을 도입하는 것이다. 혁신 성장이 효과가 있으려면 잘못된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 지식, 제도를 도입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한 혁신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기술이 그 중요성을 잃고 버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창조적 파괴를 가져오는 기업가의 기술혁신에서 온다고 했다.
 
창조적 파괴는 작은 신기술보다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을 통해 이뤄진다. 범용기술은 기업의 생산방법뿐 아니라 개인의 삶과 사회의 운영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증기기관, 전기, 대량생산 방식, 컴퓨터,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행어가 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등의 새로운 범용기술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이종화칼럼

이종화칼럼

경제학의 성장이론에서는 지속적인 성장동력으로 노동·자본과 같은 유형(有形)의 생산요소보다 무형(無形)의 아이디어나 지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디어나 지식은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지식이 쌓이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혁신적인 기술뿐 아니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치·사회 제도들도 중요한 아이디어에 포함된다.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역사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유재산권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갖추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부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경제는 노동·자본을 집중적으로 축적하고 선진기술을 모방하면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압축성장을 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 맞는 기술혁신 역량과 제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시장규모, 인프라, 거시경제 환경 부문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제도의 발전 부문은 세계 58위,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73위로 뒤처졌다.
 
WEF는 한국은 좋은 정책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부족하고 정책이 자주 바뀌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비해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고 노동·금융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고 불필요한 규제와 제약이 많으면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기술혁신을 주도할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인력이 부족하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미흡하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의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여 혁신적인 연구를 하고 이를 실용화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스북·아마존·우버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작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혁신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한 번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들어 우수한 인재들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 월급과 승진이 연공서열로 결정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만 찾고 있다.
 
현 정부에서 혁신 성장을 추진하는 힘은 아직 약하다. 우왕좌왕하다 결국 분배의 평등에 치우친 다른 정책들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 규제 개혁, 비효율적인 제도 개선, 우수한 인재 양성으로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제대로 된 혁신 성장 전략을 세우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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